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②] ‘부부의 세계’ 한소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커져…한 단계 더 올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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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②] ‘부부의 세계’ 한소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커져…한 단계 더 올라가고파”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5.2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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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변진희 기자] 한소희가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작품의 인기와 더불어 받은 높은 관심에 한소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 광고도 조금 찍고, 인터뷰 전에 사전 조사도 했고, 아직 마음의 정리가 덜 돼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아직 기분이 들쑥날쑥해요. 좋았다가도 나쁘고, 행복하다가도 불안한 그런 감정이에요.”

‘부부의 세계’는 최종회 시청률 28.4%를 기록, JTBC 역대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모았다. 김희애를 필두로 박해준, 한소희, 박선영, 김영민 등이 열연을 펼쳐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제가 아직 작품을 많이 해보진 않아서 시청률을 잘 실감하지 못했거든요. 28%가 굉장히 이례적인 수치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촬영할 때는 바빠서 모르다가, 최근에 ‘부부의 세계’ 스틸을 찍어주는 언니랑 신사 가로수길에 갔었는데 되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보셔서 ‘부부의 세계’의 인기를 실감했어요. 처음에는 ‘부부의 세계’가 어머니 세대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20대 친구들이 많이 보더라고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봐주셔서 신기했어요.”

한소희는 극 중 화려한 외모에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불안과, 의심 등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여다경 역을 맡았다. 그는 이국적이고 세련된 외모로 시선을 끄는가 하면, 급변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오디션을 봤고, 이후 감독님과 3~4번 정도 미팅을 가졌어요. 감독님과 여다경이 어떤 인물인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캐릭터였죠. 나름대로 왜 여다경이 이태오를 사랑하는지 고민도 해봤고, 원작도 찾아봤어요. 원작 캐릭터와는 6부까지의 감정선은 비슷했는데 ‘부부의 세계’에서는 더 성숙해진 여다경의 모습이 첨가됐어요. 여다경이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어요.”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한소희는 김희애, 박해준, 박선영 등 대선배들과 함께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 더욱 주목받았다. 박해준의 내연녀로, 김희애와는 적대적인 관계로 호흡을 맞추며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사실 시작할 때는 조금 두려웠어요. 제가 못해서 선배님들의 커리어에 누가 되진 않을까 걱정됐거든요. 특히 지선우(김희애 분)와 대립해야 한다는 점이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여기서 못하면 정말 쪽팔리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들의 반도 못 따라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도 김희애 선배님의 몰입력 덕분에 절로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 바스트를 촬영할 때도, 선배님이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제가 리액션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요. 너무 감사했죠. 박해준 선배님과는 사투리로 대화도 나누고, 장난도 치면서 편안하게 지냈어요. 김희애 선배님과는 다른 결로 저를 도와주신 거죠. 아무래도 연인 관계를 연기하는 거라, 긴장감을 풀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 같아요.”

부족할 거 없이 자라던 여다경이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이태오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소희는 이러한 설정을 납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름의 해석으로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

“’여다경이 이태오를 왜 사랑하느냐’는 저에게 큰 숙제 중 하나였어요. 여다경은 돈 많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로 살던 인물이었어요. 간절함이나 욕구도 없었고요. 그러다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맨땅에 헤딩하는 이태오를 만난 거예요. 여다경에겐 이태오의 열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태오가 항상 여다경을 감싸고 아이 다루듯이 달래곤 했는데, 어린 여다경의 입장에서는 이태오가 성숙한 사람처럼 보였을 거예요. 실제로 이태오는 비성숙한 사람이었지만요.”

여다경은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실제로 최근 한소희 개인 SNS에 해외 팬들이 몰려와 각종 외국어로 악플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역을 맡는 게 힘들지 않나?”라는 물음에 한소희는 “몰입해서 봐주시는구나 했다. 반응들이 재밌었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처음에는 SNS에 뜻을 모르는 외국어 댓글이 많이 달려서 ‘드라마가 인기가 많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떤 분이 ‘댓글 보지 마세요’라는 글을 남겼길래, 외국어를 번역해서 봤더니 욕이더라고요. 뭔가 기분이 묘한데 한편으로는 즐거웠어요. 드라마일 뿐인데 왜 배우의 SNS에 욕을 남기냐고 말해주는 분도 계셨고, 여다경은 싫지만 한소희는 사랑한다는 반응도 있어서 좋았어요. 요즘은 악역을 연기해도, 캐릭터와 배우를 구분해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잖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부의 세계’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여다경은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한발 내딛는 모습으로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소희는 앞으로 여다경에게 펼쳐질 현실적인 미래를 걱정하며 “측은했다”고 표현했다.

“우선 결말은 시청자분들이 더 큰 사이다를 바라고 계셨을 것 같은데, 현실적이고 씁쓸하게 끝이 났어요. 마지막 회에서 여다경이 멘탈을 잡고, 자기가 좋아하는 꿈을 찾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래서 ‘이태오는 바닥을 치는데 금수저 내연녀는 자기 살 길 찾아가구나’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부터 여다경의 지옥 같은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했어요.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신뢰가 깨지 상태에서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여성이 된 거잖아요. 도서관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남자를 생기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그냥 지나쳐가는 여다경이 너무 측은하게 느껴졌어요.”

오는 6월 5일 제56회 백상예술대상이 치러지는 가운데 한소희는 김다미, 전미도, 전여빈, 정지소 등과 함께 신인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부부의 세계’로 제 인생이 완전 뒤바뀌었어요. 지금의 소중한 관심과 사랑에 감사한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신인상의 경우도, 거짓말이 아니라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김희애 선배님도 있고, 연출님도 계신데요.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쁠 거예요. 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희애 선배님과 같이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요?(웃음) 저는 가서 열심히 손뼉 치고 올 거예요.”

현재까지 한소희의 다음 행보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는 솔직하게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커진 욕심을 털어놓으며 “잘 해내기 위해서 기초 공사를 탄탄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퇴하고 싶지는 않아요. 꼭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제 연기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플러스되는 무언가를 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한소희가 부부의 세계 때보다 더 잘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성장했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졌어요. 그러기 위해 많은 걸 경험하고, 제 인생에서 배경지식도 쌓을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는 사랑을 위해서만 고군분투하는 캐릭터가 아닌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회사에 가기 싫은 직장인일 수도 있고, 청춘물을 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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