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①] ‘더 모먼트’ 강정우 “4DX 체험관 다녀온 느낌 받도록 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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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①] ‘더 모먼트’ 강정우 “4DX 체험관 다녀온 느낌 받도록 하는 게 목표”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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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변진희 기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해내는 배우 강정우가 선보일 ‘더 모먼트’ 속 남자는 어떤 모습일까.

강정우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알렉산더’와 개막을 목전에 둔 ‘더 모먼트’ 연습에 한창이며, 오는 27일 개최되는 박정아 작곡가의 데뷔 13주년 기념 콘서트 게스트 참석 및 다른 작품 촬영 준비 역시 병행하며 ‘열일’ 중이다.

“요즘은 사적으로 다른 건 못하고 일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더 모먼트’ 연습을 하고, 틈틈이 다른 촬영 관련 리딩도 가고, 중간중간 박정아 작곡가님 콘서트 연습도 가고요. 신기하게도 공연을 쉴 때는 다른 일이 안 들어오는데, 오히려 공연을 하고 있으면 다른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배우 입장에선 참 감사한 일이에요. 운 좋게 ‘알렉산더’가 연장 공연까지 하게 됐지만,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엎어진 공연들이 너무 많잖아요.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이 들어오면 우선 무조건 하겠다고 해요. 일정이 언제 변동될지 모르니까요. 그런 덕분에 지금은 여러 일들이 겹쳐서 열심히 해내고 있는 상황이죠.”

강정우는 오는 7월 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하는 ‘더 모먼트’ 공연을 위해 배우, 스태프들과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어제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했다. 아직 완성도가 부족해서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알렸다.

“개막이 다가와서 배우들이 다들 ‘저도 아침에 불러주세요’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창작 뮤지컬이고, 캐스팅도 배역마다 3명씩이라 맞출 게 많거든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지 계속 논의, 수정, 리딩을 반복하고 있어요. ‘내가 관객이라면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아’ 혹은 ‘내가 관객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것 같아’라는 식으로, 관객의 호흡을 고민하면서 살을 더 붙이는 과정이에요.”

라이선스가 있는 뮤지컬이나 이미 몇 차례 공연을 선보인 바 있는 창작 뮤지컬과 달리, 초연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은 꽤 까다롭다. 작가, 연출, 음악감독뿐 아니라 배우들도 창작진의 한 일원이 돼 공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 강정우는 올해 ‘알렉산더’에 이어 ‘더 모먼트’로 또 한 번 창작 초연을 준비하게 됐다.

“초연 창작 뮤지컬을 준비할 때 고생은 엄청 심한데, 성취감이 높아요. 행복한 스트레스죠. 창작극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지, 함께 합을 맞추는 배우들은 어떤지 등을 고려하긴 하는데요. 우선은 제가 창작극에 끌리기도 하고, 저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강정우는 표상아 작, 연출과의 인연으로 ‘더 모먼트’에 함께하게 됐다. 그는 표상아 연출과 뮤지컬 ‘빨래’,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연극 ‘나쁜 자석’으로 호흡을 맞추며 친분을 쌓았고,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모먼트’ 참여를 결정 지었다.

“표상아 연출과 여러 번 같이 작업을 해서 믿음이 있던 와중에 ‘이번에 창작극을 하게 됐다’고 하면서, 저에게 같이 해보고 싶다고 얘길 해줬어요. 표상아 연출은 고집이 있으면서 유쾌한 스타일인데요. 같이 작업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작품도 함께하게 됐고, 현재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더 모먼트’는 세 명의 남자가 각자의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산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소통하고 미래와 만나는 동화적 판타지와 낭만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작품으로, 강정우는 극 중 30대 중반 남자 역을 맡았다.

“남자는 선한데 우유부단한 인물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잡은 노선은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서 무언가를 결심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결정적인 순간에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캐릭터예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여자친구와 결혼도 생각하고 있고, 온순하고 착하다고 평가를 받아요. 하지만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호구 혹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30대 중반의 공무원으로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다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여자친구가 인생 최고의 고민이 되어버린 남자 역에는 강정우를 비롯해 주민진, 유제윤이 함께 캐스팅됐다. 같은 듯 다른 캐릭터를 맛볼 수 있는 것이 멀티캐스팅의 묘미인 만큼, 세 배우가 그려갈 남자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우선 ‘우리 캐릭터를 이렇게 하자’고 하는 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색깔을 찾고 있어요.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특수한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내 역의 형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통일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죠.”

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사진=스탠바이컴퍼니 제공

3인극으로 진행되는 ‘더 모먼트’에는 사내, 남자, 소년 세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중 사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랫동안 폐인생활을 하며,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버텨온 인물이다. 박시원, 원종환, 유성재가 사내 역을 맡았다.

“사내가 극 중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데, 형들마다 그 부분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요. 산장에 갇혀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내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남자, 소년의 감정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표현 방식에 대해 하루 종일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여러 버전으로 연습도 해보고요.”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서울로 이사하게 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장을 가게 된 거칠고 반항적이지만 순정파 소년 역에는 김지온, 홍승안, 정대현이 캐스팅됐다. 강정우는 “소년과 남자가 정보를 습득하는 타이밍이 비슷하다”며, 소년 캐릭터와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년은 10대가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요. 10대들이 사용하는 욕을 쓰고 반항적인 행동을 해서 불량하게 보일 수 있지만, 공연에서 포커스를 둔 부분은 ‘생각의 사고가 빠른 소년’이에요. 반대로 남자는 선택에 굉장히 신중한 편이거든요. 소년과 남자가 같은 호흡을 가지고 가는 부분이 있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통해 캐릭터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정우는 ‘더 모먼트’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로 ‘그녀와 난’을 꼽았다. 그는 “제가 솔로로 부르는 넘버인데, 사랑을 할 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마음을 보여주는 노래다. ‘더 모먼트’와 맞게 유쾌한 톤으로 잘 표현돼 있고, 두 번째로 등장하는 넘버인 만큼 공연의 콘셉트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시놉시스만 봤을 땐 다소 어둡고 미스터리한 공연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강정우의 설명에 따르면 ‘더 모먼트’는 극적인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이다.

“코미디라고 할 정도로 웃긴 극은 아니지만 극적인 상황을 재밌게 잘 풀었어요.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있어서 대사들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고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일상적인 공간이 특수해서 나오는 대사들이 재밌을 거예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와서 4DX 체험관을 다녀온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무대 예술,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들이 신기한 체험을 함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서, 인물들로 대리 만족하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진=25비87 제공
사진=25비87 제공

공연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개막을 예정하던 공연이 취소되고, 중간에 조기 폐막을 하는 등의 힘든 상황들을 겪고 있다. 강정우는 그 어느 때보다 공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위기감이 들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언제든지 공연을 하루 혹은 몇 달 이상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연극, 뮤지컬 배우가 힘든 직업이기도 해서 삶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어요. 주변에 공연, 드라마, 영화 등이 무산된 사람이 너무 많아요. 누구도 탓할 수 없고,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죠. 매번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는 관객분들께도 너무 감사해요. 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 대본, 관객이라고 하거든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표정을 볼 수 없고, 관객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워요.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모먼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을 관객들, 강정우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산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친근할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어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분들을 몰입시키려고 해요. 할 수 있는 모든 연기, 노래로 관객분들도 같이 산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할 거예요. 7월에 올리는 공연이지만 겨울인 것처럼 느끼도록,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저희의 호흡을 다 같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모두의 목표예요. 그 마음을 끝날 때까지 잊지 않고 가지고 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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