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베테랑 상인들의 장사 이야기

기사입력 : 2018-01-14 03:00:00
[마켓뉴스 한승균 기자] 결국 '상인'에게 답이 있다

20여만 개의 점포, 35만 명이 넘는 상인들의 생업의 터전인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 가운데 하나이다.

경제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쏟아져 나오는 많은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들이 역설적으로 전통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대형마트, SSM, 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 시스템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풀뿌리 소상공인인 전통시장 상인들은 더욱 위축되어가는 상황이다.
과연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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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사진=Clipartkorea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전통시장에 대한 재이용이나 추천 의향이 없는 이유’로 다양성, 품질, 가격, 청결, 불친절, 신용카드 사용 불편 등 ‘상인 고유의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65.1%를 차지했다.

반면에 주차장 등 시설 문제에 불만을 갖는 비율은 34.9%에 그쳤다.

이 수치는 지금까지는 ‘시장의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상인의 혁신’에 관심을 기울일 때임을 말해준다.

베테랑 상인들의 진짜 장사 이야기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 확률이 60~70%이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차알스 홀리데이 전 듀폰 회장의 말처럼, 지금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변화 혹은 변신의 필요성은 절박하다.

전통시장의 주체는 '상인'이다. 상인들 가운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절실함과 성실함으로 성공의 디딤돌을 놓아온 시장상인들이 있다.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자신만의 방식과 철학으로 당당하게 사업을 영위해가는 진짜 상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자칫 무기력함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 쉬운 풀뿌리 서민경제의 주역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해준다.

사실 이들은 유별나지 않다. 시장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직물점, 신발가게, 식육점, 생선가게, 젓갈가게, 건어물점, 야채가게 등을 운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은 남다르다.

양복지 판매상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저렴한 두루마기 한복지, 보다 실용적인 승복지를 개발해 시장을 넓힌 상인이 있다. 또 전국에서 신발을 가장 잘 판다는 고수를 찾아다니며 악착같이 매달려 판매 노하우를 익히기도 한다.

외국인 고객이 늘어나자 그들을 보다 더 잘 알기 위해 외국의 현지 시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늦은 나이에도 외국어를 배우며, 젓갈과 토굴을 관광상품으로 연계하는가 하면, 품질 하나를 믿고 무수한 여행가방이 닳도록 전국을 누비기도 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객이 늘어나자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의 현지 시장을 돌아보며 그들이 어떤 부위의 고기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지 직접 체험하기를 마다하지 않은 식육점 상인도 있다.

또 열네 살부터 수산물 시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멸치, 양식 전복, 수입 새우 등 제주도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커다란 사업기회를 발굴해낸 상인도 있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후 대형마트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신발을 구비해 오히려 매출을 늘린 상인도 있다.

이처럼 이들은 평범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성공 지혜를 숙성시키며 위기와 정면으로 승부해온 것이다.

그들은 시장의 작은 가게일지라도, 아니 작은 가게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전력을 다해 찾았고 그를 통해 우리의 골목을 든든히 지켜오고 있다.

이들 강소상인 사례에서 저자들이 찾아낸 성공의 키워드는 ‘ST·R·O·NG’으로 요약된다.

우선, 성공한 강소상인들은 공통적으로 절실함, 성실성 같은 ‘상인정신(Spirit)’과 ‘명확한 목표 설정 능력(Target)’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상인의 필수덕목을 토대로 마케팅 혁신, 제품 혁신, 운영 혁신의 세 가지 성공 전략을 제시한다.

‘고객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라(Relation)’, ‘남이 만들 수 없는 아이템에 집중하라(Only one)’,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고 기본에 충실하라(Network & Ground)’가 각각의 혁신 유형별 성공 키워드이다.

숨어 있는 강소상인들, 그들의 한마디

“한판 멋지게 해서 평생 먹고살 큰돈을 버는 방법은 시장바닥에는 없습니다. 한 군데서 진득하게 성실히 영업을 하다 보면 궂은 날, 좋은 날 다 만나게 마련이죠. 장사가 늘 잘되란 법도 없고, 언제까지 안 되란 법도 없어요… 저는 장사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웁니다.”
- 서울광장시장 동양직물 김기준 대표

“장사는 고객이 있어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야 해요. 제일 중요한 건 정직이에요. 오늘은 고객을 속일 수 있어도 내일도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고객들도 다 알아요. 제일 빨리 알죠.”
- 김해동상시장 유성식육점 오경란 대표

“누구나 장사를 하면 돈을 벌려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이익을 위해서만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에는 더디게 생각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 목포종합수산시장 해양수산 김하경 대표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중요합니다. 과거에서 발전되어 현재가 되고 현재가 발전되어 미래가 오지 않습니까? 이 중간 중간에는 변화라는 단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충남광천시장 하서방광천토굴새우젓 하창수 대표

“시장 점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본인도 잘되고 이웃에도 도움이 되는 점포가 있는가 하면, 이웃 점포나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포도 있습니다. 저는 골든슈가 이웃 점포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발을 사러 왔던 고객들이 옆 점포에서 옷도 사고 과일도 사고 그러는 거거든요.”
- 논산화지중앙시장 골든슈 백광복 대표

“장사를 하다 보면 한순간 불처럼 일어나는 때가 있죠. 돈을 버니까 기분은 좋겠지만 여기에만 맛을 들이면 안 됩니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보는 눈이 생기고 기회를 판단하는 감각도 생깁니다.”
- 제주동문수상시장 제주수산 고경희 대표

“죽기 아니면 살기로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렇게 나가서 장사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 부산국제시장 아이하시 김정애 대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공부를 멈추면 안 됩니다.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받아들여야만 발전할 수 있거든요. 발전하지 않는 삶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후퇴하는 삶이라고 봐야지요.”
- 부산신평골목시장 우리과자집 손정복 대표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사람은 결국 ‘소탐대실(小貪大失)’하게 되어 있지요.”
- 대구칠성시장 대덕상회 유충식 대표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슬로건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장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요즘 청년들이 돈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들이 여기 와서 우리 모습을 보고 ‘이렇게 살면서 행복한 사람들이 있구나, 그런데 내 꿈은 뭐였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역시 우리가 여기에서 장사를 하는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 전주남부시장 청년몰 제1호 점포 카페나비 정영아 대표

“오자사처럼 작은 점포에서는 한 가지 상품이라도 ‘최고’라는 평판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작은 점포가 고객을 잃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 일본 오자사 이나가키 아츠코 대표

“장사가 잘되는 비결은 가게가 판매하고 싶은 야채가 아니라 고객이 먹고 싶은 야채를 파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겠다는 의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무엇이든 혁신하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 일본 안신야 스즈키 아키라 대표

참고자료: 나는 골목의 CEO다, 전통시장의 부자상인들

한승균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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