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의 거목' 이건희 회장 별세..."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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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의 거목' 이건희 회장 별세..."별이 지다"
  • 정훈상 기자
  • 승인 2020.10.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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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정훈상 기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가 마련된 서울삼성병원에 조화와 함께 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25일 장례식장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의 화환이 도착했다.

재계에서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천신일 세중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명의로 된 화환이 잇따라 도착헸다.

이날 빈소가 차려지는대로 가족을 중심으로 조문이 이뤄지며 외부인 조문은 26일부터 받을 예정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삼성가 선영 또는 수원 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1942년 1월 9일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와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선친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을 이끌었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1987년 1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14조원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그룹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진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5월 17일,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모습. (사진=삼성)
2010년 5월 17일,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모습. (사진=삼성)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반도체 사업에 착수한 이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했다. 이는 삼성이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토대가 됐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 중시’와 ‘기술 중시’를 토대로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이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통해 초일류 삼성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중심과 인재중심 경영을 펼치며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기업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의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최고의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이 회장은 신경영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없애는 열린 인사를 지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하고 연공 서열식 인사가 아닌 능력급제를 시행했다. 이 회장은 또한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삼았다. 삼성의 임직원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 등을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1993년 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당시 모습 (사진=삼성)
1993년 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당시 모습 (사진=삼성)

반도체의 성공에 이어, 애니콜 신화가 뒤를 이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이건희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한다"며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폰 사업을 예견했다.

1995년 8월 마침내 애니콜은 전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에 올라섰다. 당시 대한민국은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였다.

이건희 회장은 2000년 신년사를 통해 21세기 초일류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또 한 번의 계기를 만들었다.

흑백 TV를 만들던 개발도상국의 작은 기업은 이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TV, 휴대전화 등 20여개 품목에서 글로벌 1등을 달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 10조원이 채 못되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현재 386조원을 넘기면서 39배 늘어났고,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커졌다. 올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623억달러로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2010년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아 참관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2010년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아 참관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정재계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재계 최고의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불굴의 도전 정신과 강한 리더십으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견인하셨던 재계의 큰 별,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님의 별세 소식에 존경심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의 주권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도전을 멈춰서는 안된다(삼성전자 40년사 발간사)'던 故 이건희 회장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전에 기술 발전에 대한 열정이 높으셨던 이건희 회장님은 흑백TV를 만드는 아시아의 작은 기업 삼성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펑가했다.

무역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무역업계는 한국 경제계에 큰 획을 그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우리나라가 무역강국이자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역업계는 고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려 무역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경제의 중심축으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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