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박시원 “슬럼프 겪던 저를 살린 ‘더 모먼트’·기다려준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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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 박시원 “슬럼프 겪던 저를 살린 ‘더 모먼트’·기다려준 팬들”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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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변진희 기자] “배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더 모먼트’를 만났어요. 저의 공허함을 많이 채워준 작품이죠. 이름도 개명하고,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박시원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버린 상태,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한 작품까지 엎어지면서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더 모먼트’ 제안, 고심 끝에 합류를 결정한 박시원은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원래는 3~4월 뮤지컬 ‘아이다’ 지방 공연을 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취소되는 바람에 5개월째 공연을 안 하고 있어요. 사실 올해 저에게 작품 라인업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방송 쪽에 아는 분들과 작업하려고 했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여기에 여러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서 굉장히 치진 상태에서 ‘배우를 그만두고 장사할까?’라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네가 무대를 떠나서 식당이나 카페를 하면 잘할 수 있겠어? 그립진 않겠어?’라고 묻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러던 중 ‘더 모먼트’의 사내 역을 맡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감사하게도 참여하게 됐어요. 이걸 하면서 제 안의 공허함이 많이 채워졌어요.”

박시원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더 모먼트’, 그는 어느 때보다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8일 개막을 앞둔 가운데, 현재 배우들은 연습을 거듭하며 합을 맞추고 감정선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다.

“인물의 초반과 끝을 관통하는 것들이 흐려지지 않도록 보완하고 있는 단계예요. 시점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들도 있고, 코미디가 약간 가미돼 있기 때문에 어떤 게 좋은지 해보면서 맞추는 후반 작업 중이에요. ‘더 모먼트’가 초반에는 재미 위주라면 후반에는 정보 전달과 반전에 주력해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갈지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어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박시원이 연기하는 사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랫동안 폐인생활을 하며,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버텨온 인물이다. 박시원은 자신이 해석하고, 노선을 잡은 사내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항상 강한 이미지의 역할만 하다가, 이번에는 지질한 면이 있으면서 순정파 같은 모습도 있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덩치는 크면서 자기보다 작은 애한테 제압당하고, 그런 모습이 웃겨요. 하지만 초지일관 사내는 심각하죠. 사내는 사랑했던 여자를 더 보듬어주고 신경 써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은 인물이에요. 자신에게 처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하나의 목표를 오랜 기간 동안 찾아다니고, 그러다 모르는 사이에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쓸쓸한 캐릭터예요. 개인적으로는 사내의 아픔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더 깊게 표현하고 싶고요.”

박시원을 포함해 원종환, 유성재가 함께 사내 역으로 캐스팅됐다. 세 사람은 연습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의 특성을 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원종환이 특유의 호탕하고 리더십 있는 면모로 연습 현장을 리드하고 있다.

“원종환 배우가 잘 리드하고 있고, 저희는 좋은 건 좋다고 수렴하고 아닌 건 피드백을 주면서 맞춰가고 있어요. 사내는 어떤 사건에 대해 남자, 소년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인데요. 그 정보를 전달하는 시점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워낙 다들 베테랑이라 믿고 가고, 저는 숟가락을 얹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더 모먼트’는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3극인 만큼 사내, 남자, 소년 세 캐릭터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중요하다. 박시원은 남자(강정우, 주민진, 유제윤 분), 소년(김지온, 홍승안, 정대현 분)과의 호흡에 대해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루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남자들, 소년들 모두가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서로가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저는 각 배우에 따라 유동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제 대사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받아칠 부분은 받고, 그래야 서로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잘 흘러갈 것 같아요. 공연을 여러 번 진행하다 보면 ‘이 친구는 여기서 이렇게 한다’라는 걸 알게 돼서 자연스럽게 맞춰지더라고요. 상대방도 ‘시원 형은 이렇게 했지’라면서 잘 맞춰주지 않을까 싶어요.”

박시원은 각기 다른 캐릭터가 존재하는 ‘더 모먼트’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비유했다. 세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고 알아가는 부분에서 코미디가 펄쳐지는가 하면, 반전 전개로 몰입을 선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나쁜 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 명의 캐릭터가 ‘더 모먼트’에도 나오니까요. 영화를 보면 세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하는데 웃기잖아요. ‘더 모먼트’도 딱 그런 것 같아요.”

‘더 모먼트’는 소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참신한 무대 연출을 구상 중이다. 박시원의 설명에 따르면 무대 전체는 산장 안의 모습을 하고 있고, 배우와 더불어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무대에 함께 공존할 예정이다. 또한 극이 전개될수록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게 되는데, 이에 대해 박시원은 “어떤 물건이 언제 사라지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궁금증을 자극했다. 더불어 박시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인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나의 별은 너였어’예요. 가사가 너무 슬픈데,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내용이에요. 그 노래를 부르는 신의 감정과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걸 잘 살려서 표현하고 싶어요. 또 남자와 소년에게 어떤 사건을 이야기해줄 때가 있는데, 그 부분을 진지하게 잘 설명하고 싶고요. 또 다른 하나는 엔딩 장면이에요. 저의 모든 걸 다 쏟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나거든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박시원은 코로나19로 공연 무산의 경험을 한 만큼, ‘더 모먼트’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남다른 각오를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우선 다들 힘든 시기지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일이 없어서 쉬고 있는 동료도 너무 많고, 갑자기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아서 속상하거든요. ‘더 모먼트’는 끝까지 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사실 올해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폐인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무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길이 끊긴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 옆에 다른 길이 생기더라고요. ‘더 모먼트’가 저를 살렸어요.”

무대를 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 박시원은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노래와 연기였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나를 기다려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 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저를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참 감사해요. 사실 뮤지컬을 그만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팬분들이에요. 제가 지쳐있을 때 ‘잘하고 있어요’, ‘저희가 뒤에서 버티고 있을 테니 힘내세요’라는 말을 해주셔서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그분들 덕분에 제가 살았다고, 떠나지 않게 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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