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아, ‘시간을 되돌리면’에 담은 이야기…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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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아, ‘시간을 되돌리면’에 담은 이야기…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 조정원 연예부 기자
  • 승인 2020.01.23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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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조정원 연예부 기자] 싱어송라이터 백아(白兒)가 ‘시간’을 주제로 다룬 세 번째 싱글 앨범 ‘시간을 되돌리면’으로 돌아왔다. 이 앨범에는 두려움 끝에 발견한 아주 평범하고 아름다운 삶과 끝, 그 안의 시간 여행과 흔적들을 고민하며 담아냈다.

자신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자신의 노래로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인 백아는 ‘시간을 되돌리면’을 통해 덤덤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난 백아는 처음 하는 인터뷰에 다소 긴장한 듯 싶었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이전까지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앨범을 냈다면, 이번에는 진짜 음악인이 된 것 같아요. 이전 앨범은 ‘이걸 통해서 뮤지션이 되자’라는 생각이었고, 이번에는 뮤지션이 돼서 앨범을 낸 것이죠. 안정적이고 부담 없이 다음 앨범을 꿈꿀 수 있고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곡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방황의 시간도 가졌다. 그는 그 끝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친구야’ 앨범 작업을 할 때 6개월 정도 방황했었어요. 음악인이 음악을 못 쓴다는 자체가 세상이 끝난 거라 생각했거든요. 곡이 너무 안 나오니까 곡이 나올 수 있는 딱 하루만 돌려달라고 허공에 대고 울면서 빌기도 했어요. 새벽까지 곡을 쓰다 잠이 들고, 일어나면 그걸 버리는 과정을 6개월 동안 반복했어요. 세상이 끝나더라도 딱 한 곡만 쓰자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먹은 지 이틀 뒤에 곡이 나왔어요. 시간을 되돌리고 나서 내 세상이나 삶은 아름다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 ‘친구야’를 썼어요.”

‘시간’이라는 주제는 백아의 어머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드라마에 타임 슬립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당시 백아의 어머니는 언젠가 자신의 딸이 곡을 쓸 때 ‘시간’을 주제로 다뤄볼 것을 권했다.

“‘타임 슬립’이라는 단어는 제가 작사를 막 시작했을 때 엄마가 필요하면 쓰라고 알려 주셨어요. ‘친구야’ 앨범과 달리 ‘시간을 되돌리면’ 앨범은 좀 특이하게 2주 만에 썼어요. 제가 작사와 작곡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라 좀 오래 걸리거든요. 저는 노래를 특별하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진심을 담으려 하고, 겪어보지 않은 일들은 노래에 담지 않으려 하고 뻔해지지 않으려 경계해요. 말하듯이 노래를 하고, 말할 수 있는 소신을 가사로 쓰고, 제가 편할 수 있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역대로 멜로디를 써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는 행복했고, 제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됐어요.”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이번 앨범에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곡이 눈에 띈다. 그 안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곡은 지금 제가 힘들어하는 시간을 이미 다 겪은 할머니 한 사람에 대한 시간을 담았어요. 세상을 쥐고 해결하고 타협했던 손으로 괜찮다고 해주면, 아무리 힘들었던 시간도 별게 아닌 게 되는 것처럼 ‘괜찮아. 다 나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곡에 담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평범했던 시절을 가사로 썼어요.”

백아는 음악을 만드는데 필요한 영감을 주로 단어에서 얻는다. 책을 읽다가도 다음 장을 넘길 수 없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책을 읽을 때 다음 장을 넘길 수 없는 단어가 있어요. 그러면 책을 덮고 그 단어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그러다 이 단어로 문장을 만들면 어떤 문장이 될까 생각하고, 문장을 생각하다 보면 멜로디가 떠올라요. 그 한 소절을 가지고 곡을 만들어요. 그래서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국어사전도 펼쳐봐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국어사전만 보면 눈이 돌아가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는 단어여도 뜻을 알아보려고 검색하는 게 일상이에요.”

미래에 대한 확실한 꿈이 없어 방황하던 시절 백아를 지금까지 이끈 건 밴드 잔나비였다. 잔나비의 공연을 보고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다. 백아는 수줍게 팬심을 드러냈다.

“제가 잔나비 팬이에요. 잔나비의 공연을 보고 ‘나도 저렇게 멋진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노래만 가지고선 안 된다 해서 작곡을 배웠어요.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싶었거든요. 부모님이 그 정성을 알아주고 엄청 지원해 주셨어요. 올해 목표요? 전에는 공연장 뒤편이나 아래에서 음악 하는 친구로만 알고 있겠지만, 이제는 무대 위에서 잔나비를 꼭 한번 보고 싶어요.”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사진=코스믹 뮤직 랩(Cosmic Music Lab) 제공

잔나비와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백아의 목표는 실현 가능해 보인다. 그는 22일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오는 27일과 2월 14일, 15일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구상 중이다.

“방송 출연도 앞두고 있고, 올해는 어린이 합창단을 대동한 단독 콘서트를 크게 열어보려고 해요. 앨범도 많이 낼 계획이에요. 유명한 가수를 섭외해서 곡 작업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혼자 여행을 가서 곡을 써 보고 싶어요.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게 있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곡들은 투명할 것 같아요.”

끝으로 백아는 언제든지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인터뷰 기사에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겼다.

“요즘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나중에 엄마가 되면 아기한테 ‘엄마 음악 했었어’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사람이 될까봐 경계하고 있어요. 저는 평생 음악을 할 거예요. 말하는 건 지키는 성격이라, 여기에 남겨두고 싶어요.”

맑고, 곱고, 아늑한 감성을 담은 세련된 음악으로 대중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백아의 음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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