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민 기자] 미국의 한 약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을 믿고 백신을 고의로 오염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그가 폐기한 백신의 분량은 최소 500명 이상에게 주사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 그래프턴 경찰은 최근 현지 약사 스티븐 브랜던버그(46·사진)를 모더나 백신을 오염시킨 혐의로 체포했다.
브랜던버그가 속한 의료단체 애드보케이트오로라헬스케어(AAH) 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4~25일 의료시설 냉장고에 보관되어있던 백신 57병을 밤새 상온에 놔둔 후 이튿날 밤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모더나 백신은 상온에 꺼낸 뒤 12시간까지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조키 카운티 검찰은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냈으며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약국 직원에 따르면 그는 약국에 두 번이나 총기를 휴대하고 출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브란덴버그는 음모론의 신봉자로, 수사관들에게 코로나 백신은 사람들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오로라 헬스체인의 제프 바 의료팀장은 약사 브란덴버그가 고의로 그래프턴 메디컬 센터의 냉장고에 보관된 코로나 백신주사 약병들을 12월 24~25일에 밖으로 꺼내서 방치한 다음 하루 만에 되돌려 놓았고 다시 25일에 꺼내서 다음 날 되돌려놓은 사실을 자백했다고 확인했다.
브란덴버그는 8년째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며 부부는 어린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부인의 증언에 따르면 브란덴버그는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 폐기한 날에 정수기와 30일분의 식료품을 주며 “세계가 곧 멸망한다”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계획 중이며 이제 곧 모든 전기도 끊길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임대한 총기류를 가지고 다니며 식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신고했으며, 법원 관리위원은 부부의 자녀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당분간 아빠와의 접촉을 금지시킨 상태이다.
검찰은 백신 잔여분을 이미 압수했으며 모더나 측에 의뢰해서 그 백신이 정말 효과가 없어졌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에 브란덴버그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