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3사 독과점이 품질 저하 불러와
'인터넷 강국, IT강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구로 자리 잡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유선인터넷 속도는 전 세계 34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제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평균속도(2022년 11월 기준)는 다운로드 기준으로 171.12Mbps에 그쳐 34위로 추락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2위를 달리다가 2020년 4위, 2021년 7위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달 7일 오후 3시 30분부터 경기 의정부·고양,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LG유플러스 유선인터넷 가입자의 접속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1월 2일 오후 2시 30분부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KT 유선인터넷 서비스가 약 30분간 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측과 KT측은 오류가 발생했다느니, 트래픽의 이상 증가가 원인이었다느니 변명만 늘어놓았다.
세계 2위에서 4년 만에 35위로 추락한 이유는 독과점 체제에 있다. 지난 9월 기준 통신 3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 합산 회선 수는 전체의 90.9%를 차지했다. KT 40.9%, 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텔레콤 재판매) 28.7%, LG유플러스 21.3%를 점유하고 세 회사가 나눠먹기식 장사를 하는 중이다.
유선인터넷 서비스는 통상적으로 결합상품으로 묶어 판매한다. 그로인해 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이동통신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22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1년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2079만명 중 약 87.8%(1825만명)가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인터넷 시장에서 독과점이 고착화되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전되고 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수익성이 유지되니 굳이 통신 사업자가 나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통신 시장의 중심이 무선으로 넘어왔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선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다.
KISDI가 당시 9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10% 올라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응답자 중 46.7%가 ‘결합상품으로 묶여 있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기존 회사를 이용하니 업체들은 서비스 품질 개선을 할 의지를 발휘하지 않는다. 경쟁이 없으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킬 이유가 없는 것일까? 요금을 받으면 그에 따른 서비스를 하는 게 기업 윤리건만 독과점 앞에서 모든 게 무력해지고 말았다.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자주 바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34위에서 얼마나 더 추락할지 지켜볼 일이다. 잡은 물고기는 관심을 주지 않는 세 회사의 저열한 행태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중이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