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노래보다는 춤이다’, ‘그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장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돌 음악을 통해 트렌드를 반영하고 유행을 바로바로 소모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음악 전문가 11인과 함께 선정한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을 보면 아이돌 음악이 왜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지, 왜 가볍게 보면 안되는지 알 수 있다.
2004년부터 2023년에 발표된 100곡 가운데 아이돌 음반 5개가 포함되었는데 모두 2013년 이후 음반들이다. 2013년 이후부터 아이돌 명반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다섯 곡의 리스트부터 살펴 보자
2013년, 에프엑스 'Pink Tape'
2013년, 샤이니 'The Misconceptions Of Us'
2015년, 원더걸스 ‘REBOOT’
2018년,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
2022년, 뉴진스 'New Jeans’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는 에프엑스의 'Pink Tape'를 “앞서 음악성이나 작품성과 거리가 먼, 많은 이들이 그저 보편적이고 단편적인 취향의 영역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돌 음악에 훨씬 더 복합적인 스타일과 의미를 발견하게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아이돌 음악을 “맹목적으로 우상화된 ‘상품’이 아님을 흥미롭고도 마냥 난해하지 않은 매력으로 전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샤이니 'The Misconceptions Of Us'에 대해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음악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2013년에 이 앨범이 등장했다”며 자본과 뼈를 깎는 노력이 동시에 맞부딪혀 폭발한 순도 높은 팝의 정수가 가득하다고 평했다. 샤이니의 음반을 “아이돌 음악을 보다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아이돌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희열이 감성과 사운드 모두에 켜켜이 담겨 있다”고 극찬했다.
원더걸스 ‘REBOOT’에 대해 조혜림 음악콘텐츠기획자는 “멤버들의 탈퇴와 재합류, 복고 댄스 아이돌이란 이미지에서의 밴드 아이돌로의 콘셉트 변경 등의 큰 변화 속에서 원더걸스는 멤버 개개인의 존재감과 실력을 눈부시게 증명해 냈다”고 평했다. “전 멤버가 작곡과 작사에 참여, 철저하고 완벽하게 변신한 콘셉트와 탄탄한 짜임새는 영리하게 앨범을 가득 채웠다”며 “이 앨범을 수많은 아이돌의 앞날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듯하다”고 규정했다.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에 대해 조혜림 음악콘텐츠기획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한국적인 색채까지 엽렵하게 새겨 넣었다”고 평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대해 “한국 대중음악계에 있어 독보적인 역사를 썼고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는 평도 곁들였다. 수록곡 가운데 ‘MIC Drop’을 방탄소년단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곡 중 하나라며 ‘아이돌로서의 화려한 삶 이면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아이돌 곡’으로 꼽았다.
뉴진스 NewJeans 1st EP 'New Jeans’에 대해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단 4곡이 담겨 있을 뿐인 이 앨범 한 장이 가요계에 몰고 온 새바람의 크기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탄성을 질렀다. 꿈결 같은 일렉트로 팝 사운드 사이로 소녀들의 오색 꿈과 사랑, 우정이 쏟아져 내린다며 수록곡 ‘Attention’에 대해서는 “처음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선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탄복했다.
다섯 개의 음반 수록곡을 들으면 아이돌 음악을 더 이상 가볍게 평가하기 힘들 것이다. 세계를 휩쓰는 K-팝 명반이 매년 쏟아져 팬들에게 더큰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