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데스트랩’, 반전에 반전…120분 순삭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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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데스트랩’, 반전에 반전…120분 순삭 스릴러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5.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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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작사 랑 제공
사진=제작사 랑 제공

[변진희 기자] 연극이 연극을 만들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러닝타임 120분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연극 ‘데스트랩’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4월 7일 개막한 ‘데스트랩’의 공연이 한창인 대학로 티오엠 1관을 지난 21일 찾았다. 이날 공연을 올린 배우는 시드니 브륄 역의 최호중, 클리포드 앤더슨 역의 서영주, 마이라 브륄 역의 정서희, 헬가 텐 도프 역의 이현진, 포터 밀그림 역의 강연우다.

‘데스트랩’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에 의해 탄생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블랙 코미디 스릴러다.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돼 2017년까지 세 번의 공연이 진행된 바 있다.

#1 스토리: 예측 불가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죽음의 덫’이라는 뜻의 ‘데스트랩’은 극 중 클리포드의 극본 이름이다. 한때 잘나갔던 극작가 시드니는 신작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중, 자신의 세미나를 들었던 학생 클리포드가 의견을 구하기 위해 보낸 극본 데스트랩을 받게 된다. 너무나 잘 쓰여진 대본에 시드니는 질투를 느끼고, 이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클리포드를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한 인물들의 예측 불가한 행동, 관계 변화는 계속되는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전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촘촘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텍스트는 관객의 몰입을 절로 높인다. 물론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음 포인트로 조금씩 긴장감을 덜어주기도 한다.

사진=제작사 랑 제공
사진=제작사 랑 제공

#2 연출 포인트: 스릴러 요소 높인 사운드+조명+소품

우선 무대 전체는 미국 정통 식민지풍 주택에 달린 마구간을 개조한 시드니의 서재로 꾸며졌다. 중앙에는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상수 뒤쪽에는 유리문이 있어 테라스와 통할 수 있다. 상수 앞쪽에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벽난로가 있으며, 곳곳에 오래된 골동품들이 놓여 있다. 소소한 듯 디테일하게 꾸며진 무대는 보는 곳곳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시드니 책상 위에는 종이 더미, 도서, 타자기, 전화기가 있고 그 주변으로 도끼, 단검, 수갑, 총기 등이 놓여 있다. 이는 극 중 시드니가 스릴러 연극을 만들기 위한 소품으로, ‘데스트랩’에서는 사건 전개에 필요한 소품으로 사용된다.

“매 장면 긴장과 긴박감을 주는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밝힌 황희원 연출의 말처럼 ‘데스트랩’에 사용된 총소리, 천둥소리, 음산한 사운드 등은 수시로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때때로 배우의 숨소리까지도 관객을 놀라게 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분위기에 걸맞게 변화되는 푸른 혹은 붉은 조명들 역시 스릴러 극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데스트랩’은 1막이 끝날 때의 결말이 다소 충격적인 만큼, 중간 인터미션을 둬 관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주한 2막은 더욱 넘치는 서스펜스를 자랑하며, 중간중간 조금은 폭력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사진=제작사 랑 제공
사진=제작사 랑 제공

#3 연기: 최호중X서영주 케미스트리, 웃음 버튼 이현진

방대한 대사량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한때는 유명했으나 계속되는 실패로 실의에 빠져 아내와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극작가 시드니를 연기한 최호중과 매력적인 외모와 재능을 가진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 역을 맡은 서영주는 유연한 호흡을 자랑한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눈빛에서 목적을 위해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모할 때의 연기력이 대단하다. 두 사람은 서서히 파멸해가는 인물의 서사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연기해낸다.

영적 초능력을 가진 유명한 심령술가 헬가를 연기하는 이현진은 ‘데스트랩’의 신스틸러다. 그는 극의 긴장감이 극도를 달릴 때 등장해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가 하면, 차진 멘트들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적당히 이해타산적이고 따뜻한 면도 있는, 우리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보통 사람을 연기하는 정서희, 강연우 또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진=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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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객 이벤트: 이색 포토존부터 관객과의 대화까지

‘데스트랩’의 포토존은 기존 공연들과 차별화를 뒀다. 공연 시작 전 포토존은 무대 소품들 일부가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포토존의 모습은 마치 극의 혼란스러운 결말을 보여주듯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다.

사진=제작사 랑 제공
사진=제작사 랑 제공

특히 이날 ‘데스트랩’은 극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본 공연이 끝난 후 클리포드 역의 서영주, 송유택, 안병찬이 참석해 사전에 받은 질문에 답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클리포드에 대한 세 사람의 해석이 조금씩 다른 점이 흥미로운데, 이는 멀티캐스팅의 묘미 중 하나다. 서영주는 “시드니에 대한 사랑이 확실한 인물이다”라고, 송유택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궁금해할 수 있도록 중립을 지키고 있다”라고, 안병창은 “아주 똑똑한 인물처럼 보이도록 연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데스트랩’은 오는 6월 2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한다.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yeonjinhee123@m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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