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새 출발... 1961년 '본명'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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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새 출발... 1961년 '본명' 재사용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3.08.2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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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선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 복귀
삼성 계열사 중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4개사 참여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류진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관명을 바꾸고 산하 연구기관을 흡수통합하면서 새롭게 출발한다. 탈퇴했던 4대 그룹도 회원사로 돌아온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하고 새 회장에 현재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새 이름은 전경련의 원래 이름이다.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포함한 기업인 13명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단체를 결성했다. 설립 이후 1968년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꿔 사용해오다 55년 만에 ‘본명’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새로운 ‘한경협’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KERI)을 조직 내로 흡수한다. 아울러 4대 그룹의 일부 계열사도 회원사로 복귀한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번 통합 조치에 따라 삼성은 삼성증권을 제외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총 4개 계열사만 복귀한다. 한경협으로의 회원 승계 대상 기업은 삼성을 포함해 SK 4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이다.

이날 전경련은 한경연의 조직, 인력, 자산, 회원 등을 한경협으로 승계하는 내용의 ‘전경련과 한경연 간 통합합의문’도 채택됐다. 전경련은 오는 9월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거쳐 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이날 정관을 개정해 기관명 변경과 함께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 ▲ESG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한경협은 “동반성장, ESG 등을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새롭게 출범할 한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총회에는 류진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구자은 LS 회장, 이희범 부영주택 회장 등이 참석했다.

류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겠다”며 “글로벌 도약의 길을 열고,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는 한편,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날 것”이라 말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다음은 류진 회장의 취임사 전문(全文)이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하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새로운 출발을 결의했습니다.
55년 전경련 역사를 뒤로 하고, ‘한경협 시대’로 나아갑니다.
1961년 창설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먼저 부족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김병준 직무대행님과 
회장단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순간부터 저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변함없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회원 여러분,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감당할 적임자인지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최상위 과제는 국민의 신뢰회복입니다. 
여기에 제가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위국헌신(爲國獻身)의 가풍 속에서 성장했고, 
선친의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을 이어받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국가와 국민 없이는 기업도 시장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또 국가와 사회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 국가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결단한 것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저는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활로를 찾아 나가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회원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과분한 신뢰와 성원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친다면 
우리 협회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있습니다.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과감하게 변화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새 출발을 준비하면서
저는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세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길을 열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공급망이 대대적으로 재편되고 있고, 
강대국들 간의 갈등과 안보적 이슈로 인해 
국제질서가 불안정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성취하는 길에서
우리 협회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공헌하는 방안을 찾겠습니다.

국민 모두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은 
더 이상 정부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상의 복지이며, 
그렇기에 경제계가 맡아야 할 책임은 막중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도 기업이 할 일이 많습니다.
국민과 더 가까이에서 더욱 긴밀히 소통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셋째,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습니다.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습니다.
국민의 준엄한 뜻에 따라 윤리경영을 실천하겠습니다.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합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분을 
위원장과 위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우리의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입니다.  

아울러 신산업과 신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다른 경제단체들과의 교류와 협업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경제계의 새로운 흐름과 다양한 견해를 폭넓게 수렴해서 
한국경제에 실질적으로 공헌하는 경제단체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우리 경제는 어느덧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소프트파워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전망이 결코 낙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더욱 빨라지고, 
인구감소와 고령화, 기후변화 같은 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한국경제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어야 합니다.
글로벌 무대가 우리의 미래입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세대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한국경제인협회가 앞장서겠습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과 국민경제의 미래를 위해
새롭게 탄생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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