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운전?... 현대차, 바퀴에 모터 단 ‘유니휠’ 세계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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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운전?... 현대차, 바퀴에 모터 단 ‘유니휠’ 세계 최초 공개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3.11.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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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은 바퀴 안으로, 남은 공간은 고객에게로”
현대차그룹이 실제 개발한 유니휠 전시물과 시험용으로 제작한 유니휠 전시물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미래형 자동차처럼 운전자가 핸들 뒤로 돌아앉거나 누울 수 있는 차량을 수년 내에 볼 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8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유니휠 테크데이’를 개최해 새로 개발한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이하 유니휠)’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유니휠은 전기차의 주요 구동 부품을 휠 내부로 옮겨 실내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기능 통합형 휠 구동 시스템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를 거친 동력이 드라이브 샤프트, CV(등속) 조인트를 통해 바퀴로 전달된다. 전기차 역시 엔진과 변속기가 모터, 감속기로 대체됐을 뿐 구동 전달 시스템은 같다. 

유니휠은 전기차의 감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CV 조인트의 기능을 모두 휠 안에 넣고, 모터를 각 휠 가까이에 위치시켜 플랫 플로어(Flat-Floor)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해당 기술이 적용되면 기존 구동 시스템이 차지하던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실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와 같은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미래 모빌리티를 실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행사에서 유니휠의 개발 배경 및 원리, 기술적 특장점을 발표와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OEM들은 더 많은 실내 공간 확보와 공간 활용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동차 구조상으로는 실내 공간을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은 차체를 크게 만드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특히 휠과 휠 사이 동력 계통의 필수 부품이 있는 공간은 그 어느 업체도 크게 손댈 수 없는 공간이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경우 모터의 높은 회전수로 만들어진 동력이 감속기를 거치면서 토크가 증대되고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각 휠로 전달된다. 이때 드라이브 샤프트 양쪽에 달린 CV 조인트는 휠이 상·하·좌·우로 움직일 때도 동력을 끊김 없이 일정한 속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구조는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부터 오늘날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며 차량 구동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왔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유니휠은 중앙의 선 기어(Sun Gear)와 좌우 각 4개의 피니언 기어(Pinion Geer) 그리고 가장 바깥쪽의 링 기어(Ring Gear) 등으로 이뤄진 특수한 유성기어 구조다. 유성기어란 태양과 같이 자전하는 선 기어와 그 주위를 행성처럼 회전하는 위성 기어(Planet Gear) 그리고 가장 외곽의 링 기어로 구성된 기어 구조를 말한다. 모터가 만들어 낸 동력이 선 기어로 전달되면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려 링 기어를 회전시키고 링 기어는 휠과 연결되어 있어 최종적으로 휠까지 동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유니휠은 피니언 기어들이 서로 연결돼 2개의 링키지(Linkage)를 구성하는데 해당 멀티링크 메커니즘이 유니휠의 상·하·좌·우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두 가지 구조가 융합된 특성을 기반으로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휠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노면에 따른 휠의 움직임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기존 CV 조인트가 적용된 드라이브 샤프트는 휠의 상·하·좌·우 움직임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동력 효율과 내구성이 하락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유니휠은 휠의 어떤 움직임에도 동력을 거의 동일한 효율로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어 높은 내구성과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이 가능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결합하면 험로에서 차고를 높여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고를 낮춰 전비와 고속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유니휠은 전기차의 감속기의 역할도 대체할 수 있다. 기어 잇수가 적은 선기어와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기어 잇수가 많은 링기어를 회전시키는 구조로 입력축과 출력축 사이의 감속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구동 시스템과 같이 별도의 감속기를 두지 않고도 모터에서 발생한 회전을 감속시켜 휠에서 높은 토크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유니휠은 큰 감속비를 내도록 설계돼 작은 모터로도 높은 토크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 네 개의 휠 구동력을 각각의 소형 모터로 독립 제어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조향 및 주행 안정성을 바탕으로 토크 벡터링(Torque Vectoring)을 구현할 수 있다. 토크 벡터링은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미끄러운 노면이나 코너링 주행 시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성능을 가능하게 한다.

유니휠은 기존 구동 시스템의 CV 조인트와 드라이브샤프트, 감속기의 기능을 휠 안에 넣고 동시에 휠 사이에 자리하던 모터를 소형화해 각 휠에 직결해 공간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좌우 휠 사이 확장된 공간을 트렁크나 프렁크 등 추가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의 좌석 배치를 탈피해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다. 해당 공간을 배터리 탑재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주행거리가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 크기를 늘리지 않더라도 대형 전기차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고객 탑승 공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배치한다. 이로 인해 차고를 높여 설계하거나 배터리 부피만큼 승객 공간이 축소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니휠을 적용하면 배터리 패키징을 최적화할 수 있고 승객의 탑승 공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니휠은 다양한 크기의 차량뿐 아니라 휠체어, 자전거, 배송 로봇 등 다른 종류의 모빌리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요구 조건에 따라 작게는 4인치부터 크게는 25인치 이상의 휠에 탑재할 수 있도록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또 휠의 회전축이 이동한다는 특성상 계단을 에스컬레이터처럼 부드럽게 오르는 모빌리티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기아는 유니휠을 통해 계단을 흔들림 없이 오르는 모빌리티의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종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수석연구위원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고객들이 모빌리티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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