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커스] 고유가·강달러·무한경쟁 ‘트리플 악재’ 마주친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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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포커스] 고유가·강달러·무한경쟁 ‘트리플 악재’ 마주친 항공업계
  • 배요한
  • 승인 2019.05.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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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뉴스 배요한 기자] 최근 항공업계가 대형항공사(FSC)의 경영권 분쟁 및 M&A 이슈로 시장의 관심이 쏟아진 가운데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하고 있다.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항공업종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단기 주가 상승은 긍정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제유가 고공행진 ▲달러 강세 ▲업계 경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국제유가 추가 상승압력 높아져

5월 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면제가 종료된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로 더욱 상승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항공사는 업계 특성상 유가 움직임에 수익성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높아 실적 우려감은 가중되고 있다. 항공사 비용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매출액 대비 20~30%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1달러(0.7%) 상승한 63.91달러를 기록해 올 초 대비 약 35% 올랐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0.76달러(1.1%) 오른 72.8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40% 가량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1개국의 감산 이행률이 지난 3월 135%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의 베네수엘라, 이란 제재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감도 높아지면서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는 통상 달러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지만, 최근 유가는 달러 강세에도 공급 차질 우려로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는 추가 상승 전망이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증가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은 국제유가에 대해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공급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OPEC의 감산연장,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 증대로 다소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김소연 연구원은 “이미 원유시장 수급이 빠듯한 가운데 OPEC은 사우디의 주도로 감산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제재에 따른 베네수엘라 원유생산 차질과 리비아 내전 및 알제리 정정불안으로 원유공급 감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300만 배럴로 유가 1달러 변동 시 3300만 달러(한화 약 383억)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 국내 대표적인 LCC업체인 제주항공은 유가가 5% 변동 시 약 169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KB투자증권은 국제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1984억원, 1155억원, 33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2년 3개월래 최고치...강달러 리스크 고개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재 구입 및 리스비 등 차입비용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항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화환산손실이 확대돼 수익성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70원 오른 116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말 원달러 환율이 약 1070원임을 감안할 때 1년 만에 약 100원 가까이 올랐다.

환율 강세는 한미 기준금리 차이 및 경제지표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하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1분기 GDP 성장률은 3.2%를 기록해 달러 대비 원화 약세는 더욱 심화됐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246억원, 208억원, 98억원 감소한다. 현재 환율이 작년 대비 100원 가까이 오른 만큼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항공사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1분기 당기순이익에 대해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화환산손실(약 1800억원)이 반영되며 적자전환 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3% 감소한 3조934억원, 영업이익은 13.1% 하락한 1445억원으로 예상했다.

◆노선 3곳 추가로 LCC 총 9개...하늘 길 무한경쟁 시대

최근 3곳의 LCC노선이 추가되면서 항공사들의 하늘 길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여객 수요는 매년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원화 가치하락 영향으로 여객 수요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반면 항공사들의 좌석 공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항공업계가‘제살 깎아 먹기 식’출혈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5일 국토교통부는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 3곳에 항공운송면허를 신규 발급했다. 2016년 2업체에 불과하던 LCC 노선은 2018년 6곳, 2019년에는 9개사로 증가해 3년 만에 4배가 늘어나게 됐다.

국내 LCC들의 경쟁은 이미 치열한 상황이다.

2018년 7월 이후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증가율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연간 약 14.3%, LCC는 약 23.7% 늘었다. 이 때문에 LCC들의 편당 승객수(국제선 출발도착 여객수/이착륙회수)는 전년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LCC 특성상 편당 승객수가 줄었다는 것은 편당 빈 좌석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LCC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최근 설립 인가를 받은 신규 LCC들은 이러한 경쟁양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경쟁이 가열되면 항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초특가항공권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손실을 떠안고 점유율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고정비가 높은 항공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격을 낮춰서라도 좌석을 채우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기존 LCC들의 공급 증가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LCC들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공급을 늘리고 있어 원가 및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요한 기자 superb.yo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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