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 “윤성현 감독, 배우 인생에 뿌리를 내려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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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 “윤성현 감독, 배우 인생에 뿌리를 내려준 사람”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4.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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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변진희 기자] 배우 이제훈이 첫 장편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다시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으로 윤성현 감독과 만났다. 그 사이 이제훈은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훈훈한 비주얼로 대중에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4명의 친구들과 이들을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지옥 같은 사냥의 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굉장히 직선적인 영화예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타개해가는 취기 어린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어요. 처음에는 엄청난 킬러로부터 도망가자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도망칠 것인가, 다시 마주하고 싸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될 때 ‘이런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냥의 시간’은 당초 영화관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상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결정했다. 그리고 190여 개 국에 동시 오픈된 ‘사냥의 시간’은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반응들을 얻고 있다.

“반응들을 봤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끼지 못한 해석, 의견들을 내는 분들이 많았어요. 또 제가 공감하는 부분을 같이 느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면 국내 반응만 들었는데, 이번에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쏟아지니 즐거워요. 해외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는데, 전 세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요.”

호불호는 많이 갈린다. 작품의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 디스토피아라는 독특한 세계관에 대해 호평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와 부족한 개연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제훈 역시 다양한 반응들에 공감하며, 본인이 해석한 ‘사냥의 시간’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생을 살면서 선택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리고 그 선택에는 어떤 결과가 주어지겠죠? 내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순응하지 않고 반대할 수도, 혹은 도망칠 수도 있어요. '사냥의 시간'은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제훈은 윤성현 감독과의 두터운 친분,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냥의 시간’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윤성현 감독을 두고 “배우 인생에 뿌리를 내려 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 사람이라면 나를 다 던져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함께 ‘파수꾼’을 하면서 윤성현 감독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를 보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당시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잠도 안 자면서 모든 걸 갈아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 경험이 이후에 하는 작품들에 있어서 엄청난 뿌리가 됐죠. 함께하면 좋은, 배우로서 성장하게 하는 감독이라 생각해서 ‘사냥의 시간’도 하게 됐어요. 보통 작품을 하기 전에 감독, 시나리오, 여러 상황 등을 생각하지만 이번엔 그런 건 다 빼고 결정했죠.”

이제훈은 지난 2010년 ‘파수꾼’으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이후 ‘고지전’, ‘건축학개론’,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내일 그대와’,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대중과 만났다. 9년 전보다 한층 노련해졌을 이제훈에게 ‘파수꾼’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본인과 윤성현 감독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물었다.

“당시에는 ‘연기를 잘해야지’, ‘이 인물처럼 살아야지’라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의 무게감, 극에 임하는 책임감이 커졌죠.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분들과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 메이커가 돼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여러 파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고 하고, 귀를 열고 호응하려는 자세로 변화됐어요.

감독님은 그간 독립영화를 위주로 하다가 이번에 상업영화를 한 거잖아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버거웠을 텐데, 본인이 생각하고 계획한 것들을 끝까지 집요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봤어요. ‘전혀 달라지지 않았구나’ 싶었죠. 이 사람은 영화를 위해 태어나 사람인 것 같아요. 장면마다 열정과 에너지를 엄청 쏟고요. 대신 이번 작품이 9년 만이라면, 다음에는 최소 2~3년에 한 번씩은 영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작품들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해요.”

‘파수꾼’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박정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친구들의 계획을 성공시키는데 핵심 정보를 알아내 전달하는 상수 역을 맡은 박정민은 극중 이제훈에게 격하게 두들겨 맞는다. ‘파수꾼’에서 봤던 익숙한 장면이다.

“제가 박정민 배우를 때리는 신에서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냐?’라고 했었어요. ‘파수꾼’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긴 했죠. 그걸 숨기고자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파수꾼’을 본 분들이라면 연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을 떠나서, 저는 또래 배우들과 똘똘 뭉쳐서 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앞으로도 동년배들과 함께할 기회를 많이 찾으려고 해요. ‘사냥의 시간’을 찍으면서 일을 하러 간다는 느낌보다 같이 꿈을 꾼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그런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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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이 연기한 준석은 극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위험한 계획을 가장 먼저 계획하는 인물이자, 끝까지 킬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캐릭터다. 이 과정에서 이제훈은 끊임없이 달리고 넘어지는 등 과격한 액션을 마다하지 않고,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표정을 실감 나게 연기해낸다. ‘액션 스릴러’ 장르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제훈은 훈련된 능숙함 대신 허술한 액션으로 청년들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저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연기에 있어서 감독님이 디렉션을 잘 주셨어요. 한(박해수 분)이 저에게 총을 겨누고 있을 때도 실제로 안에 총알이 들어있고, 발사되는 순간 죽는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어요. 준석의 미숙함을 통해 총 혹은 무기가 주는 공포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래서 찍으면서 ‘히트’ 생각도 많이 났었어요. 그때도 저는 ‘도심 한복판에서 총을 쏴?’라고 생각하면서 무서워했거든요. ‘사냥의 시간’에서는 취기 어린 젊은이들이 총을 다룰 때의 공포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지난 2018년 7월 촬영을 마친 후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인 ‘사냥의 시간’, 끝으로 이제훈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비롯해 넷플릭스 공개로 기대하는 바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적으로 사운드가 중요해서 후시 녹음을 20번 이상 했어요. 후반 CG 작업에도 정말 공을 많이 들였고요.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을 채우기 위한 과정들이라 생각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구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느꼈어요. 넷플릭스로 공개가 됐는데, 가능하다면 개인이 가진 가장 큰 화면에서 어둡고 큰 소리로 즐겼으며 하는 바람이에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넷플릭스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GV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으면 싶기도 하고요. 저는 넷플릭스가 영화계에 주는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도 찍고 있는데, 작품을 만드는 방향에 있어서 끝까지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맡겨둔다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동시 공개를 하고, 반응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에요.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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