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윤은별, 오랜 공백 깨 준 ‘멀리가지마라’…“저예산 영화, 연기까지 작아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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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 윤은별, 오랜 공백 깨 준 ‘멀리가지마라’…“저예산 영화, 연기까지 작아질 수 없어”
  • 조정원 기자
  • 승인 2021.03.09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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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조정원 기자] 배우 윤은별이 영화 ‘멀리가지마라’로 오랜만에 대중과 인사를 나눴다. 지난 2008년 KBS 공채 탤런트 21기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왔고, 오랜 공백기를 보내고 말았다. 다시 힘을 낸 그가 만난 것은 바로 영화 ‘멀리가지마라’였다.

지난 4일 개봉한 ‘멀리가지마라’(감독 박현용, 제작 ㈜파노라마이엔티, 영화사 야경꾼)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모인 가족들이 유산 분배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때,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20억 원을 준비하라는 유괴범의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점잖았던 한 가족의 민낯을 까발리는 작품이다.  

배우 손병호를 비롯해 손진환, 박명신, 이경성, 최재섭, 이선희, 강태영 등이 출연해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정씨 가문 형제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윤은별은 극 중 유괴사건 전담반의 홍일점 형사 김윤정 역을 맡았다.

“‘멀리가지마라’는 정말 오랜만에 참여한 작품이에요. 저예산 영화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작품에 푹 빠져들어서 ‘이 작품은 작은 역할이라도 무조건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죠. 다른 선배님들께서도 시나리오의 힘만으로 흔쾌히 출연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비록 작은 작품이지만 연기까지 작아질 수 없다는 다짐으로 열성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그래서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좋을 수밖에 없었죠. 아주 즐겁게 촬영한 덕분인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출품했고요. 운 좋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그는 이어 학교 선배인 손병호와 있었던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손병호 선배님께서 열심히 뛰어다니시느라 고생하셨는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늘 촬영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주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셨어요. 한번은 다음 신에 선배님께서 경비원 복장으로 출연해야 해서 옷을 갈아입으러 가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으셨어요. 촬영장이 난리가 났죠. 결국, 감독님이 ‘일단 촬영 들어갑니다’라고 하는 순간 손병호 선배님이 신문지와 온갖 소품들로 위장하고 있다가 스윽 나타나시면서 특유의 말투로 ‘나 요깄지’라고 등장하셨는데, 엄청나게 웃겼어요. 위장이 정말 완벽해서 시민분들이랑 구분을 할 수 없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항상 즐거운 현장을 만들어주신 선배님들과 제작진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싶어요.”

윤은별은 이 밖에도 촬영 중 있었던 다른 일화들을 떠올리며 당시의 감정을 되새겼다.

“촬영 내내 뛰고 또 뛰고 정말 힘들었죠. 계단을 거의 서른 번 정도 뛰어 올라가느라 죽을 뻔했죠. 촬영 후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사흘 동안 제대로 걷지를 못했어요. 또 줄거리상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촬영 과정에서 소품용 피를 엄청 쏟아 부었는데, 지나가던 시민분이 정말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신고를 해서 촬영 중에 경찰이 출동했어요. 저희도 극 중에서 경찰인데, 진짜 경찰이 와서 검문하고 아주 난리가 났죠.”(웃음)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이쯤에서 그의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는 고등학생 때까지 판소리를 전공했다. 이는 소리꾼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는 부모님의 반대로 소리꾼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때문에 자식을 낳으면 꼭 판소리를 가르치겠다고 다짐했고, 윤은별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좇기 시작했다.

“열 살 때 처음으로 소리를 배웠어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했죠. 명창의 꿈을 꾸던 고등학교 시절 창극을 접하게 됐고, 연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후부터는 말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죠.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고등학교 3년 동안 설렘과 묘한 감정 때문에 잠을 설쳤어요. 결국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면서 연기를 정식으로 배웠어요. 그러면서 알게 됐죠. 그 묘한 감정이 뭔지. 소리는 감정을 운율로 호소하는데 연기는 그 자체가 감정의 발현이었던 거죠. 그 감정과 설렘에 이끌려 19살에 판소리를 접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사진=윤은별 개인 제공

그렇게 윤은별은 연기에 발을 들였고, 5년 만에 부활한 공채 탤런트 선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받는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많은 경험을 쌓았어요.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작품들도 있었는데 ‘여기서 한 고비만 넘으면 되겠다’하면서도 그 고비를 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연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저희가 공채 마지막 기수가 돼버렸어요. 공백이 꽤 길어졌는데, 좋은 인연으로 2016년부터 한국희망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어요. 부모님께서 천주교 신자시라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니면서 좋은 일 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고, 부모님으로부터 늘 좋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랐어요. 작년에는 몽골로 해외봉사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돼서 아쉬워요. 빨리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봉사활동도 하고 작은 역할 오디션도 마다치 않고 보러 다니면서 운 좋게 멀리가지마라를 접하게 됐죠.”

이처럼 윤은별은 ‘멀리가지마라’를 통해 잠시 눌러왔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고 있다. 그는 올해 제작 예정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출연 예정으로, 이른 시일 내에 대중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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