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는 최근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주요 9개 도시 사무용 빌딩 가치가 2030년까지 8000억달러(약 1000조원)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글로벌 인스티튜트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매일 출근하는 근로자는 37% 수준이며 사무실 출근율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30% 낮아졌다고 한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공실률은 오르고 임대료가 하락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노동부 설문조사를 인용해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재택근무 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 25분으로 엔데믹 이후에도 원격 재택근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지난 3월 카카오는 재택근무제 폐지를 발표했다. 그러자 직원의 절반이 노조에 가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카카오 외 다수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기업 경영진들은 재택근무로 인해 성과가 떨어지고 있으니 출근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직원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재택 가능한가요?”
인재추천을 위해 후보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 '많이 묻는 TOP 3' 안에 드는 질문이다. 개발자 대부분은 이 질문을 빠뜨리지 않는다. 재택이 불가능하다면 지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이력서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신도시 개발 영향으로 예전에 비해 사람들의 거주 지역이 다양해졌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곳도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옥철을 매일 겪어내야 한다. 출근하기도 전에 이미 진이 빠져버린다.
나도 신입사원 시절부터 10년간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을 했다. 분당 초입에 위치해 서울까지 차 안 막히면 20분 거리였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1시간 30분을 꼬박 운전해야 했다. 이런 시간을 10년쯤 보냈을 즈음, 매일 왕복 3시간 운전하는 것도 힘들고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출퇴근 지옥을 탈출했다.
며칠 전 친한 40대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8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며 직장을 구한다고 했다. 20년간 '9 to 6' 출퇴근을 고수하던 대표가 코로나 이후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며 전직원 재택근무로 근무체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로인해 '출근해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 퇴사 사유였다. 남들은 재택을 못해서 난리인 시점에 재택근무하라는데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물었다. 그는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곳, 집에서는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시대 흐름과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에 발맞춰 중소·중견기업들이 재택·유연 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을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출근이든 재택이든 직원 스스로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혼합형이든, 이제 개인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근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 되었다.
김소진
뉴욕대학교(NYU) 인사관리 석사. 서울시·과학기술부·경찰청 등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 중이며, KBS ‘스카우트’, tvN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