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아남기] (1)프리랜서=자유, 맞는 등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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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살아남기] (1)프리랜서=자유, 맞는 등식일까?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3.07.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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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림=하다봄

자유직업인을 통칭 프리랜서(Freelancer)라고 하는데 원래 중세유럽의 용병(傭兵)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용병은 보수를 받고 복무하는 군인을 뜻하지만 요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서 외국선수를 ‘용병’이라고 부른다. 대개 우월한 신체조건과 파워풀한 역량을 갖춘 용병선수들은 팀의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순간? 가차없이 내팽개쳐지는 것이 그들의 처지이다. 

용병은 까다롭게 고르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당연히 기대도 크다. 그런 만큼 용병은 몸값을 하지 못하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용병의 위치가 그러하니 살벌함이 감도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도무지 여유가 없는 사람, 잠시 삐끗하면 바로 아웃되는 처지, 하지만 사람들은 프리랜서라고 하면 자유와 해방감부터 떠올린다.

오래 전에 ‘프리랜서’라는 의류 브랜드가 있었다. 광고 콘셉트는 말할 필요없이 ‘자유’였다. 캐주얼 복장의 남자가 홀로 RV차량을 이용해 아름다운 곳에 도착,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음악과 함께 ‘FREERANCER'라는 자막이 떴다. 그 광고 때문에 프리랜서를 한 달에 며칠 일하고 유유히 여행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한 사람이 많았다. 

활발하게 일하는 프리랜서 가운데 마음 편히 쉬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클라이언트가 급한 주문을 하면 짐을 싸서 돌아와야 하는 게 프리랜서의 숙명이다. 그 업체와 계속 일할 마음이 있다면 클라이언트의 타임 스케줄과 함께 해야 한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 8년 정도 지났을 때 해외 취재를 갔다가 일이 끝난 후 2주 정도 휴가를 가졌다. 며칠 쉬고 있자니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나’하는 걱정과 함께 괜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세상이 나를 팽개치고 팽팽 돌아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침 내가 기고하던 잡지사의 편집장과 연락이 되었는데 “급하게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내일 사무실로 나와달라”고 했다. “여기 벤쿠버인데, 사흘 후 귀국입니다”라고 하니 “오는 즉시 와달라”고 했다. 그때 더 놀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데도 기쁘기만 했다. “나를 잊지 않고 있구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괜히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프리랜서의 인기를 피부로 실감한 것은 인터넷이 막 활성화되던 시기인 1999년경이다. 발 빠른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구상을 하던 시절이다. 당시 온스터디라는 회사가 인터넷 무료강의를 계획하면서 강사를 모집했다. 그 회사 대표와 친분이 있는 후배의 권유로 나도 한 과목을 맡았는데 그때 강의 제목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기’였다. 

인터넷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알려진 회사가 아닌 데도 첫 달 수강생 모집에서 사흘만에 50명 정원을 채웠다. 100명을 모집한 8월에는 단 몇 시간 만에 마감됐다. 이틀에 한 번씩 강의안을 올리고, 과제를 낸 뒤 일일이 그 과제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당시 수강생들의 80%가 20대와 30대 직장인들이었다. 그 외는 주부나 무직이었다. 수강생들과 인터넷으로 대화를 해보니 대부분 “장차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당시 강의 제목은 ‘프리랜서로 살아가기’였으나 이 칼럼의 꼭지명은 ‘프리랜서로 살아남기’로 정했다. 30년 동안 프래랜서 현장에서 뛰다 보니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다 보면 살아남게 되겠지’라고 느슨하게 생각할 수 없는 현장이 바로 프리랜서 세상이다. 주문 생산을 제대로 해내야 하는 살벌한 곳이 바로 프리랜서 시장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자유는 곧 여유있는 시간과 간섭없는 삶을 뜻할 텐데, 흠~ 쉽지 않은 일이다. 마감 맞추느라 머리에서 김 나고, 데드라인이 똑딱똑딱 다가오니 그게 곧 간섭이다. 그렇더라도 ‘프리랜서=자유’가 성립하는 건 사실이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들이 “절대 출근은 못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자유롭게 사는 건 자기 하기 나름이다.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쉽지 않지만 도처에서 살아남은 그들이 펄펄 뛰고 있다. 
 

이근미 작가

기자생활을 거쳐 여러 매체에 기고하면서 방송작가, 대학강의, 기업체 강의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1%로 승부하라》《프리랜서처럼 일하라》《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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