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⑧내남편 이승만] 최대 관심은 대통령의 건강, 채식 위주에 과식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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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⑧내남편 이승만] 최대 관심은 대통령의 건강, 채식 위주에 과식 피해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3.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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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명절이나 손님 대접할 때만 등장
북엇국, 북어찜과 북어무침은 경무대 단골메뉴
사진=이승만기념관
사진=이승만기념관

결혼 직후부터 이 대통령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란체스카 여사의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의 건강이었다. 이승만 박사는 74세 때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주치의가 따로 없었을 정도로 건강했다. 혹독한 전쟁을 거치고도 정정했으며 82세 때 북한산에 올라가서 휘호를 쓸 정도로 건강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이 병원과 의사 신세를 진 적이 별로 없다고 ‘대통령의 건강’에서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 시절 병이 나도 대개의 경우 약을 먹지 않고 혼자 앓다가 일어났다. 돈도 없었지만 원체 약을 좋아하지 않아 감기가 들면 맹물을 끓여 마시거나 콩나물국, 북어국을 먹었으며 약보다 재래식 요법으로 병을 이겨냈다.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자신이 장수한 원인을 “과식을 피했으며 여유가 있을 때라도 비싼 고기류를 못 사오게 해서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모든 성인병이 자동적으로 예방되었고 아내인 나도 덕을 보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무대에서 고기류는 명절과 축일, 손님을 대접할 때만 등장할 뿐 평소에는 물김치, 콩나물, 두부, 김, 된장찌개, 콩자반, 생선구이 같은 것을 준비했다. 이 대통령은 워낙 식성이 좋아 가리는 음식이 없었고 콩 종류와 나물 종류는 무엇이나 좋아했다. 특히 산채와 죽순, 봄나물, 냉이국을 좋아했고 한식은 무엇이나 좋아했다. 간식으로는 약과와 튀각, 약식을 즐겼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어를 재료로 한 음식을 좋아해 북엇국, 북어찜과 북어무침은 경무대 단골메뉴였다. 북어머리는 물론 껍질까지도 버리는 일이 없었다. 새벽에 경무대 주방장인 양학준 노인과 함께 구수한 북어국물을 마시며 행복해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아랫사람들을 격의없이 대했는데 경무대 요리사 양학준 노인을 특별히 아끼고 그가 만든 음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프란체스카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양노인이 술을 자주 마시고 냉장고의 식료품을 마구 꺼내 경무대 직원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양노인이 술이 취해서 “소금 조금, 간장 조금” 하면서 프란체스카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가정부가 걱정이 되어 “사모님에게 들키면 어떡하려고 그러느냐”고 하자 양노인은 “내 빽이 대통령인데 깍쟁이 사모님이 어쩌겠어요”라며 큰소리 쳤다. 그 소리를 들은 프란체스카가 깍쟁이가 무슨 뜻이냐고 남편에게 묻자 이 대통령은 “살림 잘하는 알뜰한 부인네를 칭찬하는 말”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어느 날은 양노인이 술에 취해 성경책을 베고 잠이 든 적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참 좋은 사람이야. 술을 마시고도 성경을 보다니.”
 
그러면서 성경책 대신 상보를 접어 머리에 받쳐주었다.
 
프란체스카는 경무대 손님들에게 커피보다는 건강에 좋은 국산차를 대접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오미자차, 겨울에는 따끈한 모과차와 유자차를 내놓았다. 율무를 볶아서 율무차를 만들거나 결명자를 콩과 함께 볶아서 차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머리를 많이 쓰는 남편을 위해 밀눈을 살짝 볶아서 밀눈차를 만들어 대접했다.
 
모과차와 유자차는 특히 외국 귀빈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프란체스카에게 모과차 만드는 법과 불고기 양념하는 법을 배워갔다.
 
경무대에서 외국 귀빈을 접대할 때 콩나물 잡채와 닭찜을 주로 했다. 죽순, 밤, 잣, 은행, 표고, 대추를 넣은 닭찜은 늘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불고기, 신선로, 구절판 같은 특별메뉴도 가끔 선보였지만 한일관보다 반찬이 못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검소했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 무시래기 나물, 된장 시래기국, 추어탕, 비지찌개, 냉콩국은 대통령이 즐겨 찾던 건강영양식이었다. 여름에는 밀기울과 함께 빻은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를 자주 해 먹었다. 된장떡과 비지찌개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면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이 아니야” 하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이 대통령은 간식으로 누룽지를 좋아했다. 80세가 넘은 후에도 딱딱한 누룽지를 먹을 정도로 치아가 좋았다. 이 대통령은 아내에게 어머니가 담근 동치미와 김치를 먹고 자란 덕분이라고 늘 자랑했다. 경무대에서 대통령은 어려서 먹던 오디, 머루, 다래, 칡뿌리, 메뚜기볶음 같은 음식을 가끔 찾기도 했다.
 
프란체스카는 친분이 두터웠던 청량리 위생병원의 조지 루 박사 내외로부터 건강식과 식이요법에 대한 좋은 책을 많이 얻고 조언도 많이 받았다. 대통령은 보약을 싫어해 보약은 잘 먹지 않았다.(계속) [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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