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분석:블록체인⑩] 계속되는 ICO 열풍..."토큰 정체 고민해야"

기사입력 : 2018-07-05 11:10:00
[마켓뉴스 한창호 기자] ICO 참여 전 생각해볼 질문들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뜨거웠다. 코인에 투자해서 강남 아파트를 샀고, 회사를 그만뒀다더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정부는 코스닥 벤쳐기업 활성화를 외쳤지만 수십배의 수익률을 구경한 사람들에게 상장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너무 낮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촌이 돈을 벌었다 하니 너도나도 암호화폐에 뛰어든 것이 바로 작년 하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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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ICO, 사진=pixabay

정부는 거래소 폐쇄라는 엄포를 놓았지만 거래소 감사와 실명제 도입으로 신규자금 유입을 한동안 차단했다. 우연인지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정부를 탓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한국정부의 경고 덕에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폭락의 근본 원인은 그만큼 비이성적인 과열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과 함께 2017년은 ICO의 해였다.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프로토콜에서 쓰이는 암호화폐를 코인이라고 한다면 특정 용도의 스마트 계약에 쓰이는 암호화폐를 토큰으로 구분한다. 작년에는 이더리움 이외에 새로운 프로토콜 코인들이 나오면서 각 프로토콜 안에 구현하겠다는 다양한 종류의 토큰 ICO가 인기를 끌었다.

이미 크게 상승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새로운 토큰으로 교환해 추가 수익을 꿈꾸는 사람들이 ICO 시장에 몰려들었다. ICO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사기성 코인도 늘어났다.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토큰 발행이 이어졌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프로젝트도 많아졌다.

올해 초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한 후, 올해 ICO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도 ICO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물론 새로운 종류의 코인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ICO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실패하는 프로젝트도 그만큼 많다. 하지만 여전히 ICO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전년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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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년 1월부터 2018 년 3월까지 월별 ICO 추이, 자료: CBInsights


"토큰은 토큰으로 자리잡을 것"

ICO 에 참여하기 전, 먼저 토큰의 정체에 대해 고민해보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스위스 금융위원회(FINMA)는 토큰 중 증권, 즉 주식의 성격을 가진 토큰에 대해 증권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 및 감독 대상이라고 밝혔다. 개념적으로 비유하자면 토큰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화폐와는 다르다.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의 경우 주식과 유사하고 유틸리티 토큰은 이용권, 상품권에 가깝다. 주식과 상품권의 기능이 섞인 회원권 같은 토큰도 있다.

암호화폐, 크립토에셋은 역사가 짧고 블록체인 업계에서조차 아직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 상태다. 이것이 주식이 처음 발행되었던 시기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크립토에셋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성격이 좀더 명확해지면 토큰은 토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주식도 처음에는 화폐도 아니고 증서도 아닌 장부 거래였다.

최초의 주식거래와 유사한 암호화폐 거래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 네덜란드에 설립된 네덜란드동인도회사(VOC)였는데 당시에는 주식 증권이란 개념이 없었다. 주주들의 이름과 지분을 기록한 장부가 있었을 뿐이다. 주식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도 종이로 된 증서를 주고받은 게 아니라 회계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장부를 고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블록체인 장부에 잔액을 고쳐쓰며 거래하는 암호화폐 거래와 유사하지 않은가? 최초의 주식 거래는 물리적인 장부에 사람이 수기로 기록했다면 암호화폐 거래는 디지털 장부에 컴퓨터로 기록한다. 네덜란드동인도회사의 주가가 폭등하자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여기저기서 유사한 회사가 설립되고 묻지마 투자가 일어나 버블을 겪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도 비슷했던 것 같다. 이후 주식이란 무엇인지,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건 한참 후 였다. 암호화폐란 무엇인지, 토큰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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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진=pixabay

지금까지의 논의를 기초로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현재까지 발행된 토큰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Voting) 권한이자 회원권, 사용권이다.

ICO 토큰의 가치는 해당 프로젝트 또는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가치에 수렴할 것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고급 골프장이나 리조트 회원권처럼 가격이 예상보다 상승할 수 있고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했다가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결과물이 미흡할 경우에는 사용하는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회원권으로서 토큰의 가치도 하락할 것이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해당 코인이 고가의 회원권이나 우량 기업의 비상장 주식인지,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되어 사라질 것인지,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과 사용가치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싸이월드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 도토리는 생일 선물로도 주고받을 만큼 가치가 있었다. 지금 ICO 시장에서 발행되는 토큰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중에 가치가 올라갈 지 내려갈 지 알 수 없지만 구매해서 사용해보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값어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ICO 투자 주의사항

지난해부터 ICO 프로젝트가 대폭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ICO에 참여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주의사항이 많다.

첫째, 해당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야 한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예를 들거나 듣도보도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며 토큰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토큰을 어디에 어떻게 쓴다는 것인지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토큰에 투자한다면 최소한 그 토큰을 사서 어디에 쓸 수 있는지, ICO 단계가 지나가고 실제 프로젝트가 구현되었을 때 토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둘째,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무조건 의심하자. 고위험을 동반하지 않은 고수익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모든 투자는 위험과 수익이 비례하거나 위험은 높은데 수익은 높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암호화폐 생태계에 ‘보장된 이익’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이익을 보장한다는 프로젝트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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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진=pixabay

셋째,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주식회사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회사들이 ICO를 하는 것을 ‘리버스 ICO(Reverse ICO)’라고 하는데 이미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이 존재하니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ICO보다 안정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주식회사가 ICO를 하는 것은 과연 안정적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왜 ICO를 해야하는지, 왜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려 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주식회사가 코인을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와 이해관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주식과 코인이 어떤 차이가 있고 권한과 책임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구분이 필요하다.

넷째, 모집된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통상 ICO는 법정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받고 있는데 모집된 암호화폐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지 개발자와 어드바이저에게 언제 어떻게 배분되는지 계획과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다섯째, ICO의 주체는 누구인지, 재단이라면 어느 나라에 설립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프로젝트의 설립자와 개발자, 어드바이저를 구분해서 살펴보자. 최근 ICO 중에는 유명인을 어드바이저로 내세워 홍보를 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어드바이저는 그 대가로 코인을 받고 홍보활동에 참여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진짜 멤버가 누구인지, 그들의 이력과 과거 평판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살펴본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ICO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만큼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수익을 보장해주거나 자산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크라우드펀딩이나 비상장주식의 선별보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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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기자 ch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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