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칼럼] 타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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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칼럼] 타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3.09.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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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켓뉴스
사진=마켓뉴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5년에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인데 오묘해서인지 여기저기 인용되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일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연예인들의 외모 치장만 놓고 본다면 예전에는 다크 브라운 정도의 염색만 허용되었지만 지금은 탈색을 한 머리도 얼마든지 출연 가능하다. 오히려 흑발이 어색할 정도다. 

요즘 들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항목을 꼽으라면 문신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문신이 자유롭지 못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TV 화면에 문신이 많이 등장한 건 엠넷의 쇼미더머니가 계기가 되었다. 11차까지 방영된 쇼미더머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의 문신 노출 강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쇼미더머니11 때는 얼굴까지 문신을 한 출연자도 있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보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껴서는 안 되며 어린이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심의 규정을 세워놓았다. 연예인 중에 과도한 문신을 한 경우 테이핑으로 가리기도 하지만 웬만한 건 드러내고 출연해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렇더라도 아직 염색처럼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요즘 문신이 아니라 타투라는 영어 표현이 자리잡았다. 그와함께 MZ세대 사이에서는 ‘나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일 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고의 타투이스트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손재주가 좋은 대한민국 타투이스트들의 세계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각종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외국 스타들이 국내까지 찾아와 타투를 하면서 실력이 널리 알려졌다. 세계 각국의 유명 도시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타투 스튜디오의 '간판 타투이스트'들은 대개 한국인이다. 2020년 초 코로나 확산 직전에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명 타투 스튜디오 ‘뱅뱅’의 아티스트 40명 중 14명이 한국인이었다. 미국 타투 스튜디오들의 보증으로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예술인 비자(O1)를 비롯한 다양한 비자가 가능하다.

K팝, K드라마와 함께 K타투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픈 사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타투 시술이 불법이어서 타투이스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진출을 하는 상황이다. 1992년 대법원이 ‘바늘로 피부에 색소 주입하는 건 감염 위험이 있다’며 타투 시술을 의료 행위로 규정했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 행위는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할 수 있다. 

타투유니온이 헌법소원을 내며 합법화를 호소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타투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로 인해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고발당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타투 관련 규제가 없거나, 자격 면허를 발급해 법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타투를 불법으로 보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타투를 합법화하는 법안 6개가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2년 10월 19일 청주지법이 반영구화장 시술자 2명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올 8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해 타투인들의 기대가 고조되었다. 타투업계는 합법화되면 타투 산업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속히 좋은 소식이 오길 바라고 있다.
  
문신을 새기는 일도 쉽지 않지만 제거하는 일은 몇 배 더 힘들기 때문에 문신제거 경험자들이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라고 말할 지 모르겠다. 작은 문신도 제거하기 어렵지만 크고 짙은 색조의 문신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최신장비와 기술력을 갖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피부 상처와 켈로이드 흉터, 피부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상태와 문신 색소의 침착 깊이를 정밀한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한 뒤, 첨단 레이저 장비를 이용하여 주변 피부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 타투 제거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 타투의 상태에 따라 몇 차례에 걸친 수술을 해야 하고, 결국 깨끗이 제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쉽게 지울 수 있는 인스턴트 타투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중이다. 스티커처럼 붙이는 타투 스티커와 피부에 인쇄하는 타투 프린터로 얼마든지 타투를 즐길 수 있다. 물을 뿌리지 않고 신체에 바로 그림을 붙이는 건식 타투 스티커도 유행이다. 인스턴트 타투는 보통 3일~일주일 정도 유지되고 비누나 클렌징 오일, 리무버로 문지르면 바로 지워진다. 펜 타입 프린터인 이브봇 프린트펜도 인기다. 피부, 종이, 운동화 등에 프린트를 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컬러 타투부터 특별한 형광 타투까지 가능하다. 

나를 치장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해도 몸에 영구적으로 새기는 타투에 대해서는 재고를 거듭한 뒤 결정해야 한다. 배우 지망생이라면 얼굴이나 목에 문신을 할 경우 아마도 역할에 제약이 있을 테니까. 과도한 타투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직업도 얼마든지 있다. 고객을 대하는 직종 모집에 손에 타투를 한 사람이 낙방한 사례도 있다. 매년 패션 경향이 바뀌는데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평생 몸에 지니는 건 지루한 일이라는 의견도 많다. 연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새겼다가 결별하여 곤란을 겪었다는 후일담들도 나온다. 

어쨌거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제목을  여러 사안에 대입해보면 결정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 ‘아직도 틀리고 앞으로도 틀리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일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근미 / 문화일보로 등단 
장편소설 《17세》《어쩌면 후르츠 캔디》《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나의 아름다운 첫학기》 비소설《+1%로 승부하라》《프리랜서처럼 일하라》《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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