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천문’, 역사의 틈을 채운 신선한 상상력..세종과 장영실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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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문’, 역사의 틈을 채운 신선한 상상력..세종과 장영실을 그리다
  • 조정원 연예부 기자
  • 승인 2019.12.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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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과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배우들인 최민식, 한석규를 통해 스크린에 그려졌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이하 ‘천문’)는 흔히 이야기하는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과 발명품을 열거하는 것이 아닌, 역사의 틈에서 시작된 신선한 상상력으로 인간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담았다. 한 줄의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이 만나 두 천재의 숨겨진 이야기가 탄생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위대한 업적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여기에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2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최민식과 한석규의 소식만으로도 설렘을 자아낸다.

세종의 오랜 염원이었던 천문 사업과 그 뜻을 20년 동안 함께한 벗 장영실. 누구보다 장영실을 총애했던 세종이 한 순간 어떤 이유로 장영실을 내쳤는지, 장영실은 왜 모든 것을 받아들였는지,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나라의 왕과 관노라는 출신 성분을 뛰어넘어 ‘과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순수하면서도 뜨거운 두 남자의 만남에 절로 가슴이 울컥한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현실 속 케미스트리를 ‘천문’ 속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에 담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장영실을 처음 본 세종의 눈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과 닮아 있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영실이 세종에게는 마법사와 같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출신 성분 때문에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던 장영실에게 세종 또한 마법사 같은 존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에게 마냥 행복한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문 사업이 명나라에 발각되고, 장영실은 사대의 예를 어겼다는 죄목 아래 명나라로 압송될 위기에 놓인다. 주위를 둘러싼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눈빛만으로 대화를 나누는 세종과 장영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같은 꿈을 꿨던 두 천재의 만남은 긴 여운을 남긴다.

‘천문’에는 최민식과 한석규 외에도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오광록, 김원해, 임원희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긴장의 완급조절을 돕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도 제작진의 많은 노고가 서려 있다. 장영실의 발명품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노력한 덕분에 우리에게도 친숙하면서도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또 촬영 기법부터 의상까지 각각의 캐릭터에 맞춰 디테일함을 살렸다. “새로운 장비가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는 이모개 촬영 감독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천문’은 역사가 알려주지 않았던 세종과 장영실의 틈을 제작진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가득 채웠다.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장영실을 곤장 80대형에 처하게 한 세종과 이후 모든 기록에서 사라져버린 장영실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천문’은 오는 26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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