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에 이어 K-패션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능가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 3년 동안 백화점 호황을 견인했던 명품들이 올해 들어 경기둔화 여파로 매출이 떨어졌다.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명품 매출 증가율이 작년 대비 한 자릿수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K-패션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국내 토종 브랜드 '마뗑킴'은 7월 한 달 매출이 12억 원으로 영패션 브랜드 단일 매장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월 영패션 브랜드 '시에'가 매출 7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4개월 만에 2배 가까이 경신한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올해 더현대 서울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패션 브랜드가 한 해 100억원 이상 판매하는 경우는 이전에 없던 일이다.
이들 브랜드의 매출은 대기업 패션기업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주소비층은 엔데믹 이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기업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요 백화점 3사의 국내 패션 브랜드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 백화점 가운데 K-패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 센텀시티점이다. 신세계는 올 6월부터 약 3개월간 4층을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으로 재단장해서 전체 47개 매장 중 23개를 새 브랜드로 채웠다. 23개 모두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다.
신세계는 지난 2월에 센텀시티점 지하 2층을 국내 최대 규모의 영 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로 단장한 바 있다. 전체 47개 브랜드 중 20개를 새로 입점시켰는데, 대다수가 ‘MMLG’ ‘포터리’ 등 K브랜드였다.
하이퍼그라운드 개장 후 지난달 말까지 이곳의 20대와 30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87% 늘었다. 부산 외 지역의 고객 수가 6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불경기로 명품 소비가 위축된 자리를 새로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이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5%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늘어나는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7.2% 역성장을 기록한 후 성장세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6월에 다시 0.9%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패션 브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영패션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명품 소비를 즐기던 젊은층의 소비가 주춤해지자 이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대안으로 백화점들이 국내 패션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외국인들이 K-패션을 찾으면서 매출이 상승하는 중이다. 백화점들은 새로운 국내 패션 브랜드를 발굴해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