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칼럼] 잘못된 소통은 공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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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칼럼] 잘못된 소통은 공해다
  • 김소진 ㈜제니휴먼리소스 대표
  • 승인 2023.07.0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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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제니휴먼리소스 대표.
김소진 제니휴먼리소스 대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최근 카톡 지옥 해소를 위해 ‘단톡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추가했다. 내 카톡에도 수십개의 단톡방이 있다.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단톡방에서 불편해도 나오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쓰지 않고도 내가 불편하면 과감하게 나와버린다.

이렇게 단톡방에서는 해방되었지만 여전히 카톡 지옥은 계속 된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분들이 보내는 톡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오는 ‘좋은 말씀’부터 날이 좋으면 ‘해사진’, ‘꽃사진’, ‘풍경사진’에 저녁에는 ‘노을사진’, ‘정치뉴스’까지 카톡 지옥은 종일 계속된다.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고, 좋은 말씀, 정치 뉴스, 풍경사진 등에 관심도 없는데 왜 이런 것들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한두번은 '엄지척'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자 정말 좋은 것으로 오해를 하셨는지 계속 보내 온다. 그럼 나는 차단으로 답을 대신한다. 어떤 분은 굴하지 않고 다른 채널을 통해 연락해오기도 한다. 

카톡을 보내는 시간도 문제다. 내 카톡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가 넘은 새벽까지 시달린다. 자기가 깨어 있는 시간이면 '카톡 보내기 괜찮은 시간'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중요한 연락을 놓칠까 봐 켜둔 카톡은 ‘방해금지 시간’을 설정해두고서야 지옥 탈출이 가능했다.   

나는 내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차가 많이 막히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꼭 필요한 만남 이외에는 자제한다. 모임도 가능한 줄이고 있다. 이제는 채널이 많아져 대면하지 않아도 전화, 이메일, 문자, 카톡, 앱 알림, 광고 등으로 하루 종일 폰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방해받지 않기 위해 알림 받지 않기, 수신 차단, 스팸 등록을 수시로 한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끌려 다니고 답해주고 응대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해 새벽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 한다. 잠은 부족하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그래서 끌려 다니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비로소 편안하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늘도 보고 생각도 할 수 있는 짬이 생겼다. 연결, 소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뭣이 중헌지' 생각하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 

“나를 왜 차단했냐고?” “단톡방에서 왜 나갔냐고?” 묻기 전에 내가 왜 차단 당했는지, 톡의 내용과 톡을 보낸 시간은 적절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김소진
뉴욕대학교(NYU) 인사관리 석사. 서울시·과학기술부·경찰청 등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 중이며, KBS ‘스카우트’, tvN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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