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만에 소고기 숙성"... 농진청, ‘라디오파’ 활용한 신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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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만에 소고기 숙성"... 농진청, ‘라디오파’ 활용한 신기술 개발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3.08.3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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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 25% 연해지고 풍미 1.5배 증가… 수율 약 85% 상승
농촌진흥청은 소고기 건식 숙성의 산업화와 대중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개발한 기술은 라디오파로 소고기를 가열하는 동시에 고기 표면의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영하의 냉풍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사진=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로 약 3주의 시간이 필요했던 드라이에이징(건식 숙성)이 이틀이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은 소고기 건식 숙성의 산업화와 대중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건식 숙성은 고기가 연해지고 풍미는 좋아지지만 3주 이상의 긴 숙성기간 동안 발생하는 재고 부담이 있었다. 또 고기를 숙성하고 먹을 수 있는 부분이 60~70%에 불과하다. 
 
소고기 숙성은 고기 속 다양한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며 이뤄진다. 15도 이상에서 소고기를 숙성하면 미생물 오염 우려는 있지만 효소 반응은 촉진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착안해 ‘라디오파 소고기 단기 숙성기술’을 개발했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번 개발한 기술은 라디오파로 소고기를 가열하는 동시에 고기 표면의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 영하의 냉풍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라디오파 단기 숙성기술을 적용한 결과 48시간 만에 고기 육질은 25% 부드러워졌고 건조 전 무게 대비 ‘풍미 인자’는 1.5배 늘어났다. 수율은 85% 정도로 기존 건식 숙성 방식보다 높다. 또 고기 표면에 특정 유산균이나 효모 등을 발라 발효 향, 제빵 향 등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풍미의 숙성 소고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장치를 통해 숙성할 수 있는 양은 20kg 정도다. 3개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산업체 중심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이번 연구는 축산물에 공학 기술을 접목해 산업화에 접근한 구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며 “축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농산물을 선택하고, 농가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기술확산과 보급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다음은 농촌진흥청이 제공한 라디오파 숙성장치 관련 Q&A다.

Q1. 라디오파 숙성장치의 사용 주파수와 그 주파수 사용 이유?

A. 라디오파 숙성장치는 라디오 주파수의 하나인 27.12MHz를 사용합니다. 라디오파 숙성장치는 소고기의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냉동 챔버 내에서 고기 내부를 라디오파로 가열합니다. 파장이 짧은 마이크로파는 주로 표면에 흡수되기 때문에, 고기 내부를 가열하는 데에는 파장이 긴 라디오파가 유리합니다. 전파법에서 통신과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사용 허가된 주파수는 13.56, 27.12, 40.68, 915, 2450MHz이며, 이 중 27.12MHz가 효소 반응을 활발하게 하는 온도 범위인 20~37℃로 가열하는 데 적합합니다.

Q2. 라디오파로 숙성시키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A. 소고기는 자체적으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칼페인, 카텝신 등)를 갖고 있습니다. 소고기의 숙성은 이러한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하며 고기의 연도와 풍미 인자인 유리아미노산을 증가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숙성은 건식 숙성(드라이에이징)과 습식 숙성(웻에이징)으로 구분되며, 미생물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에서 표면을 건조하거나(건식 숙성) 밀폐된 상태(습식 숙성)로 이루어집니다. 라디오파 숙성은 고기 내부를 가열하여 효소 반응이 활발한 온도로 유지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연도와 유리아미노산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열을 냉동 챔버 내부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표면 미생물 증식에 의한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Q3. 냉동 챔버에서 라디오파로 가열하면 소고기 표면은 얼지 않나요?

A. 소고기의 숙성을 단축하기 위해 냉동 챔버에서 소고기 중심 온도가 약 30℃ 내외로 유지되도록 가열합니다. 영하 20℃의 냉동 챔버에서도 소고기 중심부 온도와 표면 인근 온도는 실험적으로 약 5℃ 내외로 차이가 나며, 중심이 30℃일 경우 표면은 약 25℃ 정도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냉동 챔버에서 소고기를 라디오파로 가열할 경우, 고기 표면이 얼지 않습니다. 이때, 미생물 증식 억제 효과는 고기 표면이 건조돼서 생기는 효과입니다.

Q4. 영하에서 고기를 가열하면 왜 고기 표면이 건조되는 것인가요?

A. 특정 온도에서 주변 공기의 습도가 포화되지 않은 경우, 증발에 따른 건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냉동 온도에서는 포화수증기량이 작기 때문에 증발에 따른 건조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냉동 온도에서 따뜻한 고기 표면의 건조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려면 온도가 높으면 분자운동이 활발하고 낮으면 분자운동이 줄어드는 브라운운동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온도가 높은 고기의 수분은 운동이 활발하여 쉽게 공기 중으로 날아갈 수 있으나, 냉각된 공기에 포함된 수분은 분자운동이 낮아서 다시 고기 내부로 흡수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기 표면은 빠르게 건조되는 것입니다.

Q5. 외국에서도 라디오파로 소고기 숙성을 연구하나요?

A. X선, 감마선 등으로 멸균한 소고기를 15℃ 항온 저장고에 보관하여 숙성기간을 단축했다는 연구는 있으나, 본 연구와 같이 소고기를 숙성한 연구는 외국에 없었습니다. 라디오파를 이용한 냉동육의 해동, 저수분 식품의 가열살균 등의 연구 사례는 있었으나, 소고기 숙성에 적용한 것은 본 연구가 세계 최초입니다.

