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스토리] '소상인 철학', 성장이 멈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기사입력 : 2017-12-31 14:45:00
[마켓뉴스 정슬기 기자] 일본사회의 변천사는 놀랄 정도로 우리 모습과 닮아 있다.
한국은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소비마저 얼어붙어 '한국경제의 일본화'라는 새로운 위기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정점을 맛본 이후 일본경제는 오랜 불황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활은 분명 과거보다 풍족해졌지만 빈부 격차가 생기고 극심한 소비사회가 되었고 소비가 끊임없이 늘어야지만 유지가 되는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공동체는 해체돼 철저히 개인화됐다.

균형이라는 국민경제의 논리보다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성장 논리가 우선시돼 블랙기업을 키웠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일본은 지난 2006년을 절정으로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는 일본이 더 이상 경제 발전을 배경으로 한 경제 체제나 국가 전략을 구성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이 단시간에 경제를 확대시켰지만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소비가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자본주의가 낳은 글로벌리즘이라는 정치·경제의 흐름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격차를 확대시켜 질서를 교란하는 요인을 낳았다. 격차가 너무 커져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중산층을 무너뜨렸다.

화폐를 도구로써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생각했던 인간사회는 어느새 그것에 휘둘리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의 축적으로 향하여 화폐가 인간 차별의 지표로 쓰이게 된 지금의 현실이 오늘날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변천사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요즘 빈번하게 들리는 말이 ‘일본화의 위기’인 것이다.

2018년 인구 절벽의 위기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도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 거의 도달했다.

이런 현실속에서 성숙을 다한 경제에 채찍질을 가해 경제성장을 재촉하는 것은 무모한 행위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잠시 멈춰서서 과거와 미래를 헤아리는 시간을 갖고 경제성장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 경제가 성장하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물건을 소비하고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을 사회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히라카와 가쓰미는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대안적인 생존 전략으로 ‘소상인’과 ‘탈소비’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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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시골 빵집 '다루마리' 단체 사진, 사진=도서출판 더숲, 부패하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다루마리는 '발효, 순환, 이윤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를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 삶, 이윤을 남기지 않고도 결코 망하지 않는 경영, 노동의 기쁨이 살아 있고 삶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사회를 지향한다.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 의미를 잘 표현한 것이 ‘소상인’이라는 단어다. 제로 성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삶의 자세로 소상인의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소상인의 핵심 가치는 땀방울이 없는 큰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소상인은 단순히 장사나 소규모 비즈니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규모만 작다고 해서 소상인이 아니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소상공인들은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고 일하는 것에 의미를 두며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며 일하는 방식이다

소상인 철학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곳으로 시골빵집 ‘다루마리’로 꼽고 있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될 때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은 곳은 '다루마리' 같은 소상인의 철학을 가지고 곳이었다. 그래서 소상인이란 다양한 외적 조건의 변화에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웃으면서 곤경을 극복해가는 생활방식이며 기업 철학이라고 말한다.

소상인은 고정 고객을 중시하면서 확대보다 지속을, 상품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만들고 단기적인 이익보다 현장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동의 의미나 기쁨을 느끼는, 삶의 가치가 살아있는 곳이다.

효율성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커가는 재벌기업,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한국 기업에서 노동의 기쁨과 인간적인 가치가 우선시하는 소상인의 철학은 공동체 속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참고자료: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히라카와 가쓰미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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