[조정원 연예부 기자] 배우 라미란이 무던하게 그려낸 현실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에서는 대치고 학생들을 위한 입시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기로 결심하고 한국대 입학처를 찾은 성순(라미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성순이 원래 만나기로 했던 입학사정관은 어디로 가고, 대치고에서 정교사를 약속 받고 3년 넘게 기간제로 근무했다가 연우(하준 분)에게 순서를 빼앗기며 '팽' 당했던 사람이 성순 앞에 등장해 모두의 얼을 나가게 만들었다.
성순은 그때 당했던 갑질을 갑질로 되갚아 주겠다는 사정관 때문에 입시정보 부스러기조차 건지지못했다. 하필 학교는 시험 오답처리 문제가 터지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빗발쳤고, 교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입시에 관련된 고급정보를 풀겠다고 공약을 해버리며 성순은 더욱 난감해졌다.
패잔병처럼 홀로 거리를 터덜터덜 걷던 성순은 편의점 앞에 앉아 캔맥주에 컵라면을 들이키고는 뭐에 홀린 듯 인형뽑기 기계에 붙어 서서 뽑기에 열중했으나 번번이 실패해 처량함을 배가시켰다.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온 성순은 맨날 욕받이에 스트레스만 받는 진학부장을 그만두라는 남편의 말에 말없이 빨래만 걷다가 이제 성순의 아이도 중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니 일보다 애한테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을 듣곤 씁쓸하지만 못내 밝은 척 미소 지었다.
이밖에도 성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견으로 심화반이 다시 부활했다. 하필이면 하늘(서현진 분)이 담당교사로 추천을 받은 가운데, 성순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하늘을 봤다.
그저 관망하는 듯 했던 성순은 모든 것을 꿰뚫은 듯 "그래도 자발적인 복종, 그런 건 하지마요. 교사가 자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못 쓰게 돼. 그러니까, 맡아요. 심화반"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렇듯 성순은 직장인 학교에서는 진학부장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 학생들의 대입을 책임져야하고, 3학년부와의 힘겨루기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군다나 집에서도 중학교 입시를 목전에 둔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야하는 무게감이 기다리고 있다.
라미란은 이러한 캐릭터의 상황을 덤덤하지만 디테일한 연기로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스토리 전체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눅진하게 녹아들도록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코 가볍지도 그러나 부담스럽지도 않은 그의 이야기 전달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블랙독'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