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①] ‘침입자’ 김무열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적 갈증, 책임감+감사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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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①] ‘침입자’ 김무열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적 갈증, 책임감+감사함 느껴”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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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변진희 기자] “손익분기점 150만 명이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져요. 그만큼 관객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영화 ‘침입자’가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오는 6월 4일로 개봉을 확정 지었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이무생 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무열은 가족을 지키려는 남자 서진 역을 맡았다. 서진은 25년 전 사라진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어느 날 눈 앞에 나타났지만, 이유 모를 불안감과 심해지는 신경증으로 의심의 끊을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고, 극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압박감을 갖게 되는 인물이라 신경 쓸 부분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극을 끌고 가는 화자가 되고,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책임감이 컸죠.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더니,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로 이어진 것 같아요.”

김무열은 처음으로 진한 부성애를 지닌 인물을 연기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진을 탁월하게 표현한 김무열은 딸 예나 역의 박민하와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그는 박민하를 언급하며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라 절로 감정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아빠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고, 조언을 구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얼마나 느끼고 몸으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죠. 사실 민하가 너무 배우로서 잘해줬어요. 설정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많이 갈 수 있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민하가 너무 밝았어요.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소비가 있었을 텐데, 격한 장면을 찍은 후에도 ‘컷’하면 바로 일상으로 돌아와서 웃으면서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고요. 아이가 참 프로다웠어요.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대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민하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절로 대사가 나왔어요. 제가 감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무열과 송지효는 '침입자' 서사의 중심을 이끈다. 두 사람은 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며 대립각을 세우면서, 감정적으로 혹은 신체적으로 부딪히는 열연을 선보인다. 극 중 캐릭터와는 달리, 실제로는 유쾌한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현장에서 어떻게 호흡을 맞췄을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하신 말처럼 현장에서는 비글미가 넘치고 밝았어요. 지효 누나는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친하지 않은 사이에 같은 공간에 있고 일을 하려면 불편할 수 있잖아요? 지효 누나는 전혀 그렇지 않고 편했어요. 촬영 중반부쯤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요. 누나는 겉으로 볼 땐, 털털하고 덤덤한 사람인데 실제로는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 편이에요. 속에서 참으면서 남을 배려하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슛이 들어가면 눈빛이 확 달라져요. 제가 목을 조르면서 연기하는 장면에서, 누나의 표정에 깜짝 놀랐어요.”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손원평 감독에게 이번 ‘침입자’는 첫 장편 상업영화 작품이다. 김무열은 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4월의 눈’에서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손원평 감독을 신뢰하며 출연을 결정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분위기가 미스터리하잖아요. 대본을 보면서 이전에 봤던 스릴러랑 다른 느낌을 받았고, 그게 잘 살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유진이 확실히 범인인 것 같았는데, 점점 그 확고한 생각이 무너지는 거예요. 제 자신을 의심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히스테릭한 인물의 느낌의 분위기가 어떻게 연출될지도 궁금했고요. 감독님의 ‘아몬드’라는 소설을 보면서 ‘특이한 분이구나’라고 느끼기도 했죠.”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간 다수의 스릴러 장르 작품을 선보인 김무열은 인물의 심리 변화를 단계적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런 그에게 ‘침입자’만의 스릴러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묻자 “감독님이 카레맛 단계별로 표현을 요구하셨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진이 하는 이상한 행동에 관객들도 의심을 가져야 하는데, 제가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서 연기하면 좋을지 고민되는 거예요. 캐릭터가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풀어갔어요. 최면, 약에 취한 모습 등 반복적인 상황들이 꽤 있었거든요. 중복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무열 씨 카레맛 2단계로 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디렉팅을 주셨어요. 제가 막 울면서 연기하고 나면 ‘이번에는 카레맛 몇 단계였어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했고요.(웃음) 워낙 신경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캐릭터라, 감독님께서 그걸 풀어주려고 많이 배려해 주신 것 같아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화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공공시설 이용에 제약이 걸렸고, 개봉을 예정한 수많은 영화들이 시기를 미뤘다. ‘침입자’ 역시 두 차례 연기 끝에 오는 4일로 개봉일을 확정 짓고 관객들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손익분기점은 150만 명,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지는 수치다.

“지금은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인 시기잖아요. 극장에서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할 거고, 어느 때보다 쾌적한 관람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조심스럽긴 할 것 같아요. 관객분들은 그동안 끊었던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으로 극장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갈증을 저희가 해소해드릴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고,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해요. 판단은 관객분들이 하실 것 같아요. 요즘은 ‘몇 만 명’이라는 수치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게 돼요.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고요. 힘든 시기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하면서 버티고 이겨내야죠.”

김무열은 올해 초 ‘정직한 후보’로 관객들을 만났고 ‘침입자’, ‘보이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차기작 ‘대외비’ 촬영에도 한창이다. 쉴 틈 없이 ‘열일’하는 김무열은 “저를 찾아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저는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진 않아요. 대신 그래서 어디에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업계에서 저를 자주 찾아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를 잘 보여드리고 싶고, 새로운 것에도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그게 즐거워요."

끝으로 김무열은 “영화를 보는 순간, 나 자신까지도 의심하게 될 거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거다. ‘침입자’는 스릴러일 수도 있고, 가족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침입자’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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