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켓①] '소비의 최전방' 일본 유통업체를 통해 본 소비 트렌드

기사입력 : 2016-12-20 15:23:41
[마켓뉴스 박세연 기자] 일본의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는 한국의 미래 소비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가장 빨리 반영하는 곳이 바로 유통업체다. 유진투자증권이 최근 일본의 컨슈머 업체 12곳을 방문했다. 마켓뉴스는 유진투자증권의 현장감이 듬뿍 묻어나는 탐방 보고서 등을 분석해 일본 식음료 관련 기업과 산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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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노인

지난 9월 기준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46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7.3%에 달했다. 특히 여성은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30.1%로 사상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여성인구 3명 중 1명이 65이상의 노인이다.

남성의 경우 65에 이상 의 인구 비중은 24.3%를 기록했다. 2040년 추정치 기준으로는 일본 인구의 36.1%가 노인이 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소비자들의 1/3이 시니어이기 때문에 노인들을 위한 제 품과 서비스를 고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트럼프가 미국 내 가장 높은 인구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저학력 백인을 타겟팅하여 대선에서 이겼듯, 일본 유통은 전체 인구의 ‘1/3’을 차지하고 있는(향후에는 더 높은 비중을 차지 할) 시니어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시켜야만 성장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구체적인 전략 들은 업태마다 다르지만 핵심은 ‘높은 인구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자층’, 즉 시니어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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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령별 인구 분포현황 자료: 일본 통계청, 유진투자증권

신고령층, 위대한 세대(Grand Generation)에 집중하는 업체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냥 고령층이 아니다. 일본 소비 트렌드 첫번째 키워드를 제시한다. 바로 신고령층이다. 신고령층은 나이는 55세 이상이지만, 높은 소득 수준과 젊은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는 역동적이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컨슈머 주소비층을 얘기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지칭하는 전세계적 공통용어는 아직 없고, 백금세대(Platina), 위대한 세대(Grand Generation), 어번 그래니(Urban Granny; 외모, 건강 등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50~60대 여성)등 다양한 용어가 존재한다. 여기선 편의상 G.G세대(Grand Generation)라고 지칭한디.

G.G 세대들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높은 소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60세 이상의 소비층이 전체 소매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부모로부터 12조달러를 상속받아 전체 금융자산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50대 이상 시니어의 60% 이상이 자가 주택을 소유한 안정 적인 계층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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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또한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의 60세 이상 고객 구성비를 보면 2010년 대비 모두 비중이 확대됐다. 롯데백 화점은 60대 이상 고객 비중이 8%에서 10%, 현대백화점은 9.6%에서 12.8%, 신세계백화점은 11%에서 13%로 최소 2% 이상은 확대된 것이다.

G.G세대의 소비를 잡기 위해 이미 글로벌 업체들은 변화하고 있다.
유명 명품 회사와 보그(VOGUE) 등의 패션 지는 100세 모델과 Mature Model(Senior Model)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즉 소비의 메인 계층이 시니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명품 업체 또한 이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을, 셀린느(Celine)는 패션잡지 보그의 에디터로 활 동했던 작가 존 디디온(Joan Didion)을 각각 모델로 기용했다.

도심속으로…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유통업체들은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도심 외곽에 큰 규모의 쇼핑 단지(shopping complex)를 다시 도심 속 여러 개의 작은 매장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하며(Shift to City),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들을 위해 배달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시니어들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집 멀리 나가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한다. 또 운전을 해서 멀리 나간다고 해도, 70~80대의 운전은 위험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본에서는 시니어들의 운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이온(AEON)그룹의 경우 도심속으로 유통망을 다시 가져오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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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삼성증권블로그, 유진투자증권

과거 도심 외곽에 큰 규모의 쇼핑 단지를 조성했다면, 지금은 도심 속 작은 규모의 매장으로의 전환에 집중하 고 있다. 이온그룹은 도시형(urban-type)의 슈퍼마켓 체인인 ‘my basket’과 디스카운트 체인(discount store chain)인 ‘Acolle’ 등 도심형 유통 채널 확장에 무게중심을 옮겼다.

신세계가 하남 스타필드로 교외에 큰 아시아 쇼핑 단지를 만들었지만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러한 쇼핑 트렌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지켜볼만 한 대목이다.

시니어를 위한 제품·서비스 구비 확대

소비자들의 1/3이 노인인 시대다. 시니어들이 필요한 서비스·제품들을 얼마나 적시에 구비하느냐는 유통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토요카도 마트는 시니어용 PB 상품판매장 ‘안심서포트숍’을 2004년부터 출점하기 시작했다. 전국 5만여 개 편의점(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탑 등)은 시니어들이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식품과 물품을 구비해 놓았다.

미니스톱(Aeon 그룹)의 경우 2012년부터 수도권과 동북지역에 본격적으로 시니어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로손은 편의점 최초로 노인요양 서비스 상담창구와 다양한 종류의 시니어용품 전문판매 코너를 갖췄다(일부 편의점만 시범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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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연령별 net asst 규모 현황 자료: 일본통계청, 유진투자증권

또 집에서 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없는 시니어들을 위해 건강식 중심으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제 도시락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속에서 기존의 도시락 업체들과 수산식품업체인 마루하니치로 홀딩스 등 외식업체와 제조업체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마루하니치로 홀딩스는 어류, 우육으로 만든 씹기 쉬운 시니어식품을 자택에 배달해주는 택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도시락 택배회사인 와타미타쿠쇼쿠는 신체 기능에 따른 식재, 칼로리구성, 배달시간을 고려한 택배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고령자를 위한 도시락 택배서비스는 2010년 기준 532억엔에서 2021년까지 1,060 억엔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량 포장·디지털을 이용한 판매 확대

고령화 진행으로 고령층들의 소비 비중이 늘어나고, 1인&2인 세대비중 또한 확대되면서 대용량 포장제품 보다 소포장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식음료 제품은 기존에는 농수축산물 위주로 소포장 제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공식품으로까지 많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2~3장씩 소포장 되어 판매되는 식빵이 인기이다. 일본 식빵은 대개 5~6장씩 묶어서 판매된다. 그러나 고령자와 1&2인가구에게는 한 번이 먹기에 양이 많다. '남기는 것은 아깝다'는 심리가 강한 고령자 세대의 심리를 이용해 제품을 더 소포장해 판매를 시작했고,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손쉽게 쇼핑할 수 있도록 단순히 온라인 쇼핑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옴니채널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온은 이온스퀘어(Aeon Square)온라인사이트를 구축해, 사이트내에서 구매하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픽업해 나가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온 그룹 내 대형 슈퍼체인인 ‘다이에’는 정기적으로 고령자에게 전화를 걸어 품목을 접수한 후 상품을 배송하는 좀 더 적극적인 통신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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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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