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머릿속 생각을 상품으로 만들다

기사입력 : 2018-01-06 22:45:00
[마켓뉴스 한기범 기자] 새로운 소기업 현상의 주체인 메이커스(Makers)는 '만드는 사람, 제조자, 제조업체' 등을 뜻하며, 사실 어느 시대나 존재해왔다.

인간은 누구나 ‘만드는 행위’에 대한 원초적 욕구가 있어서 무언가를 만들며 자아를 발견한다. 부엌에서 요리를 만드는 주부, 찰흙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그렇기에 메이커가 될 수 있다.

‘메이커’가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은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췄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 취미활동을 하는 DIY족이면서 동시에 제조 기업가이기도 한 새로운 혁신가 메이커스다.

머릿속 생각을 10분 안에 상품으로 만드는 시대

전 세계 산업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뛰어난 발명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조사를 찾지 못하면 제품 출시를 포기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개인도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또한 노동집약적 구조로 값싼 상품을 만들어내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경쟁력이 약해지고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제품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혁신적 웹 기업을 출범시키는 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제조업의 디지털화’에 있다. 각국에서 추진 중인 제조업 부활정책의 핵심과 미래 혁신기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3차원 설계도에 따라 한 층씩 소재를 쌓아 올려 입체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메이커스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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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제작, 사진=Clipartkorea

‘메이커’는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췄다. 평범한 주부가 블로그와 인터넷 쇼핑 플랫폼을 이용해 소호 점주로 변신하듯이, 소심한 대학생이 기숙사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세계적 SNS 서비스 CEO로 성장했듯이 처음엔 취미 혹은 일상의 작은 불편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던 평범한 자작 마니아가 단숨에 기업가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편히 쓰는 인터넷도 초기엔 세계 각지의 대형 연구소를 연결하기 위한 소수집단의 ‘특권’적 수단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인터넷의 발달로 최신 기술이 일반인에게 상용화되는 주기가 놀랍도록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이커 운동

어떤 발명품은 그것이 그저 발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한다.

1차 산업혁명 때는 다축 방적기나 증기기관 같은 발명품 덕분에 인간은 근육 대신 기계의 동력을 이용하면서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정신노동에 몰두하면서 근육이 아닌 지식이 인류의 힘이 됐다.

휴대전화, 인터넷 등의 발명품 덕분에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메이커 운동이 앞으로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산업혁명의 전조가 될 것이다.

메이커 운동이 이전 산업혁명과 구별되는 점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개인의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개발자들이 30년 전 최초의 PC를 통해 눈부시게 변화할 미래를 엿보았듯이 메이커 운동 세대는 3차원 프린터 등을 통해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있다.

현재 메이커 운동은 1차 산업혁명에 필적하는 규모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활동에 국한되었던 이런 현상이 대중화하고 있는 것은 제품의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3D 프린팅 기술 등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메이커 운동이 바꿀 혁신적 산업 패러다임

현재 불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디지털화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1. 대량 생산 → 개인의 맞춤형 생산: 디지털 도구 등을 이용해 개인이 원하는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게 가능해진다.

2. 오픈소스를 통한 제품의 질 향상: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과 제품 디자인을 공유하고 공동작업해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다.

3. 공급체인(공장) 개방: 기업에게만 개방되던 공장을 마우스 클릭 한 번과 신용카드 결제만으로 개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장부지 마련을 위한 부담이 줄어든다.

4.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민주화: 거대자본이 없어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투자를 받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민주화를 촉진시킨다.

5. 발명가가 곧 기업가인 시대: 발명가가 단지 제품의 로열티만 받고 끝나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발명품이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현실세계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메이커 세대는 컴퓨터 모니터를 넘어선 진짜 현실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과거에 발명가는 아이디어를 내면 제품을 출시하고 로열티만 받았으나 오늘날 발명가는 기업가가 되는 시대다.

현재 불고 있는 메이커 운동의 목적은 이렇듯 거대자본이나 권력이 없는 일반인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거대 공장을 원하는 만큼 이용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민주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기업의 시대가 아닌 똑똑한 개인의 시대

메이커 운동으로 개인이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이 대기업을 위협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설립되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회사 로컬모터스가 그 대표적 예다. 로컬모터스는 자사가 처음 생산해낼 차 랠리파이터의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한 공개 콘테스트를 열었다.

전체적인 차체 디자인 부문의 우승자는 디자인 아트센터 칼리지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학생 김상호 씨였다. 그 외 전체적인 디자인을 결정한 뒤에도 10여 가지의 서브 조립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한 콘테스트를 열었고,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기존의 대량생산 자동차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디자인을 생각해냈다.

이런 로컬모터스의 진가는 2011년 초에 입증됐다. 2011년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구소가 ‘실험적 크라우드 기반 전투 지원 차량’디자인을 공모했는데 로컬모터스 커뮤니티는 여러 회사를 제치고 우승했다. 한 달 뒤, CEO 제이 로저스는 이 디자인으로 제작한 차량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소니의 신제품 출시 실패사례도 눈길을 끈다.

2012년 4월 12일, 소니는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발표했다. 예전 같았으면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겠지만, 이날 소니의 신제품 발표는 완전히 묻혔다.

하루 전에 작은 스타트업 팀이 자신들의 스마트워치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팀이 만들려는 페블 스마트워치가 소니의 스마트워치보다 나았다는 것이다.

보통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는 글자를 읽기가 어렵지만 페플 스마트워치는 햇빛이 비춰도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소니의 칼라 OLED 디스플레이보다 야외에서 사용하기 편했다. 게다가 사용가능한 앱이 더 많았고 가격도 소니보다 25퍼센트 가까이 싼 115달러였다.

킥스타터 덕분에 페블 스마트워치는 소니 스마트워치 판매량을 앞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3주일이 지나자 후원금액이 1,0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선판매한 스마트워치 물량은 85,000대를 돌파했다. 한 달에 걸친 킥스타터 모금 활동 기간이 끝나기 전에 페블 팀의 스마트워치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워치로 등극했다.

주목할 점은 페블 디자인 팀이 제품을 만들며 후원자들에게 반응한 방식이다. 후원자들이 방수기능이 뛰어난 스마트워치를 원하자 페블 팀은 손목에 차고 수영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설계했다.

인터넷의 미덕은 발명도구뿐 아니라 생산도구도 민주화했다는 점이다.

어떤 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프로그램 제작 기술도 별로 필요 없고,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배우면 된다. 그리고 특허도 없다. 키보드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수십억 명의 소비자가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팔 수 있다.

오늘날 새로운 제조자 운동의 목적은 100년 전 거대 공장들의 대두로 시장에서 밀려난 재봉틀과 소규모 기계 공장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거대자본이나 권력이 없는 일반인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거대 공장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조자 운동은 지역적으로 발명하고, 지구적으로 생산하여 개인 취향에 따라 규정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신세대 제조자들은 대량 생산업체들이 선보이는 대중 취향의 획일적 기성품 대신에 대중과 다른 관심사, 열정, 필요를 가진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좁은 틈새시장에 집중해 더 많은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차별적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상품을 수천 개씩 생산하는 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생산자의 혁신이 모여 산업경제를 재창조할 것이다.

근로자 수십만 명을 고용해 대량생산 제품을 파는 대기업이 하나 있으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소기업 수천 개가 공존할 것이다.

대기업과 소기업이 함께 제조업계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참고자료: Makers : the new industrial revolution

한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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