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①] ‘베어 더 뮤지컬’ 김리현표 피터, 1500:1 경쟁률 뚫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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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①] ‘베어 더 뮤지컬’ 김리현표 피터, 1500:1 경쟁률 뚫은 비결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1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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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변진희 기자] 김리현은 뮤지컬계 떠오르는 신예다. 지난 2019년 뮤지컬 ‘머더러’로 데뷔한 그는 ‘음악극 리차드 3세 – 미친왕 이야기’에 이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베어 더 뮤지컬’의 주인공 피터 역으로 발탁돼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의 초연, 재연을 관람했었는데 그때부터 작품에 대한 힘을 강하게 느끼고,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제가 ‘베어 더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너무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한 거예요. 연강홀이라는 공연장도 뮤지컬 배우로서 꼭 서고 싶었던 곳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죠.”

김리현이 연기하는 피터 역은 말할 수 없는 사랑의 비밀로 고뇌하는 인물이다. 진실한 사랑을 했지만 외면받은 피터는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 특히 김리현은 오디션을 통해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처음에 오디션 서류를 넣을 때는 ‘과연 될까?’라는 마음이 컸어요. 1차 오디션을 볼 때, 제가 다른 오디션을 같이 준비 중이던 때라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하고 싶은데 어쩌지?’라고 생각하던 중에 좋은 기회로 2차까지 붙었고, 3차 때는 칼을 갈고 준비해서 갔죠. 그때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피터처럼 멋있게 꾸며서 오디션을 봤더니 캐스팅이 된 것 같아요.(웃음)”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피터(기세중, 오승훈, 정휘, 김리현)와 제이슨(문성일, 임준혁, 홍승안, 김진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성 세실리아 학교의 킹카인 제이슨과 비밀리에 교제 중인 피터는 커밍아웃을 원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까 걱정돼 거부한다. 김리현은 피터에 대해 “사랑에 대해 진실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아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베어 더 뮤지컬’을 처음 봤을 때, 피터는 너무 매력적인 친구였어요. 외적으로 봤을 때는 여리게 보일 수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단단해지고 가치관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행동을 봤을 때도, 참 단단하고 멋진 아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피터 역을 꼭 맡고 싶었어요.”

김리현과 함께 기세중, 오승훈, 정휘가 피터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네 사람은 같은 피터를 연기하면서도, 각자만의 캐릭터 해석과 디테일로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김리현은 “피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 이미지를 잡아갔다”면서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했다.

“제가 중점으로 생각한 부분은 ‘피터의 가치관이 어떻게 성장하는가’ 였어요. 피터가 초반에 왜 그런 꿈을 꾸기 시작했고, 제이슨과의 관계를 알리고 싶어 하는지, 피터에게 어떤 심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만의 디테일이라고 한다면, 각 제이슨을 대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제이슨에게는 배신감을 크게 느끼는 장면이 있다면, 다른 제이슨에게는 내가 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김리현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기한 장면으로 ‘Pilgrim's Hands(순례자의 손)’와 ‘Absolution(사죄)’을 꼽았다. ‘Pilgrim's Hands’는 극 중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피터가 아이비를 대신해 줄리엣을 연기하며 로미오 역의 제이슨과 합을 맞추는 장면이며, ‘Absolution’은 제이슨이 세상을 떠난 후 피터가 신부님을 찾아가 감정을 쏟아내는 신이다.

“처음에 ‘순례자의 손’을 연습할 때, 제가 제이슨의 얼굴을 제대로 보질 못했어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슬펐는데, 연출님께서 ‘두 사람은 그냥 이별을 한 건데 너무 비극적인 표정을 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하니, 제가 너무 결말을 알고 연기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노선을 잡았죠. 2막 초반 ‘Wedding Bells(웨딩 벨)’에서 제이슨의 로미오 연기를 보면서 '내가 저 상대역이었다면'을 무의식중에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순례자의 손' 때도 피터에게 줄리엣 역을 대신해보라고 했을 때, 속으로는 엄청 행복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했을 때 기뻤어요.”

‘Absolution’은 대본을 정말 많이 연구하고, 형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준비했어요. 피터가 과연 하느님을 용서했는가에 대해 각 배우마다 조금씩 생각이 달랐는데요. 피터가 ‘신부님도 용서해요’가 아니라 ‘신부님을 용서해요’라고 말하기 때문에, 저는 피터가 하느님에 대해서는 갈피를 못 잡았지만 ‘인간인 신부님은 용서해요’라고 말하는 거라 해석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을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어린 피터에게 신앙심의 깊이가 그 정도까진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김리현은 공연 도중 많은 눈물을 흘린다. 그는 제이슨과 아웃팅을 두고 갈등하는 ‘Best Kept Secret(베스트 킵 시크릿)’과 ‘Ever After(에버 에프터)’, 엄마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하려고 하는 ‘See Me(씨 미)’, 제이슨에게 졸업장을 건네며 마주하는 커튼콜 등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게 되지만, 사실은 눈물을 참고 또 참으며 단단해지는 피터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연습할 때는 단단해진 피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울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을 하면서 상황이 닥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커튼콜에서 피터가 제이슨에게 졸업장을 주는데 그때는 마음이 진짜 울컥해요. 본 공연에서는 제이슨이 졸업을 못하고, 나디아가 대신 졸업장을 빈 의자 위에 올려두거든요. 커튼콜 때나마 제이슨을 졸업시켜주는 기분이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매번 공연을 라이브로 선사해야 하는 만큼 체력 관리는 필수다. 김리현은 “그동안 무대에서 퇴장을 많이 하지 않는 역할을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면서 “그래서 홍삼, 비타민, 도라지즙 등을 챙겨서 먹고 있다. 공연 전에 일찍 일어나서 목도 풀어준다”고 자신만의 관리 방법을 이야기했다.

“무대를 하는 게 정말 즐거운 만큼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공연이 보통 약 2~3 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캐릭터에 집중해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커튼콜 때도 관객분들 앞에 서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요. 가끔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제 이름을 검색해서 영상, 사진, 반응들을 보는데, 캐스팅 보드 사진과 함께 후기를 정성껏 써주시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가장 기분 좋은 말은 ‘정말 피터 같다’예요. 연기, 노래, 춤 칭찬도 감사하고 영광이지만 관객들께 피터로 잘 보여지는 게 가장 기쁜 것 같아요.”

정식 데뷔 전 독립영화로 연기 활동을 하던 김리현은 우연히 찍게 된 뮤지컬 영화를 계기로, ‘머더러’의 오디션을 봤고 토미 역으로 발탁돼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그렇게 운 좋게 시작한 뮤지컬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뮤지컬 ‘구텐버그’를 해보고 싶어요. 매번 작품에서 힘들고, 많이 우는 캐릭터를 해서 재밌는 역할도 해보고 싶거든요. 나중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제 목표는 ‘김리현’이라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공연을 다 끝나고 나왔을 때 ‘피터 정말 좋더라’처럼 배역 이름으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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