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택트 시대 속 사무 공간에 대한 재미있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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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택트 시대 속 사무 공간에 대한 재미있는 역설
  • 김지현 퍼시스 OC
  • 승인 2020.09.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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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업무 환경 변화와 공간 활용에 대한 쟁점이 오피스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가 가져온 수많은 변화의 핵심에는 바로 '공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무 공간은 더 이상 '일터'의 개념이 무색해질 만큼 그 영역을 파괴하고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정보기술(IT) 업체인 후지쓰의 도쿄 시오도메 본사 빌딩 대부분은 지난 7월부터 8만여 명의 사무직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텅 비어있다.

후지쓰는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소비자 상담과 온라인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위성 사무소 250개를 설치했는데, 쉽게 말해 ‘일하고 싶을 때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후지쓰 측은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16% 늘었고, 사무실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본사를 포함한 120만㎡인 사무실을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 또한 원격근무 확대를 발표했고, 도요타 역시 재택근무 대상자를 전 직원의 3분의 1까지 늘린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원하며, 사무실 본연의 역할이 복귀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언택트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인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Wilmot Reed Hastings Jr.)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된 재택근무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헤이스팅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면 방식으로 모일 수 없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서로 마주하며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하는 '대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제공=로이터)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제공=로이터)

IBM이나 야후 등도 이미 재택근무 실험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유인즉슨 인간은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본성 때문이었다.

이렇듯 근무방식과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인 지금, 오피스 컨설턴트가 바라보는 관점은 '부분적인 변화의 수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초연결 시대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서 마련한 사무공간이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우리에게 주는 역설은 분명히 존재한다.

언택트 시대에 '과연 사무실은 사라질까', '사무공간이 굳이 필요할까'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면서 더 효율적이고 세련된 업무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수적일 터.

세상은 새로운 사무실 공간을 요구하게 될 전망이다. 헤이스팅스의 말 대로 사무실이 정해진 날에만 올 수 있는 공간이라면 정말 '스페셜' 해야 한다. 따로 또 같이 흩어지고 뭉쳤을 때 어색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오피스의 시대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른다.

 

[글: 김지현 퍼시스(FURSYS) OC(오피스 컨설턴트) ]
titedio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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