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렁스’, 김동완X곽선영이 던지는 화두 “좋은 사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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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렁스’, 김동완X곽선영이 던지는 화두 “좋은 사람이란?”
  • 변진희 기자
  • 승인 2020.06.0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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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극열전 제공
사진=연극열전 제공

[변진희 기자] 연극 ‘렁스’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우리는 좋은 사람일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이 우릴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주인공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5월 9일 개막한 ‘렁스’ 공연이 한창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을 지난 2일 찾았다. 이날 공연을 올린 배우는 ‘남자’ 역의 김동완과 ‘여자’ 역의 곽선영이다.

‘렁스’는 선뜻 꺼내기 불편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소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은 방법으로 꾸준하게 소개하고 있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으로, 좋은 사람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의 여정을 그리는 2인극이다.

사진=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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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인의 대화로 본 ‘좋은 사람’의 의미

‘렁스’는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민하고, 적어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커플이 평생에 걸쳐 각자의 감정에 대해 나누는 대화로 극을 완성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깨가 쏟아질 듯 사랑이 넘치다가도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과격하게 싸우고,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결코 이상적이지 않은 모습의 두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계속 질문하겠다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사고 강좌도 듣겠다고 다짐한다.

그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듯, 이들의 대화에서 ‘좋은 사람’에 대한 해답은 찾을 수 없다. 대신 ‘렁스’는 관객들에게 그 질문의 답을 스스로 고민하고 찾도록 화두를 던진다.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하며 여운을 남긴다.

사진=연극열전 제공
사진=연극열전 제공

#연출 포인트: 담백한 무대가 주는 몰입

밀도 있는 대사는 90분 내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진행되는 두 사람의 긴 대화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절로 몰입하게 만들면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렁스’의 무대는 담백하고 절제돼 있다. 별다른 장치들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인물의 말과 움직임에 따라 공간을 상상하며 봐야 한다. 음악, 효과음, 조명도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게 전부다.

이는 오롯이 두 배우가 주고받는 연기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공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다.

‘렁스’만의 독특한 연출은 인물들이 대화 중 내려놓는 신발이다. 두 인물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듯 일렬로 가지런히 놓인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선 프레스콜을 통해 박소영 연출은 “공연 자체가 두 사람의 인생,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들이 걸어온 곳에 신발을 나열하도록 했다”면서 “배우들의 등장, 퇴장이 없이 진행되는 극이다. 공연이 다 끝나고, 배우들이 떠났을 때 신발만 남은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사진=연극열전 제공
사진=연극열전 제공

#연기: 김동완의 첫 연극 도전, 흡입력 있는 곽선영

‘렁스’는 두 남녀에게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생에 걸친 두 사람의 대화가 마냥 흘러가버리지 않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위로에 서툴러 긴 시간을 돌아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남자 역을 맡은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렁스’를 통해 첫 연극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그간 다수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쌓은 내공을 십분 발휘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친근한 말투와 행동으로 공감을 이끈다.

최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리며 호평받은 곽선영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자와 갈등하고 부딪히며 성장하는 여자로 분한다. 차분하게 내뱉는 대사부터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토해내는 모습까지, 여자의 감정 변화를 흡입력 있게 표현해낸다.

한편 ‘렁스’는 오는 7월 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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