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암살됐다.
◆1963년 11월 리 하비 오스왈드는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텍사스 달라스를 방문, 딜리 플라자 거리를 지나가게 될 것이란 기사를 현지신문에서 읽는다. 해병대 출신으로 사격에 능한 그는 마침 이 거리에 면해 있는 교과서 창고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소련에 가서 살 정도로 親蘇的이고 정서가 불안정한 그는 11월22일 낮 망원경이 달린 이탈리아제 카빈 소총을 들고 6층 창가에서 기다리다가 81m 떨어진 거리를 지나가는 차량에 탄 케네디를 저격, 두 발을 명중시켰다. 그중 한 발이 머리를 맞혀 케네디는 사망했다. 動線 노출이 치명적이었다. 동선정보가 암살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오스왈드에게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1981년 3월 28일 미국 청년 존 힝클리는 워싱턴에 들렀다가 30일에 레이건 대통령이 힐턴 호텔에 가서 미국 노동계 인사들에게 연설을 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되었다. 성적 망상장애를 앓던 그는 여배우 조디 포스터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며 편지를 써보내고 있었는데 미국 대통령을 쏘면 냉담한 포스터가 자신에게 관심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3월30일 오후 그는 호텔 앞에서 레이건을 기다렸다. 연설을 마치고 나온 레이건이 대기중인 리무진으로 다가가는데 힝클리 5m 앞을 지나갔다. 그를 향해서 권총 여섯 발을 쏘았는데 측근들이 피격당하고 레이건은 직접 맞지는 않았다.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자동차 안으로 밀어넣는 쪽을 향해 쏜 총탄이 車體를 맞고 튕겨서 레이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피해가 레이건은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動線노출이 힝클리의 암살욕망을 자극한 것이다.
◆1962년 8월22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드골 대통령 부부가 탄 시트로엔 승용차가 암살단의 기관단총 집중사격을 받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따르던 경호원 두 명은 사살되었지만 드골 부부는 살았다. 대통령 승용차는 14발을 맞고 타이어가 터졌으나 노련한 운전자가 加速하고 시트로엔의 서스펜션 시스템이 뛰어나 死地탈출에 성공했다. 드골의 알제리 독립방침에 분노한 군인들이 그날 12 명의 암살단을 조직, 넉 대의 차량에 타고 파리 중심부 길가에서 기다렸다. 그들은 엘리제 궁 내부의 협력자로부터 드골의 동선을 파악했다. 저녁 8시10분, 대통령 일행이 군사박물관 앵발리드 앞을 지나는 도로를 이용, 공항으로 갈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암살단은 길목을 지키다가 100발 넘게 퍼부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드골의 사위가 "숙이세요"라고 외쳤고 뒷 창문을 뚫은 총탄은 드골의 숙인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드골 부부는 깨진 유리조각 세례를 받았다. 드골이 목숨을 잃을 뻔한 것도 動線이 노출된 때문이었다. 드골은 고향인 콜롱베와 엘리제 궁을 자주 오갔는데 암살단은 이 사실을 알고 그 길목을 노린 것이다.
◆1992년 5월23일 토요일 오후, 시칠리아 팔레르모 근교 고속도로. 마피아 수사담당 지오바니 팔코네 판사 부부가 탄 차량과 경호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망을 보던 마피아 행동대원이 원격조종 단추를 눌렀다. 도로 밑 수로(水路) 위에 묻어두었던 수백kg의 폭약이 터져 그 위를 지나던 차량 두 대가 날아갔다. 판사 부부와 경호경찰관 3명이 즉사했다. 마피아 수뇌부는 팔코네 판사가 수백 명의 마피아 범죄자들을 잡아가두는 데 복수를 한 것이다. 그들은 팔코네 판사가 주말에 집으로 갈 때 지나다니는 길을 알아두었으므로 치밀한 진행을 할 수 있었다. 동선이 고정되면 암살을 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다. 노출시간이 길수록 연습시간도 길어지고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북한공작원 두 명은 1970년 6월22일 국립현충원의 현충문 지붕에 올라가 폭탄을 설치하던중 터져 실패하고 달아났다가 사살되었다. 6월25일 남침기념일에 참석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노린 암살기도였다. 암살이 동선을 따라서 계획된다는 이야기이다. 1974년 8월15일 문세광은 그날 조간신문에서 광복절 기념식이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잠입, 박정희 대신 육영수 여사를 암살했다.
◆북한공작원들은, 1983년 10월9일에 미얀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아웅산 묘소에 참배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묘소 지붕에 폭탄을 장치, 당일 원격조종으로 폭파시켜 한국방문단의 장차관급 17명이 죽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도착이 늦어 살았다. 당시 이기백 함참의장이 중상을 입었다. 만약 대통령과 합참의장이 동시에 당했더라면 안보공백이 생길 뻔했다.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쓰면 합참 건물과 가까워 북한의 공격으로 국가 및 군사 지휘부가 같이 無力化될 위험이 있다.
◆동선의 상시적 노출은 이처럼 위험하다. 잠재적 암살자들에게 암살동기를 자극하거나 확산시킨다. 정치적 암살 위험보다도 정신장애자에 의한 암살위험이 더 심각할지 모른다. 동선이 고정되어 있으면 고정표적처럼 되어 타격을 준비하고 훈련까지 하는 데 충분한 시간대를 제공한다. 시간이 길면 암살방법도 저격, 폭발물 설치, 드론 등 다양하게 동원가능하다.
◆이런 위험 때문에 윤석열 다음 대통령은 집무실과 공관을 통합하려 할 것이다. 移轉이나 新築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부부는 다음 대통령들을 위해서라도 집무실과 숙소로 2원화된 용산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든지, 국방부 청사 안에 숙소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숙소와 집무실을 아우르는 건물을 신축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통령은 소통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 5년 임시직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겐 다음 대통령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통령 경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한 元老의 견해를 소개한다.
1. 같은 動線을 오가는 대통령의 출퇴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매우 위험하다.
2. 대통령 경호의 가장 큰 원칙은 動線보안인데 이를 미리 공개하는 것 자체가 暗殺企圖 유발이 될 수 있다.
3. 특히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대통령이 위치하게 된다는 점이 저격 표적으로는 최고다.
4. 요사이 기술발달로 저격수는 먼 거리에서 파괴력이 강한 총탄을 정확하게 쏠 수 있다. 대통령 승용차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당할 수가 없다.
5. 사회가 다양한 만큼 암살의 동기도 다양하다. 특히 공격성 정신질환자 그룹이 위험하다.
6. 윤석열 대통령이 공관과 국방부를 오갈 때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 대통령 승용차는 멈출 수 없다. 앞뒤로 상당한 거리를 비워놓아야 한다. 통제에 5분이 걸리면 이로 인한 교통체증이 풀리는 데는 30분 이상 걸린다.
7. 암살방법도 저격, 폭탄 설치, 드론 등으로 다양해지는데 대응도 이에 따라야 한다. 출퇴근 동선의 상시적 노출은 대응 자체를 복잡하게 만든다.
8.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시간은 집무실보다는 공관이 더 길다. 거기에도 비서실, 경호실, 미사일 방어망 등이 설치되어야 하니 청와대가 두 개가 되는 꼴이다.
9. 항공통제가 중요한데 청와대는 등뒤에 북한산이 있어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나 용산은 트여 있어 불리하다.
10. 집무실과 공관의 분리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조갑제 조갑제닷컴·TV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