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 판매자(셀러)의 도산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커머스’란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티몬과 위메프처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커머스 기업이라 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월 이용자 수 합계가 860만명이 넘는 국내 4~5위에 해당하는 이커머스 업체다. 이들은 23일 저녁부터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도, 환불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금융권도 해당 업체의 거래처 판매 대금을 미리 지급했던 대출 서비스를 전면 차단했다. 티몬 등이 이달부터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을 못 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 등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가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판매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셀러는 5월 판매분의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여행 업계도 도산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이커머스 버블’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25일 “작년 국내 이커머스 규모는 227조원”이라며 “불과 13년 만에 10배라는 폭풍 성장을 하며 이른바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을 패닉(공황)에 빠져들게 한 이커머스들이 출혈 경쟁에 빠져들어 하위권 업체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현재 공정위와 금융 당국에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피해 구제와 분쟁 조정을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는 플랫폼에서 자기 물건을 직접 판매한다. 플랫폼 기업은 판매자로부터 판매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들은 일부 적자가 발생해도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을 계속 해왔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테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들어오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조선일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할인 쿠폰 남발 등 출혈 마케팅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다른 업체와 비교해 유난히 할인 쿠폰을 많이 발급하고, 당장 현금이 들어오는 상품권을 과도하게 할인해 판매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전했다.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돌려막기’로 운영을 해왔다고도 한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정이 부실한 이커머스 업계는 정리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대부분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도 2020년 이후 4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으며, SSG닷컴도 2018년 물적 분할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달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공고안을 낸 롯데온은 작년 8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