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인터뷰]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제목만 봐도 운명 같았던 작품, 모두 진심 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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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터뷰]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제목만 봐도 운명 같았던 작품, 모두 진심 품었었다"
  • 조정원 기자
  • 승인 2020.11.0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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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조정원 기자] 배우에게 모든 작품이 운명 같지만, 배우 김혜수에게 '내가 죽던 날'은 더욱 운명 같은 작품이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내가 죽던 날'은 제목만 봤을 때부터 운명 같았다. 그때 당시에 이 글이 나에게 온 것 같았다. 마치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이끌림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글을 다 읽을 때쯤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안과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운명 같다고 느꼈다. 좋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런 힘을 받아서 시너지들이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김혜수는 극 중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현수는 어떠한 일을 계기로,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그의 삶은 피폐하고 어지러워진다. 하지만 세진의 죽음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과 사람들을 알게 되고, 공감과 연대를 형성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만나지 않은 세 인물 간의 연대감이 촘촘하게 느껴졌다. 각기 다르지만 연결된 뭔가 있다. 유기적으로 인물들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나지 않은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막연함은 있었지만, 하나하나 쌓여가는 디테일이 만나 새로운 진실을 접했을 때 파장이 있는 것이기에 굉장히 중요했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에 갖춰져 있었다. 각자 역할에 충실한 것이 상대를 만났을 때 시너지가 된 것이다. 만드는 사람이 진심을 가지고 버텼듯이, 그 진심을 관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좋은 글과 배우, 스태프가 만나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글을 통해 받았던 좋은 느낌들을 관객들에게도 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글을 보고 진심으로 뭉쳤는데, 현장에서 매 순간 두려웠다. 글을 보고 느낀 것과 그걸 영상으로 재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계속 확인하고 또 해도 두려웠다. 글을 통해 받은 느낌이 있는데, 관객이 영상을 보고 느끼게 될 그 간극을 어떻게 제대로 메꿔가느냐가 현장에서 가장 무겁고 유일한 숙제였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우리끼리 좋고, 공감하는 게 된다. 관객들이 보기에 배우들은 몰두하는 것 같은데, 자신의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촬영이 끝나면 남아서 회의하고 상의하고 다시 채워 넣기 위해 다른 것들을 추가로 삽입하기도 하고 조정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어느 영화나 있는 과정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신중했다. 글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프로덕션 기간 내내 현장에서 두려웠다. 본질은 무거운 것인데, 거기에 닿느냐의 문제였고, 그걸 우리가 해내야 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특히 김혜수는 이정은과 호흡을 맞췄던 한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으로 손꼽았다.

"현수와 순천댁이 진실을 알게 되고 만나는 장면이 있다. 대사도 많지 않고 길지 않았지만, 정말 중요하고 잘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과 기대가 있었다.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은 씨가 저 멀리 걸어오고 있었다. 완전 순천댁이었다. 아직 연기하기도 전이었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정은 씨도 울고 있었다.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순천댁이면서 이정은이고, 현수임과 동시에 김혜수였다. 캐릭터로서 감정과 이정은이라는 사람과의 연대감이 묘하게 일치했다. 그 순간이 너무 특별했고,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내가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없다. 어떤 의도도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이뤄진, 내가 느낄 때 완벽한 순간 같다. 이런 이야기도 지났으니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경험이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꾸준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김혜수. 그는 마지막으로 '기다림'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나는 운이 좋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보다 20~30대에 들어왔던 작품 수는 훨씬 많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고 배우로서 욕망을 비껴가는 작품들이 많았다.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을 만난다는 자체가 행운이다. 그런 작품을 만나야만 뭔가 보여줄 가능성이 생긴다. 많은 배우들이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하지만 기회가 다 주어지지 않는다. 나도 그 경험을 했었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 꾸준히 오래 했지만 뛰어넘지 못한 배우들에 관한 판단이나 평가를 유보해 주셨으면 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도 참 느렸다. 거기서 뭔가 해 나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주어진 게 제한적이면 보여줄 기회가 없다. 한 작품으로 가혹한 평가를 받으면 다음은 없다. 다음이 있어야 뭔가 또 있다. 나는 그래도 기다려준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김혜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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