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수정테이프’로 신청서 조작... 1600여 개 계좌 무단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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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수정테이프’로 신청서 조작... 1600여 개 계좌 무단 개설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3.10.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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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56곳 직원 114명 사건 가담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 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 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을 활용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은행의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이번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만들고 B증권사의 계좌 개설 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금감원은 “해당 직원들은 고객에게 사본 활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뒷받침할 수 있는 물적 증빙이 없었다”며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이런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 위탁(주식), 선물옵션, 해외선물 등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해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상의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669건이나 발견됐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고객이 전자 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는 등 전산통제도 미비했다. 

사후 점검 기준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대구은행은 고객이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된 서류를 이용한 사례 등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지침 없이 전(全) 영업점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내부통제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만 발송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소홀의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바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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