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칼럼] 런웨이와 거리 두다 : 취소된 서울 패션위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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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칼럼] 런웨이와 거리 두다 : 취소된 서울 패션위크를 보며
  • 김현호 패션 크리에이터&MD
  • 승인 2020.04.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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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패션 크리에이터&MD
김현호 패션 크리에이터&MD

결국 서울 패션위크가 취소됐다. ‘취소됐다’고 전해지는 수많은 행사가 있겠지만, 국내 패션인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소식 중 하나다.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준비된 서울 패션위크는 올해 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가 될 예정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패션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쇼를 준비했던 디자이너와 관계자, 패션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간헐적 패션인인 나도 마찬가지다. 소독제 향 풍기는 현실이지만 생존만 있고 아름다움이 생략된 삶이란 각박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패션위크. 미국 뉴욕 → 영국 런던 → 이탈리아 밀라노 → 프랑스 파리를 순서로 소위 패션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의 패션위크가 메인으로 전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이 지금과 같지 않던 시기에 개최된 뉴욕과 런던의 패션위크와 달리 2월 중반에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극적으로 받았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州)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도(州都)인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위크는 행사 종료 이틀을 남기고 준비된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밀라노 패션위크의 메인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는 관객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패션쇼를 전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유럽, 미국보다 동아시아 주요 패션쇼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서울 패션위크와 더불어 상하이 패션 위크, 도쿄 패션 위크도 연달아 취소됐다. 특정 기간에 행사가 몰린 패션위크뿐만 아니라 개별 패션쇼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상하이와 도쿄에서 열리기로 한 버버리, 샤넬, 프라다의 단독 패션쇼도 연기됐다. ‘연기’라고 표현했지만 ‘취소’의 개념이 좀 더 정확하겠다.

서울 패션위크 주최 측은 국내 확진자가 크게 늘고 정부의 대응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주최 측은 비상 회의를 통해 행사 개최 취소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14일까지만 해도 행사 규모를 줄여 DDP 내부에서만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자 2월 25일 행사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무리한 행사 강행은 명성과 명분에 오점만 남길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점은 취소를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출퇴근, 모임, 개학의 개념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동일하게 되겠다. 오프라인 행사장 런웨이와 ‘거리를 두고’, 온라인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쇼가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19의 영향을 계기로 패션 행사의 개념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한 사람만의 행사가 아닌 패션을 좋아하는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변화로.

하지만 의미 있는 행보가 눈에 띈다. 서울쇼룸은 취소된 서울 패션위크 기간 동안 네이버와 함께 온라인 패션위크를 진행했다. 일자별로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 패션쇼를 전개하고, 판매까지 바로 이어질 수 있는 행사였다. 일반 소비자에게 너무 먼 세상의, 관계자들만의 패션쇼가 아닌 소비자가 해외발 명품 브랜드가 전개하던 SEE NOW, BUY NOW 모델의 시도를 응원해본다.

 

[글: 김현호 패션 크리에이터&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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