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스로 길 찾는다..."구글 딥마인드, 인간 GPS 도전"

기사입력 : 2018-05-10 17:40:00
[마켓뉴스 조서연 기자]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가 이번에는 낯선 곳에서 빨리 지름길을 찾는 동물의 본능적인 위치 감각에 도전장을 냈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구글 딥마인드와 런던칼리지대 연구팀은 동물 뇌에서 위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기능을 모방해 포유류와 같은 길찾기 능력을 가진 AI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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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사람은 복잡한 미로나 낯선 공간에 가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는다. 가장 짧은 길을 본능적으로 찾아내기도 한다. 쥐와 같은 다른 포유류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포유류가 처음 들어간 공간에서 길을 찾는 원리를 연구해 왔지만 이를 모방하지는 못했다. 사람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은 바둑과 같은 게임이나 물체 인식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간 파악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동물의 길찾기 능력은 뇌의 ‘격자 세포’라는 특수한 신경세포에서 나온다. 이들 신경세포가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처럼 동물들이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파악하도록 규칙적인 신호를 쏜다. 거리와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두 지역을 이동하는 경로를 계획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격자 세포라는 말은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브리트 모세르, 에드바르 모세르 노르웨이과학기술대 교수 부부가 처음 쓴 말이다. 이들은 쥐가 특정한 위치를 지나갈 때마다 활성화하는 신경세포들이 특정한 패턴이 있음을 처음 알아냈다. 격자 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지점들을 공간에 표시해보면, 격자 세포의 활성화는 공간에서 육각형 구조의 패턴으로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길을 찾는 탐색 훈련을 진행했다. 설치류가 먹이를 찾는 패턴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을 시켰다. 격자 세포를 비롯해 특정 위치를 인식하는 위치 세포, 머리 방향에 따라 작동하는 방향 세포가 작동할 때 쥐가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을 학습하게 한 것이다. 이 AI는 가로 세로 각각 2.2m에 설치된 미로에서 반복적인 길찾기 훈련을 받았다.

그동안 격자 세포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연산의 복잡성 때문에 이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네이처는 “격자 세포가 공간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은 물론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방위각의 변화량과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벡터 기반 탐색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소리를 인지하거나 팔다리를 조절하는 뇌 영역에 관한 이론을 시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현재 동물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샨 쿠마란 딥마인드의 선임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사용하는 능력은 동물들이 언제나 최단거리나 직선거리를 이용하려는 행동과 비슷하다"며 "격자세포가 있으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인간보다 훨씬 높은 수행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공지능 영역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현재까지 인공지능은 물체 인식, 체스 게임, 그리고 포커 수준에서의 '초인적' 수준을 보여줬지만, 효율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 수준의 인지수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외에도 다른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뇌활동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 온 것을 고려하면, 반대로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밝혀지지 않은 뇌 활동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를 이용하면 인간이나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 필요가 없다.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뇌과학자 카스웰 베리는 "인공지능 연구를 뇌의 여러가지 다른 기능을 연구하는 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인공지능 연구는 다른 연구에 시험대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샨 쿠마란은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의 연구는 인간의 방향감각 밑에 있는 신경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 프란체스코 사벨리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놀라움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라며 "이 인공지능 모델에서 격자세포의 도입은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조서연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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