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뷰] '아무도 없다', 현실공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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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리뷰] '아무도 없다', 현실공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 최종민 기자
  • 승인 2020.09.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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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민 기자] 낯선 도로 위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표적이 된 여주인공. 보복 운전과 악질 스토킹 끝에 절대 혼자 빠져나올 수 없는 숲으로 납치되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살인마와의 목숨 건 사투.

언뜻 시놉시스를 보면 흔하디 흔해 빠진 B급 슬래셔물 혹은 팝콘 호러무비 정도로 치부하기 쉬운 스토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일한 소재를 어떻게 버무리고 조립하느냐에 따라 완성도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분명할 터.

사진제공=판씨네마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아무도 없다'는 이 같은 단순한 스토리를 100분 동안 촘촘하고 세밀하게, 그것도 너무나 현실적인 공포로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주인공 제시카가 낯선 도로 위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표적이 되는 영화 초반부, 의문의 차량이 그녀 주변을 맴돌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시퀀스는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1년작 '대결(Duel)'을 연상시킨다.

대결 Duel
대결 Duel

'체이싱스릴러'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는 '대결'이 향후 스필버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쥬라기공원'에서 티라노 사우르스와의 추격 장면으로 승화되었듯, '아무도 없다'의 제시카는 오늘날 현대사회 속 묻지마 범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약자로 대변된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낯선 이의 시선과, 숲이 우거진 험한 도로를 혼자 달려야만 하는 제시카의 불안한 심리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주인공의 감정선과 일치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화 내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작위적인 스코어 음악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원초적인 불안과 공포를 최대한 '사실감'있게 그려내기위해 현장 사운드를 최대한 활용하여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연출의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사진제공=판씨네마

2011년 마티아스 올슨 감독의 스웨덴 영화 'Gone'을 리메이크한 '아무도 없다'는 원작을 제작했던 프로듀서와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해 조금 더 세련된 옷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주인공 제시카 역을 맡은 배우 줄스 윌콕스는 살인마의 위협으로 두려움에 떠는 연약한 모습에서 극 후반부 과감하게 살인마와 대적하는 강인한 모습까지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다. 이와 함께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마크 멘차카 역시 무미건조한 표정 속에 숨겨진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며 소리없이 강한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두 남녀 주인공은 올해 맘모스 영화제 남녀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제공=판씨네마
사진제공=판씨네마

현실과 맞닿은 범죄를 그린 영화는 항상 특유의 몰입감과 감정이입을 끌어내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아무도 없다'는 사회적 약자가 홀로 남겨졌다고 느껴졌을 때 그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맞서 싸우는지에 대한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무엇보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제시카의 마지막 선택은 이 영화의 최고 백미.

영화의 원제는 'ALONE'이며 오는 9일 개봉.

개봉: 9월 9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줄스 윌콕스, 마크 멘차카, 안소니 힐드/감독: 존 하이암스/수입∙배급: 판씨네마㈜/러닝타임: 10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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