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문학]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

기사입력 : 2018-06-26 16:25:00
[마켓뉴스 오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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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미식도 예외는 아니어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데는 기꺼이 발품을 판다.
TV에서 방영하는 음식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군침을 흘리며 비슷한 집에라도 찾아가며,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에는 맛집소개 코너가 있다.
이렇듯 미식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현상임에도 “맛있다”는 구호 외에 풍성한 맛과 향이 넘치는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식예찬은 고대 이후 인류의 식생활사를 총괄하고, 음식에 얽힌 다양한 경험과 성찰을 기록하고 있는 서양 미식의 담론서다.
프랑스에서 세계 문학사상 주요 작품을 골라 출간한 연구 총서에 사바랭의 이 책이 포함되었는데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더불어 당당히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출간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양인으로 자처하는 프랑스의 남녀 누구나가 애독하는 작품인 사바랭의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본능이 아닌 이성으로 ‘미식의 의미’를 일깨워 줄 수 있는 고전으로 다가온다.

출판된지 200년 가까이 지나도록 재판을 거듭한 책으로 크게 잠언을 비롯한 서문과 성찰, 모음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앞의 '잠언'은 오늘날에도 가끔 인용되는 유명한 경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찰은 철학서와 과학서의 구성을 빌려 감각의 일반 정의를 토대로 미각을 정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식법에 대해 논의한다.

브리야 사바랭, 유쾌한 쾌락주의자이자 무한한 낙관주의자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식생활의 역사, 음식에 관계된 고대의 문헌들을 놓치지 않고 언급했을 뿐 아니라 요리와 향연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모음집에는 은근한 유머가 압권인 음식에 얽힌 일화들이 소개된다.

진지함이 아닌 천진하고 익살스런 어조와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음식과 미각, 요리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이 책은 식욕은 자연스러운 것일 뿐만 아니라 즐겁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며 성찰 대상으로 격상시킨다.

미식 예찬은 원제 '미각의 생리학', 혹은 출판 전의 제목 '미식 성찰'이나 몇몇 판본의 부제 '초월적 미식 성찰'을 대할 때, 그리고 저자가 스스로를 ‘교수’라고 즐겨 부르는 데서 적잖이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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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이런 엉뚱해 보이는 과장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요소, 즉 유머와 희화화의 효과를 위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익살스러운 문체로 막힘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인 동시에(발자크는 이러한 사바랭에 대해 “언어를 돋보이게 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진지함과 자기애 때문에 읽는 우리에게서 웃음을 자아낸다.

브리야 사바랭은 엄청난 식욕과 삶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를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에 대해 총체적인 안목을 갖지 못했다 하더라도, 편견보다는 경험과 성찰로써 판단하고 삶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보여주는 진솔한 저자이자 막힘 없이 재미난 이야기를 늘어놓는 천진난만한 수다꾼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참고자료: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저자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오해영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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