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에 업계는 '반발', 소비자는 '환영'

2020-10-10     김태우 기자
서울

[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중고차 업계가 강력 반발에 나섰다.

현대차의 이 같은 선언은 중고차 이력과 품질 공유로 소비자 권익 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중고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대기업 독점으로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격 산정과 품질 평가 등 거래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가운데 현대차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십 년간 축적한 자동차 판매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면서 허위 매물과 고무줄 가격 등 기존 중고차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품질 평가와 가격 산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각오다.

그러나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업계는 반대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진출로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도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 진출에 의문을 제기한다. 내수시장의 70%를 현대가 점유하는 상황에서 4만명이 종사하는 영세한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는 게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허위매물, 사기판매, 성능조작 등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겪는 고질적인 피해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기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에서 중고차 판매 사업을 제대로 진행한다면 거론되어 왔던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현대자동차가 어느 정도까지 오픈 플랫폼을 생각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며 "만약에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겠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상생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된다면 대규모 거리 집회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사업”이라며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중고차 매집을 독과점하고, 상생 방안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는 아직은 중고차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수준이며 진출 방식이나 시기 등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