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획 의도 잃어버린 ‘골목식당’, 백종원-제작진 간과한 부분 있다면…‘폐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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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기획 의도 잃어버린 ‘골목식당’, 백종원-제작진 간과한 부분 있다면…‘폐지가 답’
  • 조정원 연예부 기자
  • 승인 2019.12.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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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조정원 연예부 기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겨울 점검에 나선 가운데, 씁쓸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문제를 가지고 있는 식당에 솔루션을 제공해 죽어가던 골목 상권까지 살려보겠다는 백종원과 제작진의 의도와는 한참 벗어난 모양새다. 폐지만이 답일까.

지난 18일부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서는 ‘겨울특집 편’이 전파를 탔다.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골목식당’에 소개돼 솔루션을 받았던 가게들을 기습 점검하는 자리였다.

단연 돋보였던 가게는 바로 포방터 돈가스집이었다. 이곳은 방송 당시에도 백종원의 극찬을 받을 정도의 음식 맛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촬영 당시를 기준으로 1년이 지났음에도 포방터 돈가스를 맛보기 위한 밤샘 행렬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를 보며 모두들 돈가스집 사장 부부가 대박이 나 많은 돈을 벌었을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알려진 진실은 처참했다. 대기 손님들로 인한 각종 민원, 시장 상인회의 압박 등 돈가스집 사장 부부가 겪고 있던 일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결국 포방터 돈가스집은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쫓겨나다시피 눈물을 머금고 제주도로 가게를 옮기게 됐다. 미봉책(彌縫策, 실수나 잘못된 점을 대충 가리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잔꾀)으로 보이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방송 초반 포방터 최고의 문제 가게로 떠올랐던 홍탁집은 양호해보였다. 각종 루머들이 존재했지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썰’에 불과했다. 또 운동을 게을리 한 탓에 살이 오른 홍탁집 사장의 외모와 건강을 제외하고는 평온했다. 백종원과의 휴대폰 대화방을 깨는 것을 마지막으로 홍탁집은 훈훈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문제는 거제도 지세포항이었다. 솔루션을 받았던 세 가게의 모습은 아직 본격적으로 방송이 나가지 않은 상황이다. 백종원이 약속을 제일 잘 지킬 것 같은 집 1등으로 손꼽았던 도시락집의 변화는 충격의 연속이다. 한 사람당 라면 1개씩을 필수로 시켜야 했고, 김밥만 시킬 경우에는 홀에서 먹을 수 없게 됐다. 또 만 원 이하는 현금 결제를 해달라는 문구가 계산대 아래 붙어 있었다.

맛에도 변화가 있었다. 톳 김밥은 톳의 양이 들쑥날쑥하며 맛 또한 변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스태프들을 몰래 투입시켜 가게 상황을 알아보던 중 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급기야 도시락집 사장은 밖으로 나와 촬영 팀을 찾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백종원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를 드러냈다.

다른 가게 상황도 나을 게 없었다. 방송 후 인기가 많아져 손님이 끊이지 않자 가게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맛에 변화가 생겼다. 가게들은 하나같이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을 당시의 다짐을 잃었다. 지난 10개월간의 노력들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 여름점검 당시에도 이대 백반집이 화두에 오른 바 있다. 변해버린 맛과 서비스, ‘악마의 편집’을 주장하는 백반집 사장의 태도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을 통해서도 백종원이 항상 강조했지만, 가게들 중 열에 아홉은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결국 백종원과 방송의 도움을 받아 ‘백종원에게 레시피를 전수 받은 방송에 나온 맛집’ 타이틀을 얻기에 급급했다는 결론만이 남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솔루션을 거부했던 가게의 사장들이 소신 있게 보일 정도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분명 ‘골목식당’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얻은 가게들도 많다. 하지만 백종원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대부분이 처음과는 달라진 부정적인 모습들이다. 아무리 백종원과 제작진을 통해 수시로 가게들을 관리 한다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솜씨 좋은 장인이 이미 깨져버린 유리를 아무리 정교하게 맞춰서 붙여놓은들 처음과 같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3대천왕’의 맛집 소개에 그치지 않고 푸드트럭에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기획한 ‘골목식당’.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백종원이 경계했던 쏠림 현상은 더욱 도드라질 뿐이고, 식당 사장들은 자기 고집대로 자기 배를 불리는 데 급급하다. 이제는 그 끝이 보는 것 같다.

도무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짜증 유발’ 마인드를 가진 가게 사장들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피로감을 쌓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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