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칼럼] “나는 과연, 임원 될 상일까”... 디테일 코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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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칼럼] “나는 과연, 임원 될 상일까”... 디테일 코칭의 힘
  • 김소진 제니휴먼리소스 대표 
  • 승인 2023.07.27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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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3개월간 여러 헤드헌팅 업체에서 30여명의 이력서를 받았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왠지 내가 적임자를 찾아낼 것 같아 심장이 뛰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찾아 드릴게요.” 

고객사의 인사 관계자에게 자신 있게 답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소개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였다. 
  
외국계 기업의 인재 스펙을 보자마자 김부장이 떠올랐다. 단 하나, 걸리는 점은 ‘현재 임원이어야 할 것’이라는 조항이었다. 그 조건만 제외한다면 스펙으로는 김 부장이 적임자였다.
 
나는 다음날 김부장과 만났다. 그는 국내 최고 학부 졸업에 국내·외 기업을 두루 거쳤고 영어도 능숙했다. 회사에서 요청한 필수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왜 여태 임원에 오르지 못했는지 나 또한 궁금하던 차였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승진 적체로 제가 임원될 가능성이 없어요. 그래서 이직(移職) 시도를 여러 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죠.” 

시도를 몇 번이나 했는지, 지원한 회사와 직책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그는 열 번 가까이 국내외 기업에 임원급으로 지원했으나 모두 탈락했다고 했다. 

순간 내가 섣부르게 나선 건 아닌지 걱정됐다. ‘추천 여부는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가 제안한 자리에 자신이 잘 맞고 잘 해낼 자신 있다며 이번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어필했다.
 
고객사 요청 스펙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김 부장의 이력서도 다시 한줄 한줄 뜯어보았다. 회사 동료와 상사, 그리고 후배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회사생활은 어땠는지 등 레퍼런스 체크도 했다. 

면밀히 검토한 결과, 마침내 결정했다. 고객사에 김 부장을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김 부장을 처음 봤을 때 그의 이력은 완벽했지만 말과 행동, 외모, 스타일, 제스처, 애티튜드 등에서 고쳐야 할 대목이 많았다. 다행히 ‘코칭’을 통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고객사에 현재 시장 상황과 후보에 대해 설명하며 추천하는 후보자를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전했다. 고객사에서는 그러겠다고 응답했다. 면접은 일정상 2주 후로 잡혔다.

김 부장을 다시 만났다. 

“이번 기회가 부장님께 중요한 기회이고 절실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장님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이직시키려고 합니다. 부장님께서 아주 성실하게 따라준다면 전 자신이 있는데 어떠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내가 말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최고 학부를 나오고 성과도 있고 성실한 사람인데,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번의 이직 실패로 자존감까지 바닥이었다. 

나는 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의 가치를 알려줬다. 단점은 보완하고 떨어진 자존감을 찾고 자신감을 불어 넣었던 것이다. 다이어트는 물론 헤어, 패션, 구두, 안경까지 모두 바꾸라고 요청했다. 함께 면접 대비도 철저히 했다. 

일주일 후 중간 점검 차 그를 재차 만났다. 순간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 아냐?’라고 할 정도로 김 부장은 변해 있었다. 
 
면접 전날 또 만났다. 촌스럽고 자신감 없던 이전의 김 부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2주간 함께 했던 디테일 코칭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 면접 결과는 당연 합격(合格)이었다. 

‘내가 임원이 될 상인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리에 걸맞은 격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다. 

성장을 원한다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어떤 사람도, 이유 없이 그 자리에 오른 경우는 없다. 호수 위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만 봐서는 안 된다. 물 밑에서 열심히 젖는 백조의 ‘인내’와 ‘노력’을 생각해야 한다.

김소진

김소진
뉴욕대학교(NYU) 인사관리 석사. 서울시·과학기술부·경찰청 등 공공기관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 중이며, KBS ‘스카우트’, tvN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성공하는 남자의 디테일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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