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에스트로] 어깨깡패, ‘모든 날, 모든 순간’으로 전한 공감…가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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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에스트로] 어깨깡패, ‘모든 날, 모든 순간’으로 전한 공감…가사의 힘
  • 백융희 기자
  • 승인 2020.08.2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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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마에스트로는 사전적 의미로 예술가, 전문가에 대한 경칭 또는 칭호를 말한다. 혹은 지휘자, 음악 감독, 작곡가, 스승의 경칭으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거장이라고도 한다. 거장은 예술 등의 일정 분야에서 특히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Ma에스트로’ 코너에서는 명곡으로 대중에게 감동, 희열을 전한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백융희 기자] “가사의 공감이 음악으로 우리의 삶에 깊이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날, 모든 순간(Every day, Every Moment)’을 작사/작곡한 작곡가 어깨깡패는 이 음악으로 ‘가사의 힘’을 알게 됐다. 지난 2018년 3월,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OST로 발표된 ‘모든 날, 모든 순간’은 2020년 현재(2020.8.20. 기준)까지도 주요 음원 차트 순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또 이 곡은 가온차트(2020.6.11. 기준) 첫 트리플 플래티넘, 3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곡을 만든 작곡가 어깨깡패 역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한국저작권협회 저작권대상 베스트 스트리밍송을 수상했다. 또 여러 소속사를 통해 곡은 물론 가사 의뢰까지 받고 있다. 동시에 출판사에서 책 집필 의뢰를 받는 등 ‘글’과 관련된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3억 스트리밍. 영광스러워요. 모든 날, 모든 순간’을 발표한 후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어요. 작곡뿐만 아니라 작사 의뢰도 받고 있어요. 의외였던 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방탄소년단(BTS) 앨범 작사 의뢰를 해주셨을 때였어요. 아쉽게 선택 되지는 못했지만, 놀라웠죠. 또 유명한 출판사에서 작사 관련 서적 집필 제안을 받았어요. 하지만 아직은 음악 외에 다른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아서 한 달간 고민 끝에 고사했어요. ‘모든 날, 모든 순간’ 이후 제가 쓴 가사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발라드를 위주로 작업하는 어깨깡패는 한 곡을 완성하는 데 있어 가사의 힘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곡의 경우,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이상 대부분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가사를 쓴다. 때문에 가이드 가사가 입혀진 곡의 글자 수에 맞춰 가사를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즉,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곡의 분위기와 맞지 않거나 글자 수에 어긋난다면 사용할 수 없는 가사가 되는 것. 하지만 어깨깡패는 글이 와 닿는다면 가사를 살리는 쪽에 선다.

“가수 아이유 님이 가사에 대해 언급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노래하고 곡을 쓰는 것을 통틀어서 가사 쓰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사나 멜로디 등 뭔가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가사를 살린다고 해요. 그런데 저도 이 입장과 비슷해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열이면 아홉, 가사를 지키고 멜로디를 바꿔요. 지키고 싶은 가사는, 그 글에 대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만약 멜로디가 포인트인 부분에 가사가 잘 맞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선택은 제 몫이에요. 정답이 없지만, 늘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의 연속이죠. 발매 후에는 운명이 알아서 해준다고 생각해요.”

‘모든 날, 모든 순간’ 가사는 제목처럼 ‘모든 날, 모든 순간’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추억은 ‘모든 날, 모든 순간’ 빛났고 그 사람과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대중가요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랑 소재이지만,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키워드를 만나 가사는 멜로디에 힘을 더했다. 어깨깡패는 가사를 쓸 때 ‘키워드’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수 오왠(O.WHEN)의 곡작업 비하인드로 그 예를 들었다.

“가사 쓸 때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왠의 ‘깊은 밤을 보내줘요’를 작업할 때 키워드를 ‘빨강’으로 정했어요. 가을에 낸 앨범이라 붉은색에 집중했죠. 그리고 그 색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색을 떠올리다 보니 무지개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가사의 첫 시작이 ‘일곱 가지 색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붉은 색을 고를 테야’라고 시작해요.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 내 마음이 붉은 색 인 것 같아’ 등의 이야기로 풀어나가요. 여기서 하늘, 파도 등을 파란색으로 표현하고 ‘까맣게 타는 맘’, ‘하얗게 지샌 밤’ 등의 색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했어요. 가지고 올 수 있는 소재는 한정적이지만, 이렇게 키워드가 있으면 가사에도 생명력이 생겨요.”

특히 어깨깡패는 “최근에는 가사를 어렵게 쓰는 것 보다 사람의 마음에 쉽게 닿을 수 있는 표현에 관심이 간다”면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어깨깡패는 2008년 가요계에 입봉해 13년차 작곡가가 됐다.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었고, 수 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음악을 만들었고, 음원 스트리밍 대상까지 수상한 작곡가에게도 슬럼프는 존재한다. 오랫동안 음악을 만들었지만, 수학처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음악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하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것. 그런 그에게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해 묻자 꾸준하게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일 년에 3, 4번씩은 슬럼프가 와요. 어떤 곡을 써야 하는지부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요. 잘 쓰는 음악이 아닌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죠. 특히 내가 쓰고 있는 멜로디, 가사가 나 자신한테 먼저 공감을 사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해요. 어떻게 보면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음악에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슬럼프 극복 방법은 딱히 없는 것 같지만, 잘 안 풀려도 계속 작업실에 출근하고 곡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막혀있던 게 풀리는 날이 꼭 와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는 시점이 아닐까? 어깨깡패에게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묻자 의외의 답변을 했다. 곡이 세상에 나가기 직전, 머릿속에 있던 멜로디와 스토리가 가이드 음악으로 먼저 완성된 순간이라는 것. 창작자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인 셈이다.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내 머릿속에 있던 멜로디, 가사가 가이드 곡으로 나왔을 때 다가오는 뿌듯함이 제일 좋아요. 물론 좋은 가수가 제 곡을 불러주고, 또 그 곡이 잘 되면 좋겠지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행복을 느껴요. 함께 작업하는 동생들한테 가내수공업을 끝내고 데모 곡이 나오면 ‘좋지? 이런 재미로 음악 하는 것 같아’라고 할 때가 있어요. 시작하는 친구들이 느끼는 것과 제가 느끼는 게 다를 수 있겠지만, 무의 상태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끝으로 어깨깡패는 앞으로 계속 곡을 만들고, 곡에 맞는 가수를 만나 좋은 곡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시기적으로 안정적일 때 필살기 같은 곡들을 많이 만들어놓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잊지 않았다.

어깨깡패에게 ‘모든 날, 모든 순간’ 이후 히트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히트에 대한 욕심은 점점 내려놓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가수를 만날 날을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여유로운 그의 태도에서 13년 동안 꾸준하게 한 길만을 걸어온 이유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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