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한국을 도운 미군 장성들의 선행이 많이 알려졌지만, 사후 40년이 지나서야 대한민국으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은 장성이 있다. 2022년 최고 훈장 무궁화장을 받은 리차드 위트컴 장군이 그 주인공이다.
위트컴 장군은 제1·2차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했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오마하 해안 전투’에서 공을 세워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제1무공훈장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일을 하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 준장으로 입대해 한국에서 복무했다.
그는 1953년 11월 부산역 대화재 때 군수품을 동원해 이재민이 3만여 명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했다. 민간인에게 군수품을 사용했다는 명목으로 미국에 소환되어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간 위트컴 장군은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고 당당히 말해 의원들을 감동시켰다.
미국에서 조성해 온 자금으로 AFAK(미군대한원조처)를 설립하고 5년 동안 6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부산의 도시 기능을 살리고 메리놀병원을 비롯한 여러 병원을 돕고, 부산대학교 부지 조성 등 수많은 사업을 펼쳤다.
위트컴 장군은 예편 후 한국에 남아 전쟁 고아들을 돕고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 산하에 방치된 미군 유해 찾는 일에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고아원을 운영했던 한묘숙 여사와 결혼해 한국에서 생을 마친 위트컴 장군은 장성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유엔기념공원에 잠들었다.
이근미 작가는 위트컴 장군의 생애를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동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미국인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문영한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가 번역해 한영대역본으로 편집했다.
삽화는 북한을 탈출해 자유의 품에 안긴 이진주 학생이 그렸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진주 학생이 평안남도 군수동원과 박격포탄연구소 제1보위대에서 복무하다 탈북했다는 사실에서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쟁임을 실감하게 된다.
2011년에야 위트컴 장군의 선행과 업적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2022년에 부산시에서 위트컴 장군 동상을 세우며 기리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위트컴 장군을 마음 깊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