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강 교수③] 서울대 차석, 미국 버클리대 진학... ‘버텨낼 정도로 지켜주시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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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인강 교수③] 서울대 차석, 미국 버클리대 진학... ‘버텨낼 정도로 지켜주시니 감사’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3.11.22 0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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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과 신체적 제약 속에서도 꿋꿋이 나가는 게 중요
위상수학과 기하학 연구하며 우주의 비밀 푼다
사진=김인강 교수 제공
젊은 과학자상, FILA 기초과학상, 2017년 8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사진=김인강 교수 제공

김인강 교수는 축복과 믿음은 다르다는 걸 강조했다. 
“내 인생이 완전히 바닥나고 망가지더라도 믿음은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삽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겁니다. 욥이 고통당할 때 친구들이 ‘네가 죄가 있어 벌 받는 거니 빨리 고백하라’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1년간 휴학하며 투병하는 동안 그는 철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며칠씩 아플 때가 있어요. 그러면 조용히 기도하면서 이겨내요. 여전히 육신은 나약하고, 가끔 비틀거릴 때도 있지만 주저앉지는 않아요. 철든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듯 더 이상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죠. 강한 침묵으로 다가오는 그분의 음성 듣는 법을 배웠고 쓰라린 고통으로 다가오는 축복을 볼 줄 아는 그리스도인의 눈을 갖게 되었어요.”

술과 담배, 연애와 커피를 멀리하며 단 한 번도 과 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는 서울대를 전체 차석으로 졸업하고 유명 위상기하학 교수가 많은 미국 버클리대학에 진학했다. 학비 면제와 매달 1000달러의 생활비를 받으며 6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생활을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많이 고달파요. 항상 이방인인 데다 영어로 연구하고 논문 쓰면서 티칭을 해야 해요. 교회 일도 많고 후배들도 챙겨야 하고 집안 살림도 제가 다 해야 했지요.”

바쁘게 지내면서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제하며 틈만 나면 하나님을 전했다. 귀국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11년 동안에도 학생들과 성경 공부를 하며 캠퍼스 전도에 열심이었다. ESF 선배의 소개로 독일 유학 중인 첼리스트와 5년간 편지로 교제를 나눈 후 가정을 이루어 두 자녀도 얻었다. 

김인강 교수는 위상수학과 기하학을 연구하는 일상이 평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위상수학은 물체의 본질적인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몽타주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서 범인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거나 지문인식기, 네트워크,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등에 응용된다. 공간의 수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에서는 위상수학에서 중요시 되지 않는 거리의 개념과 매끄러움이 필수요소이다. 요즘 김인강 교수는 어떤 사물의 본질을 몇 개의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고유의 특징을 통해 개인을 캐릭터라이즈 하는 것처럼, 어떤 곡면 군을 규정할 방법을 찾는 연구입니다. 아티야 인덱스, 에타 불변량 등을 이 분야에 적용하려는 거지요. 지금 수학자들이 연구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수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다른 이론에 적용됩니다. 앞으로 AI와 우주론 등에 연결되겠죠.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해도 천년 뒤에 사용될 수도 있어요.”

오래전에 유체역학과 미분방정식을 연구한 학자들 덕분에 비행기가 날 수 있었듯 수학자들은 언젠가는 인류가 필요로 할 연구를 지금 수행하는 중이다. 그는 수학을 연구할수록 인간의 이성에 한계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한다.

“수학은 하나님이 우주를 운행하시는 법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아무리 연구해도 알 수 없는 논리 밖의 영역, 즉 하나님의 영역이 많다는 걸 수학자들은 인정합니다. 시공간에 갇힌 인간은 3차원, 많아야 4차원에 투영된 단면만 볼 수 있으니 하나님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창조자를 완벽히 알 수 없기에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에 더 겸손해집니다.”

김인강 교수는 수학을 ‘하나님의 크심을 경험하는 통로, 그분의 지혜를 손가락으로 조금이나마 만져보는 도구’라고 정의한다.

“몇 년씩 씨름하던 문제를 해결할 때면 하나님이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분의 지식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에 숨겨놓으신 지혜와 아름다움의 한 자락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하나님께 우주의 비밀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2011년에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기쁨 공식》은 쇄를 거듭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요한복음 15장 11~12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서로 사랑하기를 실천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무한대의 평강과 기쁨을 가진 천국 백성을 만든다’로 축약하여 수학 공식을 만들었다. 

기타, 플롯, 색소폰, 피아노 연주에 능한 그는 요즘 트럼펫을 배우고 있다. 수학 연구에 몰두하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1년 중 몇 달은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지낸다. 
“해외에 나가면 목사님들이 집사인 저에게 설교를 부탁하셔서 강단에 서고,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눠요. 영혼 구하는 일에 쓰임 받으니 기쁘고 감사하죠.”

사진=김인강 교수 제공
미국 유학시절. 사진=김인강 교수 제공

김인강 교수는 때때로 이해가 안 될 때도 많았지만 하나님이 더 선한 길로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걸어왔다고 한다.
“금그릇 은그릇이 아닌 질그릇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나는 왜 못 걸을까, 나는 왜 가난할까, 그런 원망보다 불편한 몸과 신체적 제약 속에서도 꿋꿋이 나가는 게 중요해요. 하나님께 저의 불편함을 없애달라고 하기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나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게 크리스천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고 건강이 좋지는 않지만 버텨낼 정도로 지켜주시니 감사한 일이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성경을 읽는 김인강 교수는 다니엘서를 가이드 삼아 ‘경건함, 순결함,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공부하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기와 자족하는 법을 익힌 그의 목표는 ‘있는 만큼 행하며, 가진 만큼 섬기며,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하며, 실력 있는 학자로 살아가기’이다. (끝)

이근미 작가
문화일보로 등단. 장편소설 《17세》《어쩌면 후르츠 캔디》《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나의 아름다운 첫학기》 비소설《+1%로 승부하라》《프리랜서처럼 일하라》《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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