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②] ‘루드윅’ 김준영 “베토벤의 모습 통해 관객들께 용기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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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②] ‘루드윅’ 김준영 “베토벤의 모습 통해 관객들께 용기 드리고 싶다”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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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변진희 기자] 훈훈한 비주얼과 신선한 연기로 대학로에서 탄탄히 팬덤을 구축 중인 김준영이 베토벤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올리는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에 참여하는 그는 극 중 1인 2역에 도전, 캐릭터 변신에 나선다.

김준영은 최근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는 28일 폐막하는 ‘알렉산더’ 공연에 한창이다. 더불어 오는 30일 개막하는 ‘루드윅’ 준비 역시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동시에 여러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하며 겪는 고충을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작품을 동시에 하더라도, 매번 다른 색깔의 극을 했기 때문에 헷갈렸던 적은 없어요. 너무 비슷한 성향의 작품이나 캐릭터를 동시에 하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공연을 하고 있어요. 물론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있어요. 밝은 극을 했다가 다음날 어두운 극을 하면서 확 바꾸니까, 그런 편차로 인해 감정적인 소모가 있긴 하더라고요.”

현재 즐거운 분위기 속 ‘루드윅’을 준비 중이라는 김준영은 “긴장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앞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로 함께한 제작사 과수원뮤지컬컴퍼니와의 연으로 이번 ‘루드윅’에도 참여하게 됐다.

“과수원 대표님의 픽을 받았어요.(웃음) 작품에 참여할 때,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끌릴 때도 있고 반대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에 끌릴 때도 있는데요. ‘루드윅’의 경우 작품을 보지 못한 상황이었고, 이전에 같은 캐릭터를 맡았던 배우분들을 보니 저와 너무 다른 이미지더라고요.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제안을 주셨지?’라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면서 저만의 색깔로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루드윅’은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작품이다. ‘루드윅’은 모차르트를 향한 동경과 질투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하는 베토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초연, 재연 당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준영은 베토벤의 청년 시절과 베토벤의 조카로 2역을 맡았다.  

“30대 정도의 나이에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던 베토벤이 갑자기 청력을 잃게 돼요. 모든 세상이 내 것 같았는데, 갑자기 청력 장애라는 시련이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내면을 표현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요. 또 다른 인물인 카를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음악을 억지로 하면서 베토벤과 갈등하게 되고, 베토벤의 병적인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캐릭터예요. 1인 2역을 연기하게 됐는데, 어렵긴 해도 무대에서 각기 다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밌어요. 배우로서 매력적인 일이거든요.”

꿈, 피아노, 삶, 모든 것을 부정하던 젊은 시절,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청년 루드윅 역에는 김준영을 비롯해 양지원, 박준휘, 조환지가 이름을 올렸다.

“이전에 ‘루드윅’에 참여했던 준휘나 환지는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라, 같이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많이 받아요. 4명의 배우들이 모두 색깔이 달라서 보는 재미도 있어요.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라는 고민도 해보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연구도 많이 해요. 청년 루드윅이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할 때가 많은데, 어떻게 관객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을 다 같이 고민하고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여러 배우들이 같은 역할을 맡고 있더라도, 배우마다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조금씩 다른 인물을 그려내는 것이 ‘N차 관람’을 부르는 포인트다. 김준영만의 디테일을 묻자 “영업 비밀이다”라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에게서 비슷한 경험을 확장시키려고 했어요. 음악가가 청력을 잃은 상황은 제가 상상도 못할 정도라 공감하기 어렵잖아요. 만약 뮤지컬 배우로서 목소리를 잃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면서 연기했어요. 베토벤에게 집착을 당하는 카를도 최대한 저의 기억을 꺼내서, 인물에 가깝게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루드윅’은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으면 들통나는 극이라, 최대한 저로부터 출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김준영은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마리가 부르는 ‘나의 옷’과 루드윅이 부르는 ‘운명’을 꼽았다. 그는 넘버의 멜로디는 물론이고, 가사에 담긴 캐릭터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는 노래다”라고 말했다.

“’나의 옷’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마리의 해방감이 느껴져요. ‘운명’은 청력은 잃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내 안에 음악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깨닫는 순간을 표현한 노래예요. ‘나는 끝났다’라고 생각하다가, 다른 방법으로 염원하던 걸 할 수 있게 됐을 때의 희열감을 드러내는 노래라 가장 좋아요.”

베토벤이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것처럼, 김준영은 ‘루드윅’을 본 관객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연에 임할 예정이다. 단순한 공연의 재미를 넘어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김준영이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도 명곡을 썼고, 억압받는 시대에서 여성인 마리는 무언가를 하고자 노력해요. 그 모습을 통해 관객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실패할 때도 있지만, 도전도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과정을 겪은 후 실패를 맛보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뜨거운 열정을 드릴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것 같아요.”

사진=손해선 기자
사진=손해선 기자

김준영은 지난 2016년 KBS2 ‘화랑’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7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무대 활동을 펼쳤다. 그는 ‘더 픽션’, ‘정글라이프’, ‘세종, 1446’,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알렉산더’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드라마 끝나고 우연히 ‘사랑은 비를 타고’ 오디션 공지를 보고 지원했는데, 다행히 제작사 대표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같이 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뮤지컬을 하고 있는데, 정신없이 계속하고 있는 상태라 아직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그래도 조금씩 성장은 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제가 계산하지 않은 것들이 즉흥적으로 나오고, 저도 모르게 인물의 감정에 빠져서 대사를 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눈앞에 생각이 확 몰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정말 좋아요. 무대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히 자신에게 주어지는 작품들을 해나갈 예정이라는 김준영은 “누구에게나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나는 나를 속일 수가 없으니까, 내가 봤을 때도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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