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예배드리는 ‘153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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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예배드리는 ‘153 커뮤니티’
  • 이사론 기자
  • 승인 2023.08.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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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바인교회, 넥스트드림, 육각형공동체 연합 모임
좌로부터 이효근 목사, 김영일 장로, 이정석 대표. 사진=이사론 기자
좌로부터 이효근 목사, 김영일 장로, 이정석 대표. 사진=이사론 기자

‘153 커뮤니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한 모임이다. 우선 매주 모여서 예배 드리지만 '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커뮤니티’라는 명칭대로 여러 단체가 함께 할 따름이다. 트루바인교회(이효근 목사), 넥스트드림(이정석 대표), 육각형공동체(김영일 장로)의 연합체로 각각의 대표자는 있지만 153 커뮤니티의 대표는 따로 없다.

요즘 카페교회, 만화방교회, 체육관교회 등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때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던 사람 중에 많은 이들이 엔데믹 이후 교회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교계에서는 이들이 여전히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아예 교회를 떠났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 밖 교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기존 교회를 낯설게 여기는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예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궁금해서’, ‘새로운 교회 준비에 참고하려고’, ‘새로운 예배를 경험하려고’ 등등의 이유로 153 커뮤니티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담임목회를 하다가 갈등 많은 교회를 떠나 새로운 사역을 꿈꾼 이효근 목사, 문화사역자이자 청년 목회자로 많은 활동을 해온 이정석 대표, 연합과 통합 예배 모델을 갈망해온 김영일 장로가 2021년 5월 마음을 합치면서 153 커뮤니티가 출발했다.

이머징 처치 '153 커뮤니티'는 '따로 또 같이' 성장을 꿈꾼다. 사진=이사론 기자
이머징 처치 '153 커뮤니티'는 '따로 또 함께' 성장을 꿈꾼다. 사진=이사론 기자

‘153’은 밤새 허탕을 친 베드로가 예수님이 지정해준 곳에 그물을 던져 잡은 물고기 숫자이다. 공교롭게도 예배드리는 카페 자리가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53번지’에 위치하고 있어 ‘153 커뮤니티’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153 커뮤니티는 매주 이효근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 겸 갤러리 공간인 ‘COFFEE 153’에 모여 예배드린다. 예배 형식은 일반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른과 청소년, 어린이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기타연주에 능숙한 이정석 대표가 20분간 찬양을 인도할 때 교인들은 자리에 앉아 키보드, 하모니카, 리코더, 기타를 함께 연주할 정도로 격의 없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다.

새로운 교회를 꿈꾸는 이들이 매주 153 커뮤니티를 방문한다. 사진=이사론 기자.
새로운 교회를 꿈꾸는 이들이 매주 153 커뮤니티를 방문한다. 사진=이사론 기자.

설교는 이효근 목사가 담당하고, ‘어린이 눈높이 예배+다음 세대 축복 주일’로 정한 셋째 주는 오랜 기간 어린이 사역을 해온 강옥련 목사가 설교한다. 5주째 설교는 김영일 장로가 성경말씀을 바탕으로 작성한 대본을 어린이를 포함한 전 교인이 함께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단을 높이지 않고 바닥에 서서 교인들과 교감하며 성경을 전하는 153 커뮤니티의 설교야말로 높은 단상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형식의 일반 설교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예배가 끝나면 교인들이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으로 이른바 ‘포틀럭 파티’를 하며 서로의 사정을 살피는 돈독한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이효근 목사는 “교단적 배경이 다르고 조직이나 구성원, 운영방식도 다른 3개의 공동체가 주중에는 각자의 방식과 소명을 따라 목양과 교육을 따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예배 마치면 음식을 나누며 돈독한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사진=이사론 기자
예배 마치면 음식을 나누며 돈독한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사진=이사론 기자

이정석 대표는 153 커뮤니티를 일종의 ‘이머징 처치(emerging church)’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현한 예배 형태(참여적 예배, 공동체적 예배)를 추구하는 교회라는 뜻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생겨난 교회 형태로, 대중적이며 청년 지향적이고 현대문화와 관계를 맺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정석 대표는 “장소나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새롭지만 원형적인 교회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이머징 처치로 생각한다”며 “시대적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 교육과 목양 방식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따로 또 함께’ 힘을 모아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17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와 부산에 정착한 조선·해양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 CEO 김영일 장로는 “모든 사역은 성도중심, 선교와 섬김은 공동체 중심이라는 변화를 갈망하던 중 두 분과 뜻이 맞아 함께 하게 되었다”며 “목회자 중심의 조직적이고 수직적 운영이 아니라 성도가 자율적이고 기능적으로 사역을 감당하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시대적 모델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COFFEE 153'은 매주 일요일 예배장소로 바뀐다. 요즘 카페교회, 만화방교회, 체육관교회 등 다양한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사론 기자
'COFFEE 153'은 매주 일요일 예배장소로 바뀐다. 요즘 카페교회, 만화방교회, 체육관교회 등 다양한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사론 기자

153 커뮤니티는 장소 유지 비용이 안 드는 데다, 교인들이 음식을 마련해오니 따로 경비 나갈 일이 없다. 그래서 매주 들어오는 헌금으로 여러 선교지의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다. 목요일마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과 함께 예배하는 시간도 갖는다. 

현재 153 커뮤니티에서 예배드리는 인원은 30명 안팎인데 매주 견학을 오거나, 함께 예배드리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계획하는 사람들의 문의도 많다는데, 언제든 누구든 환영한다는 전언이다. 153 커뮤니티 예배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예배는 유튜브 채널 ‘트루바인교회’에서 생중계한다. [이사론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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