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피치(Fitch)는 S&P, 무디스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다.
그동안 미국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과 함께 ‘AAA’그룹에 속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12년만이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에 일정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두 곳에 본사를 둔 피치는 1913년 존 놀스에 의해 설립된 ‘피치퍼블리싱컴퍼니’에서 출발했다. 11년 후인 1924년에 회사채를 처음으로 평가했는데 현재 사용하는 신용 등급 ‘AAA~D’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1975년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 중에서 가장 먼저 미국 국가공인 신용평가기관 인증을 받았다. 김혜미 중앙일보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피치는 세 차례의 인수·합병 끝에 지난 2002년 회사 이름을 지금의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로 바꿨다. 최고 등급인 ‘AAA’부터 ‘BBB-’까지가 투자적격에 해당한다. ‘BB+’ 이하는 투자부적격이다.
피치는 S&P와 무디스에 비해 점수가 상대적으로 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일부 전문가가 우려하는 것이다. 피치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이 향후 3년간 악화할 것으로 보이며 국가 채무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반복되면서 재정 관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는 피치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진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코노미스트 버나드 보몰, 투자전략가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주장과 ‘미국 정부와 금융시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금융전문가 마이클K 파, 글로벌 전략가 퀸시 크로스비)는 견해가 있다. [백두원 마켓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