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박정민, 청춘들이 마주한 디스토피아 세계
상태바
[리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박정민, 청춘들이 마주한 디스토피아 세계
  • 변진희 연예부 기자
  • 승인 2020.04.24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변진희 연예부 기자] 우여곡절 끝에 영화 '사냥의 시간'이 베일을 벗었다. 압도적인 영상미, 긴장감 넘치는 전개, 배우들의 호연을 가득 담아 오랜 기다림을 충족시킨다.

영화 '파수꾼'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받은 '사냥의 시간'은 지난 2018년 7월 촬영을 마친 후 꽤 오랜 기간 후반 작업을 거쳤다. 이후 올해 2월로 개봉일을 잡았으나,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날짜를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던 콘텐츠판다와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간의 분쟁으로 공개가 미뤄질 뻔했으나, 원만한 합의 끝에 비로소 지난 23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휴지조각’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원화 가치가 폭락한 시대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위험한 작전에 나서는 준석(이제훈 분), 장호(안재홍 분), 기훈(최우식 분), 상수(박정민 분) 앞에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이 등장한다. 네 명의 목숨을 노리는 추격자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사냥의 시간'이 펼쳐진다.

'파수꾼'이 10대 청소년의 삶을 예리하게 꿰뚫어본 작품이라면, '사냥의 시간'은 희망 없는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다. 일자리를 잃고, 가진 돈도 없는 청년들이 새로운 인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이는 계획이 왠지 안쓰럽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에는 안개가 뒤덮인 도시, 폐허가 된 건물, 텅 빈 항구 등이 등장한다. 이는 퇴색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가상의 미래 한국으로 설정한 영화의 배경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검붉은 조명과 사운드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사냥의 시간'만의 미장센이 완성된다.

이제훈은 '파수꾼' 이후 윤성현 감독과 다시 만났다. 위험한 계획을 가장 먼저 계획하는 준석 역을 맡은 이제훈은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한다. 그는 친구들을 이끄는 패기 넘치는 모습부터 킬러에 쫓기며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내는 두려움 가득한 표정까지, 상황에 걸맞은 뛰어난 연기로 몰입을 높인다. 달리고, 구르고, 넘어지는 등 격한 액션 신에서 망가짐을 마다하지 않는 열연을 선보인다.

박정민 역시 '파수꾼' 이후 윤성현 감독, 이제훈과 재회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내는 정보원 상수로 분한 그는 친구들 가장 불안함을 느끼는 인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또한 짧게 자른 탈색 머리, 온몸에 새겨진 타투, 투박한 패션 스타일로 무장한 안재홍은 파격적인 변신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항아 기훈을 연기한 최우식은 친구들과 가족을 지극히 아끼는 인간적인 면모로 공감을 이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멈추지 않고 준석, 장호, 기훈, 상수를 추적하는 한 역을 맡은 박해수의 활약도 대단하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단단한 체격과 날렵한 몸짓, 출중한 사격 실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네 명 주인공의 숨통을 조이듯, 보는 이에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한다.

‘사냥의 시간’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법한 현실의 암울함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큰 스크린으로 만났더라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국내 신작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반가운 작품이 되겠다. 러닝타임은 2시간 14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