Q6. 라디오파 숙성을 48시간보다 더 길게 하면 계속 연해지나요?

A. 화학반응에서 촉매는 반응으로 소모되지 않고 계속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단백질로 구성된 효소는 촉매와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그 수명이 길지는 않습니다. 외국의 논문을 보면 건식 숙성 시 연육과 유리아미노산이 최대가 되는 시점은 저장하고 약 3주가 됐을 때입니다. 라디오파 숙성을 한 경우에도 96시간 동안 숙성을 해보았으나 48시간 이후 추가적인 연육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Q7. 소고기 질긴 부위도 라디오파 숙성하면 연해지나요?

A. 심줄이 많아서 질긴 소고기 부위는 구이용보다는 탕용으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심줄은 주로 콜라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과 함께 오랫동안 열처리할 경우 부드러워지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건식 숙성 연구에서 소고기의 질긴 부위를 건식 숙성하면 그 연도를 높일 수는 있으나 구이용만큼 부드러워지지는 않는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해지는 효과가 있어 소고기 질긴 부위도 라디오파 숙성과 함께 기계적인 연화 작업을 함께한다면 구이용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Q8. 개인별로 고기향과 발효향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데 맞춤형 숙성이 가능한가요?

A. 라디오파 숙성은 기본적으로 고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소에 의해 나타나지만, 고기 표면에 풍미와 관련된 미생물을 처리하면 특정 풍미를 많이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숙성 시 특정 유산균나 효모 등을 고기 표면에 바르면 발효향, 제빵향 등 다양한 풍미의 숙성 소고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Q9. 일반 소비자 대상 관능 실험 계획은?

A. 2022년 현장 평가회 참석자에 대한 관능검사를 수행하였으며, 신선육 대비 라디오파 숙성육의 맛 평가로 연육 향상 우수가 94.6%, 풍미 향상 우수가 89.2%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관능 실험은 산업화를 추진하는 업체에서 향후 시식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기술박람회 개최 시 참석자에 대한 시식 행사를 통한 설문조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Q10. 라디오파 소고기 숙성장치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A. 1회 20kg의 소고기를 숙성하는 장치의 가격은 약 3000만원 수준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처리용량을 늘리고 장치의 가격도 낮춰 나가고 있습니다.

Q11. 그동안 라디오파를 활용한 어떤 연구가 이뤄졌나요?

A. 2017년도에는 라디오파를 활용한 급속 해동기술을 개발해 돈가스 가공공장에서 현장 설명회를 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영하 20℃의 냉동 돼지고기 등심을 영하 4℃까지 5분 이내로 해동할 수 있습니다. 2019년도에는 라디오파 해동 장치를 활용하여 영하 40℃ 냉동 참치를 15분 만에 영하 2℃로 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농업기술박람회에서 시연한 후 시식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라디오파 소고기 숙성기술 연구는 2020년 5월부터 최근까지 이루어졌으며,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국제식품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여 심사 최종 단계에 있습니다.

Q12. 라디오파 숙성기술은 어떻게 보급하고 있나요? 

A. 라디오파 숙성기술은 영농정보로 제공하거나 산업재산권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영농정보는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포털 ‘농사로(www.nongsaro.go.kr)’에 접속하면 누구나 검색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업재산권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림 축산식품 기술사업화 종합정보망 NATI (Network for Agri-forest-food-Tech Information) 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기술이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술이전 받은 산업체를 중심으로 사업화해서 현장에 보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허출원: 라디오파를 이용한 육류 급속 숙성 장치 및 이를 이용한 육류 급속 숙성 방법(10-2020-0176857)  

Q13. 이 기술이 소고기 등급제 관련해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A. 축산농가가 생산한 한우(육우)는 축산법에 따라 육질과 육량에 대한 등급판정을 받고 유통되고 있으며, 경매를 통해 등급별 가격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라디오파 숙성이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진다면, 숙성육 생산에 따른 저등급(1~2등급)의 소고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저등급 소고기의 경락가격 상승을 통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14. 이번 연구 결과의 활용방안과 기대효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라디오파 숙성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존의 45일 정도 걸리던 건식 숙성보다 원육 구매에 사용한 비용을 단시간에 회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규모 축산농가나 식육식당에서 이러한 장치를 활용할 경우 이자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로 등급이 낮은 축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였다면, 앞으로는 돼지고기 다리 부위와 같은 비선호 부위의 부가가치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내 축산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맛있는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저장 유통 기술 개발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Q15. 가정용 냉장고에 해당 기술을 적용 가능한가요?

A. 라디오파 발생기를 냉장고에 부착하면 가정용 냉장고에도 라디오파 숙성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가정용 제품은 다양한 사용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기능을 보강해야 하며, 라디오파 장비의 가격이 비싸서 가정용으로 제품화를 시도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에서 도전적으로 제품화를 추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Q.16 소고기 이외의 다른 고기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나요?

A. 소와 유사한 반추동물인 양, 염소의 고기에도 같은 숙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돼지고기 등심과 닭가슴살에 대해 실험해 보았으나, 닭이나 돼지고기는 연하기 때문에 연육 효과보다는 풍미가 증가하는 효과가 컸습니다. 앞으로 좀 더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소고기 외 다른 고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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